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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전쟁 안 돼” 뉴질랜드 외침…한인 추모사업 팔 걷었다

UN공원에 잠든 용사들…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2 <3> 뉴질랜드 6·25 기록과 흔적들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3-05-22 19:35:53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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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빈슨 파크에 한국전 기념비
- 전사 43명 이름 새겨져 있어
- 전쟁박물관 한 켠 관련 전시
- 소규모에 콘텐츠도 많지 않아

- 오클랜드 한인 2만7000여 명
- 재단 꾸려 기념관 조성 박차
- 추모공간 코리아가든도 계획

올해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아 국제신문이 연재하는 안장자 이야기 시즌2인 ‘UN공원에 잠든 용사들…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2’에서는 뉴질랜드 호주 네덜란드 영국의 국가별 6·25전쟁 이야기를 마련했다. 첫 번째 편은 뉴질랜드다.

뉴질랜드에서 한국전쟁은 ‘잊힌 전쟁’이라 불린다. 그만큼 이곳에서 6·25전쟁 관련 추모 장소와 기록 등을 찾기 쉽지 않았다. 어렵사리 찾은 곳에서 6·25전쟁을 겪은 이들의 상흔을 느낄 순 있었지만, 다소 아쉬운 콘텐츠 탓에 오래 머물긴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뉴질랜드에 정착한 한인들이 6·25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참전용사를 기리기 위한 기념비 기념관 정원 등의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해 오랜 시일이 걸릴 수 있지만 이들의 의지만큼은 강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전쟁 기념박물관에서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레스 에버릿의 아들 케빈 에버릿이 25파운드 포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뉴질랜드서 평화를 외치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중심지에 위치한 도브 마이어 로빈슨 파크.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레스 에버릿의 아들 케빈 에버릿(61)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이곳은 18년 동안 오클랜드 시장으로 재직하며 많은 시민의 사랑을 받았던 도브 마이어 로빈슨 전 시장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수천 송이의 장미 정원도 함께 있어 파넬 로즈 가든으로 불리기도 한다.

뉴질랜드 오클랜드 전쟁 기념박물관 전경. 김태훈 PD
이 공원엔 6·25전쟁과 관련한 특별한 공간이 있다. 1992년 7월 27일 뉴질랜드 한국전쟁참전용사협회는 한국뉴질랜드협회 주한뉴질랜드대사관 주뉴질랜드한국대사관 오클랜드시의회 등과 부산 기업가의 후원을 받아 한국전쟁 기념비(Korean War Memorial)를 건립했다.

이 장소의 중심 부분에 있는 높이 2m의 화강암 돌은 경기 가평에서 가져왔다. 이 돌에는 ‘영원히 기억하리’라는 문구와 함께 한국전쟁 중 전사한 43명의 뉴질랜드 군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가평 전투는 1951년 봄철 뉴질랜드군 호주군 캐나다군 등 영연방 국가가 중공군의 공세를 막는 데 큰 기여를 한 전투다.

이곳을 소개한 케빈 에버릿은 “세계대전은 뉴질랜드 사람들이 많이 기억하고 잘 알려졌지만, 한국전쟁은 그렇지 않아요. 한국전쟁을 잊지 않기 위해 이 기념비가 건립됐고, 잊어서는 안 됩니다”며 “뉴질랜드인에게 가평 전투가 중요한데, 이 돌이 가평에서 가져온 것이어서 의미가 더 큽니다”고 말했다.

■박물관에 기록된 한국전쟁

뉴질랜드 오클랜드 전쟁 기념박물관에 전시된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의 참호 생활 모습을 담은 사진. 김태훈 PD
오클랜드 전쟁 기념박물관에서도 6·25전쟁의 발자취를 찾을 수 있었다. 이곳은 오클랜드 지역의 역사 자연사 군역사 등과 관련된 전시를 한다. 특히 군역사는 뉴질랜드군이 참전한 모든 전쟁을 망라한다. 이 가운데 규모가 크진 않지만 한국전쟁과 관련된 내용도 한쪽에 전시돼 있다. 뉴질랜드군이 한국전쟁 때 사용했던 호주산 소총, 25파운드 포의 포탄, 참전용사의 사진 등을 볼 수 있었다.

사진 중에서는 참호 생활 중인 참전용사를 포착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뉴질랜드군이 처음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땐 1950년 9월 인천상륙작전으로 계속 북진해 참호를 쓸 이유가 없었다. 1950년 11월 중공군이 개입했고 이후 38선 인근에서 양쪽 진영의 전선이 형성되면서 참호를 파고 오랫동안 생활해야 했다. 참호는 비위생적인 탓에 대부분의 군인이 힘들어했다.

박물관 내부에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전사한 뉴질랜드 군인의 이름을 새긴 장소도 마련돼 있었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 해군 순항훈련전단이 한국과 뉴질랜드 수교 60주년을 맞아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당시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한국 해군 등 280명이 참석해 참배와 헌화식을 했다.

군인의 이름을 살펴보던 케빈 에버릿은 “한국전쟁에서 가장 일찍 전사한 뉴질랜드 군인은 롱과 맥도널드였습니다. 이들은 호송대 임무를 수행 중이었는데 남쪽으로 숨은 북한 게릴라와 전투를 벌였습니다”면서 “이들은 호송대 맨 뒤에 있었고 결국 북한 게릴라에 의해 목숨을 잃었죠”라고 설명했다.

오클랜드 데번포트에 있는 토피도 베이 해군 박물관에서도 한국전쟁과 관련한 기록을 찾을 수 있었다. 이곳에선 한국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해군의 역사를 간략하게 소개했다. 또 당시 한국에 주둔했던 뉴질랜드군 함정의 함포가 전시돼 있었다.

■6·25전쟁을 기억하는 한인

뉴질랜드 오클랜드 도브 마이어 로빈슨 파크에서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레스 에버릿의 아들 케빈 에버릿(왼쪽)이 한국전쟁 기념비를 설명하고 있다. 김진룡 기자
뉴질랜드에는 3만5000여 명의 한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오클랜드에만 2만7000여 명이 살고 있다. 이곳에 정착한 한인들은 뉴질랜드에 6·25전쟁 관련 추모 장소가 부족하단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등을 추모하기 위한 기념비와 기념관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오클랜드한인회 조요셉 회장은 지난해 지역 한인들과 함께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재단’을 설립했다.

재단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뉴질랜드 참전용사의 희생을 추모하고 생존자와 후손 등을 지원한다. 또 오클랜드한인회 건물 앞에 높이 2.7m 너비 3.5m 규모의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기념비를 세우고, 건물 내부에는 기념관을 건립할 계획이다. 애초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맞이해 오는 11월 11일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을 맞아 기념비와 기념관을 완공할 계획이었지만, 예산이 부족해 완공 시점을 장담하긴 어렵다.

조 회장은 “10년 정도 한인회 활동을 할 때마다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들을 만났지만, 이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습니다. 어렵게 참전용사 명단을 입수했고 이분들의 이름을 기념비와 함께 대리석에 새겨 기억하고자 합니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이 부족해 우선 기념관부터 조성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이외에도 참전용사 후손을 지원하기 위한 장학사업도 진행할 계획입니다”고 덧붙였다.

오클랜드 바리스 포인트 지역에서는 코리안 가든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1997년 7월 뉴질랜드에서 ‘재뉴기독실업인회’가 창립됐고 30여 명의 한인이 매달 한 번씩 지역 공원을 찾아 청소 봉사 활동을 벌여왔다. 이후 2007년 3월 지역 공원 담당 공무원이 코리안 가든을 조성해 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해 사업이 시작됐다.

현재 바리스 포인트 지역의 쓰레기 매립장(1958년 준공) 한쪽에 1만6528㎡(5000평) 규모의 코리안 가든이 만들어지고 있다. 코리안 가든에는 경기 가평에서 온 ‘자유 사랑 평화’가 새겨진 비석(사진)이 이미 세워져 있다. 향후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추모하는 공간으로 꾸려질 계획이다. 정자나 간이무대 등도 설치해 지역 주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

코리안 가든 트러스트 이윤화 운영위원장은 “10년 넘게 정원을 만들고 있습니다. 모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진행이 느립니다”며 “정원이 완성되면 뉴질랜드 한국전쟁 참전용사 추모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릴 수 있는 장이 될 것입니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김진룡 기자

영상=김태훈 PD

※제작지원 : BNK금융그룹

※취재협조 :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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