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나포됐다가 풀려난 대한민국 국적 운반선 ‘한국 케미호’ 선사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패소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선사 디엠쉽핑이 국내 해양 기관이 나포 위험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고 구조에도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며 제기한 정부 상대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부의 조치가 객관적 정당성을 결여했다거나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등에 대한 보호 의무를 게을리해 억류를 위법하게 방임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걸프 해역의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를 나포하는 모습을 담은 1분가량의 영상.

재판부는 “정부가 이란과 여러 차례 접촉해 외교적 협의를 시도하고 선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금융지원을 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한국케미호와도 나포 직전까지 항해 여부 및 선박 보안 이상 여부 등을 확인하는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선박의 안전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디엠쉽핑은 부산 해운대구에 본사를 둔 외항 화물 운송을 주로 하는 선사다.

이란은 2021년 1월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역을 지나던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당시 한국인 5명을 포함한 선원 등 20명이 억류됐는데, 선원 19명은 한 달 만에, 선박과 선장은 95일 만에 풀려났다.

당시 이란은 해양 오염 때문에 선박을 억류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의 제재로 한국에 동결된 이란 원화자금에 대한 불만이 주된 이유라는 분석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