부산지역 기초의회가 ‘지방의원 징계처분 시 의정비(월정수당·의정활동비·여비)를 감액하라’는 국민권익위의 권고를 3개월째 외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지방의원의 ‘임금’을 깎는 내용이 핵심인 탓에 기초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권익위의 권고가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부산지역 16개 기초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의 ‘지방의회의원 의정비 예산 낭비 방지’ 권고에 따른 조례 제정에 나선 곳은 한 곳도 없다. 부산진구의회에는 기존 ‘윤리실천 조례’가 있지만, 회기 내 출석률이 50% 미만일 경우에만 의정비를 지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징계를 받은 지방의원의 의정비를 감액하라’는 권고사항에는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15곳 의회에는 비슷한 조례도 없다. 일부 기초의회가 ‘올해 중 조례를 마련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힐 뿐이다.

권익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제8기(2018~2022년) 지방의원의 징계건수는 131건으로, 제7기(2014~2018년)의 징계건수(60건)보다 배 이상 늘었다. 당시 전국 243개 지방의회 중 의원이 공개회의 경고나 사과처분을 받았을 때 의정비를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는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 기초의회에서는 음주운전으로 출석정지 30일 처분을 받은 기간에 400만 원에 달하는 의정비를 받은 의원도 있었다.

부산시의회의 행정사무감사 모습. 기사와 직접적 관련은 없음. 국제신문DB

지방의원이 구속됐을 때 가해지는 제재도 빈약한 수준이다. 전국 지방의회 중 대다수는 의원의 구속기간 ‘의정활동비’만 제한하고 ‘월정수당’은 그대로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지방의원 의정비에서 월정수당 비율은 70%다. 월정수당을 제한하는 지방의회는 전국 10곳이며, 부산은 한 곳도 없다. 부산과 달리 권익위 권고 후 대구시의회·대구 서구의회·경남 창원시의회 등이 잇따라 관련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시의회는 조례안을 발의한 상태다.

한 전직 구의원은 “일반적으로 기초의회는 10~14일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치고, 1년에 10차례 정도 의회가 열리는 점을 생각하면 마음만 먹으면 한 달 반 안에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며 “권익위 공문 발송 3개월 넘도록 진척이 없다는 것은 의지가 없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