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부지 마련·감리예산도 편성
- 구청장 “그 부지엔 150억 들어
- 대체 부지 찾으면 바로 착수”
- 기부 의지 부족 비판 나오기도

오태원(사진) 부산 북구청장의 ‘100억 원 기부’ 약속이 1년 6개월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오 구청장은 2021년 ‘양산시에 소년·소녀 가장을 위한 공공주택 100세대 건립을 위해 100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관련 사업은 한 발짝도 진전이 없다. 양산시는 자체 소유 부지 중 가장 좋은 땅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오 구청장은 해당 부지의 공공주택 건립비가 100억 원을 초과할 수 있다며 대체부지를 요구하고 있다.

25일 양산시에 따르면 오 구청장이 100억 원 기부를 약속하며 체결한 업무협약(MOU)에 따른 공공주택 건립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양산시는 물금읍 인근에 공공주택 부지(1만8285㎡ 중 약 4000㎡)를 선정하고 설계·감리 등을 위한 예산 약 12억 원을 편성한 뒤 지난 4월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오 구청장 측이 이를 이행하지 않아 사업이 지지부진하다고 밝혔다.

오 구청장은 “해당 부지에 건물을 짓게 되면 150억 원 이상이 예상되는 만큼 대체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양산시가 제안한 곳은 하천 인근이어서 난공사가 예상되고, MOU에 명시한 금액의 1.5배 이상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오 구청장은 “(양산시가 공문으로 제안한 부지는)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취약계층 아이들의 생활터로 적합하지 않다”며 “‘양산시가 대체 부지를 제시하고 건물을 설계하면 바로 공공주택 건립에 착수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산에는 2~4년 뒤 대규모 스포츠단지가 조성될 가능성이 큰 지역이 있다. 이 인근에 부지가 확보되면 공사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양산시는 자체 보유 중인 부동산 중 가장 좋은 곳을 제시했기 때문에 더 좋은 부지를 내놓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 부지는 도시철도 양산역과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등 시내 인근에 자리한다. 양산시 관계자는 “새 부지를 매입하면 양산시 예산을 넘어서기 때문에 시가 기존 갖고 있는 땅을 제안할 수밖에 없다”며 “시가 소유한 다른 부지는 산 중에 있기 때문에 공공주택 수요가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입장차를 두고 오 구청장의 기부 의지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특히 양산시는 오 구청장 측이 사업비 초과를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자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안도 제시했으나, 오 구청장 측은 MOU에 명시한 100세대 규모 주택을 지어야 한다며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업은 2021년 12월 양산시와 당시 계담종합건설 대표였던 오 구청장 사이 MOU를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오 구청장은 지난해 제8회 지방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북구 주민 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내용의 언론기사 링크를 담은 홍보 문자 18만 통을 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1심에서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오 구청장은 “소년·소녀 가장의 보금자리를 짓겠다고 한 약속은 지키고 싶다”며 “추가 투자 유치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