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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 정겨운 버스 또 있을까, 주민 발이자 사랑방 ‘연제1번’

슬기로운 물만골 탐구생활 <9> 물만골을 지탱하는 사람들

  • 송진영 roll66@kookje.co.kr, 정지윤 기자
  •  |   입력 : 2023-07-18 18:42:51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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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까지 오가는 유일 대중교통
- 버스회사와 주민 유대관계 끈끈
- 관광버스 탄듯 언제나 화기애애
- 3년 가까이 운행해온 박승배 씨
- “이젠 어르신들 말 안 걸면 섭섭”

“어르신, 이마트 앞에 내리실 거죠. 천천히 세울 테니깐 꼭 서거든 나오소.” “오늘은 비 와서 바닥도 미끄러운데, 다리에 힘 딱 주고 걸어야 됩니데이.”
물만골 주민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인 연제1 마을버스가 마을로 진입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부산시청과 물만골을 오가는 연제1번 마을버스 내부는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물만골의 유일한 대중교통 수단답게 마을버스는 주민의 사랑방이 되기도 한다. 특히 승객의 대부분인 어르신과 버스운전사 간의 대화는 마치 야유회를 떠나는 관광버스를 연상케 한다. 제3자의 입장에서 주민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는 연제1번 박승배(41) 운전사에게 물만골은 어떤 곳일지 들어봤다.

연일 계속되는 폭우로 온마을이 흥건히 젖어 있던 지난주. 마을버스 회사의 허락을 받고 박 운전사가 모는 마을버스에서 동행 취재를 했다. 이 노선은 시청에서 1대, 물만골에서 1대가 각각 물만골과 시청 방면으로 운행된다. 배차 간격은 15분, 연산동의 교통 체증 상황에 따라 간격이 다소 늘어나기도 한다.

“물만골은 다른 지역보다 연령대가 높고 몸이 불편한 어르신이 많아서 무조건 천천히 안전하게 (버스를) 모는 게 관건입니다. 사실 저도 이 노선 운전하기 전에 물만골이 어떤 곳인지 몰랐고,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었습니다.”

마을버스 운전사 박승배 씨.
마을 차고지에서 버스를 몰고 나가는 박 운전사가 취재진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승객이 1명이든, 2명이든 박 운전사는 바짝 긴장한 모습으로 버스를 몰았다. 그는 10여 분 만에 도착한 부산시청 앞 회차지에서 “마을버스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힘겨워하시는 어르신이 많다. 거기에 대부분 짐이나 수레까지 들고 올라 오시니 행여나 다치실까 봐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장마철이나 한겨울에 승객들 모시기가 가장 힘들다”고 전했다. 박 운전사와 마을버스 운전사들은 배차 간격에 여유가 있거나 차량 통행량이 적은 낮 시간에는 운전석에서 내려와 직접 승객들의 짐을 옮겨 싣는다.

그때 70대 할머니 한 분이 마을버스를 타더니 “기사 양반, 비오는 데 수고한데이. 밥은 먹었제”라고 인사를 건넸다. 박 운전사는 “어머니, 어디 다녀오십니까. 병원 가시는 날도 아닌데, 집에 그냥 안 계시고”라고 화답했다. 승객들이 하나둘 좌석을 차지하자 그는 “출발합니데이”라며 물만골로 향했다. 마을버스 내부는 금세 “김 여사, 어디 갔다가 오노” “시장 가서 뭐 좀 샀는데, 와 이리 비쌉니까” “비가 너무 많이 와서 겁나던데, 집에 별일 없지예” 등 화기애애한 대화가 넘쳤다.

박 운전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밤 11시 막차 운행시간까지 마을버스를 몰았다. 그는 “이 좁은 물만골 도로를 3년 가까이 운행하면서 사고 한번 난 적 없다”며 “처음에는 어르신들이 말을 하도 많이 걸어서 솔직히 답하기가 귀찮아서 불편했는데, 이제는 ‘밥 먹었냐’ ‘머리 잘랐구나’ 등 인사를 안 들으면 섭섭하다. 이렇게 정겨운 마을버스는 부산에 없을 거다”고 웃었다.

마을 주민과 마을버스 회사 간 유대 관계도 끈끈하다. 마을에 행사가 있으면 버스회사에서 찬조를 하고, 주민은 합동으로 김장을 해서 버스회사에 전달한다.

박 운전사는 “평소 자주 뵙던 어르신이 한동안 버스를 타지 않으셔서 궁금했는데, 다른 어르신을 통해 그 어르신이 몸이 불편하셔서 거동을 못하신다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때로는 다른 어르신들을 통해 부고를 접하기도 한다”며 “이분들하고는 아무런 연도 없는데, 최근 들어 와병하시거나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잦아서 어르신들의 안부가 걱정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박 운전사는 물만골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애들이 세 명이 있는데, 마을에서 찾기 힘든 귀한 어린이들입니다. 큰오빠가 중학생일 거고,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랑 같이 사는 것 같아요. 이 귀염둥이들이 마을버스를 타면 승객들 하나 같이 웃으면서 훈훈하게 맞아주거든요. 이것이 물만골의 분위기입니다. 어르신들 모두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 다들 고생만 하고 지금까지 사셨을 텐데, 건강하시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안전한 운행으로 어르신들 잘 모실게요.”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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