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간 예산 1억 넘게 들이고도
- 개명 주민 공모 진행하다 멈춰

부산 북구가 2018년부터 추진해왔던 ‘구 명칭 변경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그 사이 단체장이 바뀌고 반대 여론도 거세지는 등 동력을 잃어 그동안 투입된 예산 1억7500만 원만 날리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북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3일 북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차 구 명칭 공모를 했으나 현재 후보군 10개도 선정하지 못했다. 당시 북구는 공모에서 접수된 300개의 안 중 10개를 뽑아 지난해 말까지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모만 진행했을 뿐 관련 위원회를 여는 등 후보군을 추리는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

구 명칭 변경 사업은 지자체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브랜드로 만들어 전국에 널리 알리려면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진단이 나오자 시작됐다. 1978년부터 북구라는 명칭을 사용해왔지만 이름과 달리 부산의 가장 북쪽에 있지 않고, 전국에도 같은 이름을 가진 기초지자체가 4곳이나 된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에는 주민대표 전문가들로 구성된 ‘북구 명칭 변경 추진협의회’를 발족하고 구 명칭을 변경한 바 있는 인천 미추홀구를 방문하기도 했다. 2021년 북구는 가람구 감동구 구포구 금백구 낙동구를 후보로 뽑아 그해 9월 1000명을 대상으로 1차 주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낙동구’와 ‘가람구’를 최종 후보로 정했다. 그러나 주민 여론 수렴 과정이 미흡했다는 구의회의 지적에 따라 2차 공모를 진행한 후 더는 진척이 없다.

이 사업은 시행 초기부터 반발에 부닥쳤다. 명칭 변경이 주민의 생활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각종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각종 혼란만 가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명동 주민 이모(34) 씨는 “주변에서도 굳이 이름을 바꿀 필요가 있느냐는 말이 많이 나온다”며 “왜 예산을 그런데 낭비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주민 반발이 만만치않자 지난해 취임한 오태원 북구청장도 신청사 건립 사업의 가닥이 잡히면 명칭 변경을 고민해 보겠다며 미루고 있다. 오 구청장은 “아직 후보를 선정할 계획이 없다. 시급한 과제인 신청사 건립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신청사 시대와 어울리는 새로운 명칭을 생각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