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상 위탁운영 수순 밟을듯
- 현재 법적 장치 없는 상황에서
- 과잉진료·환자 몰아주기 잡음

부산 사상구가 추진 중인 구립 치매요양원을 요양병원을 운영 중인 의료법인이 맡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제대로 된 장치가 없으면 수십 억 원의 예산을 들인 공공 요양원이 민간 요양병원의 환자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사상구청 전경. 국제신문 DB

부산 사상구는 이달 초 구립 치매요양원 부지 선정 위원회를 개최해 A 의료재단 소유의 부지(1335㎡)를 선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구는 지난달 용역 결과에 따라 총 사업비 약 63억 원(국시비 23억 원·특별교부세 30억 원·구비 11억 원)을 투입해 48개 병상 규모의 치매 전담 요양원을 짓기로 했다. 구는 2026년 개소를 목표로 올 하반기 예산 확보를 거쳐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구는 지난해 11월부터 무상 기여 부지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의료법인 3곳과 사회복지법인 1곳 등 4개 법인이 참여했으며, 이 중 A 의료재단 부지가 선정됐다. 구는 추후 있을 요양원 운영 민간 위탁자 공모에서 부지를 제공한 곳에 가점을 제공하기로 했다. 위탁 공모에서는 작은 가점만으로도 결과가 갈릴 수 있어 업계에서는 사실상 A 재단이 위탁을 맡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의료법인이 구립 요양원을 맡을 가능성이 커지자 논란이 인다. 의료법인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같이 운영할 수 있는데, 수익성 면에서 요양원에서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있으면 동일 법인이 운영하는 요양병원으로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A 재단은 무상 제공하기로 한 부지 옆에서 요양병원을 운영 중이다. 별도의 장치가 확실히 마련되지 않는다면 ‘수십억 원의 예산으로 지어진 구립 요양원이 민간 요양병원의 환자 공급원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김경일 사회복지연대 사무국장은 “같은 법인이 요양원과 병원을 동시에 운영하면 과잉 치료, 환자 몰아주기 여지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공 요양원이 아닌 민간 요양병원까지 구가 감시할 수는 없지 않나. 구의 감시 수준으로는 막기 힘들기 때문에 법적 장치가 꼭 필요하다”며 “위탁자 공모·계약 시 이를 방지하는 조항과 어길 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명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사상구는 오히려 같은 법인이 운영 중인 병원이 인근에 있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상구 관계자는 “아무래도 같은 법인이 운영하는 곳이면 업무 효율이나 인센티브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환자 몰아주기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도 갈 수 있다는 점을 환자나 보호자들에게 분명히 안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요양원 건립을 위해 정부와 시로부터 예산 지원을 받음에 따라 사상구민만 입소하는 것은 불가하게 돼 구비 낭비 논란도 불거진다. 앞서 공적 자금이 투입된 사상구 내 비영리법인 요양원(치매 케어 포함)의 공실률이 50%를 넘어서는 가운데 구가 또 예산을 들여 요양원을 짓는 것이 적절하냐는 반발(국제신문 지난 3월 28일 자 6면 보도)도 제기된 상태여서 사상구의 구립 요양원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