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봄이다. 계절은 언제나 그렇 듯 소리 없이 우리 옆에 닿아 있다. 운동장에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은 아이들의 발걸음을 날래게 하고, 구석구석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우리 반 여자 아이가 하나가 조용히 오더니, 꽃잎 한 장을 내 책상에 던져 준다. 떨어진 꽃잎 중에 제일 예쁜 걸 주는 거란다. 그 아이의 마음도, 꽃잎도 너무 아름답다. ‘가까이 이미 다가와 있던 봄, 마음 멀리 있어 보지 못한 봄’이라는 오보영 시인의 말처럼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봄이 왔다.
하지만, 올해 봄은 특별하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 상황을 극복하고 일상의 회복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시기의 봄이기 때문이다. 그 동안 학교는 방역의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해왔다. 3년 전, 갑작스런 코로나19 상황은 학교뿐만 아니라 국가적인 혼란을 가져왔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학교는 피땀나는 노력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온 것이다. 그리고 허무할 정도로 그저 그렇게 맞이한 엔데믹….
이제 다시 일상이다. 씁쓸하게도 교육청의 쏟아지는 공문과 지침들, 학교로 빗발치는 민원들을 보며 일상의 회복을 실감한다. 생각해보니 학교는 항상 그랬었다. 그 종류와 방향만 다를 뿐 학교는 언제인가부터 모든 것들을 감내하고 해결해내야하는 그런 곳이 되버린 것이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우리 사회가 재정비되는 지금이야말로 학교를 다시 돌아보고 기본적인 역할을 재정립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지 않을까?
2020년 코로나 상황 속에 맞은 온라인 개학을 기억할 것이다.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대면하지 못하고 화상에서, 혹은 콘텐츠로, 혹은 수업 꾸러미로 수업을 해야했던 그 일은 우리가 잊었던 학교의 역할을 되새기게 해준다. 학교가 단순히 학문을 전달하기 위한 수업만 하는 곳도, 교육청의 사업을 100% 실현하기 위한 곳도, 학부모의 불만을 여과없이 토해내는 곳도 아닌 아이들이 타인과 부대끼고 소통하며 기본적인 인성, 대인 관계 등 일상생활 필요한 소양을 함양하는데 너무나도 소중한 장이라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그 기본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사회 공동체 모두가 다시 돌아봐야 할 때이다. 지난 3월 학부모 공개 수업일에 찾아온 학부모 한 분이 달라진 교실과 학교의 환경을 돌아보고는 이렇게 말한다. “와~! 지난 3년 간 학교가 너무 좋게 바뀌었네요. 코로나라고 학교가 아무 것도 안하는 줄만 알았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교육을 위해 학교는 본연의 할 일을 해 온 것이다. 그 어느 한 순간도 손을 놓고 있던 적은 없다. 그냥 때가 되면 찾아드는 듯 하지만 엄청난 생명력을 가져오는 봄처럼, 학교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하지만 치열하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
학교는 다시 봄이다. 그리고 이 봄에 다시 학교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