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와 관련된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살인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됐고, 이런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아르바이트 앱을 통해 처음 만난 20대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부산 또래 살인’ 사건(국제신문 지난달 29일 자 8면 등 보도)은 피의자 정유정(23)의 뒤틀린 ‘살인 욕망’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정 씨는 살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고, 3개월 전부터 구체적인 방법을 학습하며 사건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1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피의자 정 씨는 평소 TV 프로그램 등을 보면서 범죄 관련 지식을 쌓아왔고, 살인 충동을 해소하기 위한 피해자를 찾기 위해 1대 1로 만날 수 있는 과외 앱으로 피해자에게 접근했다. 이날 경찰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신상위)를 열고 정 씨 신원을 공개했다. 부산에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되는 건 2015년 10월 부산진구 실탄사격장 총기탈취 사건(당시 부분 공개)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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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또래 살인’ 사건 피의자 정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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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써 그동안 ‘우발적 범행’을 주장했던 정 씨의 진술은 거짓으로 확인됐다. 그는 범행 3개월 전부터 ‘시체 없는 살인’ 등을 검색하면서 범행 계획을 세웠고, 도서관에서 범죄 소설 등을 대출해 보면서 관련 지식을 쌓아왔다고 경찰은 밝혔다. 정 씨는 범행을 실현하기에 쉽다는 이유로 혼자 살고 있는 피해자 A 씨를 대상으로 정했고, 자신의 정보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 앱에 ‘학부모’로 등록해 ‘딸의 영어 과외를 해줄 사람을 찾는다’며 A 씨에게 접근했다. 정 씨는 피해자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중고로 구입한 교복을 입은 채 A 씨의 집으로 향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경찰에 따르면 정 씨는 A 씨를 만나자마자 범행을 저지르고 시신을 훼손했다. 이후 범행장소에서 20분 가량(택시기준) 떨어진 자신의 집을 왕복하며 여행용 가방 등을 챙긴 뒤 시신을 버리려 했다. 살인이 아닌 실종으로 꾸미기 위해서였다. 경찰은 정 씨가 범행 방법은 계획했지만, 시신 유기 장소까지는 미리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씨는 택시를 타고 부산과 양산의 경계지점 인근의 낙동강변에 A 씨의 시신 일부를 유기하다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택시 기사의 신고에 덜미를 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취업 준비를 하면서 영어 열등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며 “정 씨는 지난달 31일에야 ‘피해자에게 미안하다’며 범행을 후회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2일 피의자를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정 씨의 범행은 코로나19 이후 더 심각해진 현실과 가상세계의 정체성 차이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대면 기간이 길어지면서 온라인에서의 모습을 현실로 착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기간 동안 온라인 상에서의 학력·신분 등 정보가 더 중요했을 것이고, 피해자가 가진 학력 등을 탈취하려는 게 동기였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래서 피해자의 학교와 프로필이 노출되는 과외 앱을 범행 도구로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원 공개를 결정한 신상위는 “범죄의 중대성·잔인성이 인정되고 범행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필요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