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산진경찰서는 부산진구 전포동 한 오피스텔 세입자 20명이 지난해 12월 명의자 A 씨와 실소유주인 B 씨 등을 사기 혐의로 고소해 수사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세입자들은 A 씨와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추후 건물 실소유주가 B 씨로 바뀐 것을  알지 못했다. 이후 B 씨가 대출금을 갚지 못해 오피스텔이 임의경매로 넘어가면서 전세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이 받지 못한 보증금은 18억 원에 달한다. 경찰은 공인중개사 3명도 전세사기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확인 중이다. 

실소유주로 알려진 B 씨는 이미 다른 전세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부산진구 양정동 한 오피스텔 세입자 60명은 보증금 6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며 B 씨를 고소한 바 있다. 임차인들은 선순위 근저당 68억 원이 설정된 뒤 이사를 와 후순위로 밀리면서 보증금을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 밖에도 ‘부산진구 발’ 전세사기 피해사례가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온다. 부산경찰청은 지난 14일 부산진구 동래구 사상구 일대 오피스텔 110여 세대 세입자를 상대로 전세금을 주지 않고 잠적했던 30대 C 씨를 붙잡아 구속 송치했다. 또 부산진구 사상구 동구 일대의 4개 빌라 세입자 90명은 소유주 D 씨 부부가 잠적해 54억 원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며 피해대책위원회를 꾸렸다.

전문가들은 부산진구에 전세 사기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로 교통이 편리하고 번화가가 인접해 있어 젊은 1인 가구가 선호하는 원룸·오피스텔이 많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부산진구 1인 가구 수는 5만3948세대로 부산 16개 구·군 중 가장 많다. 이 중 60%인 3만2769명이 20~39세다. 

이 때문에 부산진구에서는 1인 전세 세대를 중심으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오는 6월 전포동 한 오피스텔의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정모(35) 씨는 “인천에서 전세사기가 터졌을 때 부산진구가 가장 취약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짧은 시간에 여러 건이 발생하니 너무 불안하다”며 “혹시나 하는 불안감에 수시로 등기부등본을 떼서 본다. 새로운 전세를 구할 때는 다른 구로 가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젊은 1인 가구가 많아 부동산 관련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분쟁 방지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날 경기 구리서도 전세 사기 피해 신고접수가 접수돼 피의자 20여 명을 입건했고, 경기도 안산 일대에서는 ‘깡통전세’로 70억 원대 보증금을 가로챈 40대에게 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했다. 한편, 경찰은 조직적 전세사기를 벌인 사례가 늘어나자 단순 사기죄보다 처벌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죄를 적용하는 등 강하게 처벌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