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을 하다 단독 사고를 낸 뒤 조치 없이 현장을 벗어난 소방관과 소방관 부탁으로 119구급차에 태워 도주를 도운 옛 동료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경남 창원지법 전경. 국제신문 DB

창원지법 형사1부(김국현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사고 후 미조치)과 범인도피 교사 혐의를 받는 소방관 A 씨와 범인도피 혐의를 받는 B 씨에게 각각 징역 1년과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A 씨는 2020년 3월 밤 11시 52분께 경남 창녕군 한 국도에서 옹벽을 들이받고 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낸 뒤 현장에 출동한 B 씨에게 구급차에 태워 달라고 부탁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구급차를 타고 경남 한 버스터미널까지 이동했다.

B 씨는 A 씨 도피를 도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 씨는 당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에게 사고 차량 운전자가 없었다는 취지로 거짓 진술하기도 했다.

원심 재판부는 “존중과 신뢰를 받는 소방관이라는 신분을 범죄에 이용했고 반성하는 모습을 찾기 힘들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에 승용차가 있어 차적 조회를 통해 A 씨의 주소지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할 수 있었고 사고 직후 현장에 소방관, 경찰관이 원활한 도로 소통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하고 있어 A 씨가 해야 할 조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범인도피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A 씨가 음주운전 등으로 수사받을 것을 우려해 B 씨에게 부탁해 구급차를 타고 현장을 이탈한 행위는 범인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에 해당할 뿐”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자신을 도피하도록 교사했다는 공소 사실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