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승진 비리 등으로 부산항운노조를 압수수색한 검찰이 노조원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항운노조의 특수한 채용·승진 구조와 부실한 내부 시스템으로 비리가 끊이지 않아 제도 보완과 함께 자정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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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한 항만터미널 야적장. 국제신문 DB |
19일 국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7월 11일 부산지검이 부산 중구의 부산항운노조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후 노조원 수십 명이 배임수재 등 혐의로 이미 기소됐거나 기소될 예정이다. 현재 기소 인원은 모두 22명으로 아직까지 수사 중인 사건도 많아 인원은 더 늘어날 예정이다. 대부분 승진 채용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에도 항운노조 내부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는 노조의 독특한 구조 때문이다. 항운노조는 취업 후 노조원이 되는 형태가 아니라 노조 가입을 해야 항만 업체에 취업할 수 있는 ‘클로즈드 숍’(Closed Shop)이 대부분이다. 또 일반 노조와 달리 조합원 채용·지휘·감독 권한이 있다. 노조 가입이 취업으로 이어지기에 가입하려면 수천만 원의 뒷돈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지부 내 조장 반장 등으로 승진할 때 역시 비슷하다. 24명의 지부장이 각 지부 내 승진을 추천하고 집행부가 이를 승인하기 때문에 간부급에게 많은 뒷돈이 쏠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30명의 조합원을 관리하는 반장은 맡은 일에 비해 많은 연봉을 받아 선호하는 보직이다.
이 같은 사실은 이번 압수수색과 관련해 처음 열린 재판 과정에서 잘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김태우 부장판사)은 지난 18일 배임수재 혐의로 기소된 항운노조 소속 지부장 A 씨 등 노조원 6명의 공판을 열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5월 반장으로 승진하려면 3000만 원 정도 있어야 한다는 말을 전달해 B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같은 지부의 반장인 C 씨는 D 씨가 ‘노조 정조합원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하자 A 씨에게 전달했다. A 씨의 승낙 후 정조합원이 된 D 씨는 C 씨에게 5000만 원을 줬고, 이 중 3000만 원을 A 씨가 받았다. 이들은 대부분 혐의를 인정했지만 일부는 청탁 액수에 대해 부인했다.
2019년 검찰의 대규모 채용 비리 수사 이후 항운노조는 채용독점권을 내려놓고 공개채용제를 도입해 채용 관련 비리는 사라지는 추세지만 승진 비리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항만 관계자는 “제도 허점을 악용한 일부 간부가 노조 전체를 욕 먹인다”며 “인사와 관련해 더 엄격한 심사·징계가 필요하며, 금품 수수자는 물론 공여자에도 엄벌이 내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