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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12> 보르네오와 브루나이 : 지속가능하려면?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04-24 19:38:0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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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보루네오가 아닌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에서 배 타고 바로 옆 부르나이가 아닌 브루나이로 간 적이 있다. 다 와서 배에서 나오려는데 빈 좌석에 캔 맥주가 많이 있었다. 브루나이에서는 술의 반입이나 판매 유통 소비 보관이 법적으로 전면 금지되었기에 무슬림 승객들이 두고 간 맥주였다. 술을 마실 수 없는 나라인 브루나이는 그만큼 조용한 나라였다. 실내건 실외건 담배마저도 피울 수 없는 나라다. 노래방 같은 건 있지도 않았다. 유흥을 즐기는 밤 문화가 거의 없는 조용한 나라였다. 내가 가본 나라들 중에서 가장 심심한 나라가 브루나이였다.

심심해도 브루나이 사람들은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떻게 그렇게 평화로운 국가가 되었을까? 그린란드섬 파푸아뉴기니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 보르네오 북부에 위치한 브루나이는 한 때 보르네오섬 전체는 물론 필리핀 마닐라왕국까지 지배했던 브루나이제국이었다. 보르네오와 브루나이의 어원이 같기에 발음이 비슷한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보르네오는 브루나이의 땅이었다.

그러나 국토가 쪼그라져 보르네오섬 전체면적의 1%도 안 될 작은 귀퉁이에 있다. 브루나이를 제외한 넓은 영토는 영국의 식민지였던 말레이시아와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 땅이다. 보르네오섬 말레이시아 인구가 약 600만 명이며 보르네오섬 인도네시아 인구가 약 2400만 명이다. 인도네시아가 보르네오섬으로 수도를 옮기면 더 늘어갈 것이다. 보르네오섬에 사는 말레이시아인과 인도네시아인이 3000만 명이 넘지만 브루나이인은 약 45만 명에 불과하다. 영토도 작고 인구도 적은 브루나이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보다 경제적으로 잘 사는 나라다. 최근 1인당 국내총생산은 일본이랑 비슷하며 우리나라보다 높다. 그 작은 나라가 어떻게 그렇게?

역시 뻔한 해답은 석유 및 천연가스다. 이로부터 얻는 막대한 이익은 막강한 술탄인 볼키아(Hassanal Bolkiah 1946~) 국왕이 소유하며 관리한다. 그는 총리임과 동시에 재무장관 외교장관 국방장관 군 최고사령관이고 주요 조직 수장이다. 지구촌 최강의 전제절대 군주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센 통치자다. 1788개 방의 초호화궁전에서 살며 자동차 수천 대와 비행기 수백 대를 가지고 있단다. 국왕 사진은 곳곳에 걸려 있다. 그런데 없는 게 많다. 경쟁 정당도 없고 견제 의회도 없고 비판 언론도 없고 삼권분립도 없다. 선거도 없다. 대신 국왕은 국민에게 통 큰 무상복지 시혜를 베푼다. 교육비나 의료비도, 소득세나 재산세도 없다. 동화 속 천국 같은 이 모든 게 석유 경제로 인해 가능한 것이다.

석유가 없어지면 어찌 될 건가? 석유 자원이 많은 두바이에서 석유 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1%도 안 된다. 석유 자원이 많은 브루나이에서 석유 경제가 차지하는 비율은 95% 이상이다. 그렇다고 두바이를 따라갈 수도 없다. 지속가능하게 잘 사는 브루나이가 되려면? 무소불위의 막강한 국왕은 영민하게 국민을 섬기고 이끌며 대전환 대개혁하도록 뭔가를 기획창의하며 실천실행할 때다. 한때 자원의 축복을 듬뿍 누렸던 남태평양의 작은 나라 나우루처럼 되지 않으려면…. 아우구스투스황제의 좌우명대로 천천히 서둘러야 하겠다. Festina le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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