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례 만들어 폐지·교체 추진
- 시설물 바꾸는 데 예산 수억 원

부산 동구의회가 2년 전 디자인 대상을 받고 사용 중인 동구 슬로건·심벌 ‘BIG WALK DONG GU(큰걸음 동구)’를 조례 제정 2년도 안 돼 폐지하는 조례를 추진하고 있다. 조례 통과 시 관련 슬로건과 심벌을 사용한 모든 시설물을 교체해야 돼 수억 원의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큰걸음 동구’ 심벌을 활용한 조형물.

동구의회 운영총무위원회는 지난 16일 제314회 정례회 제1차 회의를 열어 ‘부산시 동구 상징물 관리 등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켰다고 18일 밝혔다. 구기와 브랜드 슬로건 등을 관리·규정하는 조례로, 상징물의 사용·변경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조례는 오는 27일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될 예정이다.

문제는 조례 의결 시 현재 동구가 사용 중인 ‘큰걸음 동구’의 근거 조례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조례 마지막에 큰걸음 동구를 규정하는 ‘도시스타일브랜드 관리 조례’를 폐지하는 부칙이 포함돼 있어 관련 심벌과 슬로건이 들어간 시설이나 조형물도 모두 교체해야 된다.

2021년 제정한 도시스타일브랜드 관리 조례는 용역비를 포함해 3년간 2억 원 가까이 투입됐다. 2020년 개발 용역 등 5200만 원, 이듬해 무릎담요와 간판 제작 1억1400여만 원 등이 쓰였다. 특히 1900만 원을 들여 구청 옥상에 만든 ‘큰걸음 동구’ 글자 조형물은 1년 8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됐다. 추가 예산도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심벌과 슬로건이 들어간 관내 모든 맨홀 뚜껑(개당 60만 원) 교체를 비롯해 구청 앞 간판과 내부 시설, 각종 표지판 등의 변경·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엑스포 유치 응원 문구와 홍보 로고 사용 등을 이유로 사업이 중지돼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

조례를 공동발의한 국민의힘 동구의원 5명은 주민여론 수렴 결과라는 입장이다. 2월 중순부터 한 달간 진행한 여론조사(800여 명 참가)와 직원 설문(1월 25~27일)에서 큰걸음 동구의 선호도(35%)가 새로 사용 중인 ‘씽씽 동구’(62%)보다 크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임자 흔적 지우기라는 지적도 있다. 현재 슬로건이 전 동구청장 시절 추진돼 2021년 한국디자인산업연합회 주최의 디자인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는 등 성과가 컸기 때문이다. 김희재(더불어민주당) 동구의원은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 성공했음에도 조례 폐지를 추진하는 것은 전형적인 전임 구청장 지우기로 보인다”며 “특히 직원 설문조사는 전체 직원의 30%만 참여할 만큼 여론 반영이 제대로 안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