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사한 로봇랜드 실무자만 징계
- 철저한 수사…관련자 엄벌해야
최근 인구 4만여 명인 경남 합천이 전국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 기초지자체가 수백억 원 규모의 금융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용주면 영상테마파크에 200실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는 시행사 실사주 A 씨가 250억 원을 빼돌린 뒤 잠적했고, 합천군은 지난 20일 사업 포기를 선언했다. 군은 앞으로 200억 원대로 추정되는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금과 하루 600만 원에 달하는 이자를 혈세로 감당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20년 군이 소유한 방 8개 규모 한옥 시설 임대 공모에 호텔을 새로 짓는 조항을 넣은 게 화근이었다. 여기에 더해 군은 당시 한옥 시설 운영권을 쥔 A 씨 제안을 받아들여 호텔 객실 숫자도 200개로 늘렸다. 100억 원이 채 안 됐던 사업비는 590억 원까지 치솟았다. 2021년 12월 군의회 동의를 얻은 실시협약을 토대로 합천군은 550억 원 규모의 PF 대출 자금조달계획을 승인했다.
A 씨의 범행은 지난 3월 20일 시행사가 150억 원 상당의 사업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군은 추가 대출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설계비 등이 과다 책정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미 250억 원이 시행사와 관련 업체에 지출된 뒤였다. 공정률은 고작 6%에 머물렀다.
이번 사건은 경남도와 창원시, 경남로봇랜드재단이 민간사업자에게 1126억 원을 물어내야 하는 마산로봇랜드 사태와 중첩된다. 민간사업자는 2020년 2월 로봇랜드재단이 펜션 용지 1개 필지를 제공하지 않아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며 실시협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소송을 걸어 승소했다. 결과적으로 민간사업자는 1단계 사업만 마무리하고 거액을 챙겼다.
모두 실시협약이 민간사업자가 일명 ‘먹튀’ 하기 쉽게 설계됐기 때문이다. 영상테마파크 협약에는 사업 해지 때 군이 대출 원리금을 떠안는 독소 조항이 담겼다. 마산로봇랜드 협약에도 해지 귀책 사유를 떠나 민간사업자에게 1000억 원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자체의 관리 감독이 부실했고, 의회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각 집행부가 민간사업자에 유리한 조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점도 같다.
마산로봇랜드 사태는 막대한 재정 부담 우려에도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 자초한 결과물로 평가된다. 경남도는 감사를 거쳐 공무원과 재단 직원 등 34명을 무더기로 징계 조치했다. 그러나 당시 정책결정권자였던 전임 도지사·시장은 책임에서 벗어났다.
이번 영상테마파크 사태에서는 같은 행태가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전임 정책결정권자라도 필요하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와 함께 경찰 수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가려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엄중하게 관련자를 처벌해 다시는 혈세가 사적 이익을 채우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본보기 삼아야 한다.
김용구 메가시티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