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기자수첩] 업자에 돈 빌려준 경찰들…전세사기 피해자 두 번 울었다

밥먹고 술먹다 친해진 간부 5명…오피스텔 개발 사실상 투자한 격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05-16 19:38:24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손해만 봤다” 억울하단 서장님
- 진짜 피해자인 2030 청년들은
- 권력과 친한 업자 고발도 못해

한 부동산 개발업자가 부산경찰청 고위 간부 여러 명에게서 돈을 빌렸다. 해운대구에 오피스텔을 지으려는데 자금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분양에 성공하면 이자를 ‘세게’ 쳐주겠다고 했다. 자금을 댄 경찰은 서장급인 총경 4명과 계장급인 경감 1명으로, 각 1억5000만 원 수준(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8면 보도)이었다. 당시 민간인이었던 현 최고위급 인사도 돈을 건넸다. 말이 좋아 돈을 빌려준 것이지, 사실상 투자였다.

그런데 오피스텔이 생각했던 만큼 잘 팔리지 않았다. 돈을 잃게 된 이들은 현금 대신 오피스텔을 받았다. 이곳은 센텀2지구라는 대형 부동산 개발 호재가 예고된 지역이어서, 수년 내 상당한 땅값 상승을 기대해 봄 직했다. 최고위급 인사는 (민간인 시절) 업자가 건넨 법인 카드를 쓰는 것으로 일부 이자 몫을 챙겼다. 반면 그저 이곳에 살았을 뿐인 청년층 25세대는 전세보증금 50억 원을 돌려받지 못해 몇 년째 마음고생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간부 한 명은 업자에 대해 “밥 먹다 알게 된 사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초대로 저녁 자리에 갔다가 만났고, 이후 자연스럽게 술·밥을 함께하는 사이가 됐다 한다. 이 업자는 자신과 경찰의 인연은 “내가 사회생활을 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자는 오피스텔 세입자나 공인중개사들에게 수시로 이들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모르긴 해도, ‘느그 서장 남천동 살제’로 시작하는 영화 대사 비슷한 말을 읊지 않았을까.

총경급인 이들이 ‘밥 먹는 사이’의 의미를 모를 리 없다. 한 번 안면을 튼 경찰과 업자가 ‘형과 동생’으로 바뀌고, 업자의 순탄한 사업을 위해 큰돈을 주고받는 사이로 발전하기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인맥이 곧 힘인 대한민국에서 업자가 총경 여럿과 밥 먹고, 술 마시고, 사업 자금을 빌렸다는 사실은 아무리 곱씹어봐도 곱게 바라봐지지 않는다. 수사 현장 최일선에 있는 고위급 경찰 간부가 부동산 업자와 가까워야 할 이유는 없다. 경찰들이 즐겨 쓰는 ‘불가근불가원’이라는 표현이 있다. 하지만 이번 경우에서는 적당한 거리두기조차 버려야 했다고 생각한다. 인맥을 쌓아 어떤 식으로든 이득을 누리려던 게 아니라면 공직자의 신분에서는 그럴 이유가 없다. 그러니 “이득은커녕 손해만 봤다”며 억울해 할 것도 없다. 현장의 젊은 경찰들은 혹시 모를 구설이 두려워 망원(외부 정보원)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한다.

이 오피스텔에 자금이 묶여 3년째 발만 구르고 있는 30대 피해자는 “건축주가 평소에도 총경들과 친하다고 자주 말해온 데다, 실제 그들이 오피스텔을 소유하고 있어 피해자 대부분은 형사고발을 해도 실익이 없을 거라며 지레 포기했다. 전국적으로 전세사기가 대대적으로 터지지 않았다면 당하고만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일반인이 느끼는 이들의 존재감은 이토록 막대하다. 이번 일이 빙산의 일각이 아닌, 그저 ‘오비이락’에 그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신심범 메가시티사회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6. 6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7. 7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8. 8울산 온산 화학공장 화재
  9. 9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10. 10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3. 3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4. 4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5. 5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6. 6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7. 7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8. 8이 대통령, 부캉이 보러 북항 방문…전재수 ‘돔 아레나’ 건의
  9. 9이헌승 “국제신문 100억대 체임 구속사유”…장관 “엄정 대응”
  10. 10“북극항로 가능성, 시범운항서 확인”(종합)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3. 3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4. 4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5. 5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6. 6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7. 716, 17일 ‘부산금융주간’…청년교육·세미나 등 다채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14일
  9. 9市 기관장 하세월 임명절차…청문 통과해도 공백
  10. 10공공기관 이전 연내 발표…“산은·금감원 반드시 부산 와야”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7. 7[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8. 8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5일
  10. 10“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4. 4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5. 5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6. 6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7. 7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8. 8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9. 9어깨 부상 김우민, 수술 대신 재활로
  10. 10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나노산단 분양률 50% 고무적…미래전략 앵커기업 유치 목표”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배우 강석우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