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해·중상해 등 예산 역시 부족
- 피해자 지원금도 쥐꼬리 수준
- 지자체 동참 등 제도 개선 절실
최근 ‘묻지마’ 등의 수식어가 붙는 이상 동기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지만 피해자와 유족은 합당한 경제적 배상조차 못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능력이 부족한 가해자가 대부분이라 이들에게 피해 배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이에 대비해 정부가 마련한 구조금도 충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피해자를 조금이라도 위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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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관악구 등산로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현장 인근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엽서와 꽃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
25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4월 부산에서 살해당한 A 씨의 유족 2명이 받은 구조금은 모두 합해 4000만 원 선에 그쳤다. 유족구조금은 범죄피해자 보호법에 따라 범죄 피해 전부 또는 일부를 배상받지 못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지급된다. 검찰은 이 사건 가해자가 무직 상태로 피해 배상 능력이 없다고 보고 범죄피해자구조금심의회를 열어 구조금 지급을 결정했다.
보통 유족구조금은 피해자의 사망 당시 받았던 월 평균임금에 일정 개월 수를 곱한 금액으로 책정한다. 만약 피해자가 고정적인 수익이 없었다면 대한건설협회에서 매년 고시하는 보통인부 노임단가를 기준으로 월 평균임금을 산정한다. 개월 수는 유족의 성격에 따라 24~40개월로 달라진다. A 씨 역시 고정적인 수익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당시 보통인부 노임단가(일 15만7058원)에 의해 정해진 월 평균 임금에 부모에게 지급되는 일정 개월 수를 곱해 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살인 사건 피해자 유족이 받은 구조금 역시 비슷한 수준이다. 2020년부터 지난 7월까지 부산지역에서 지급된 유족구조금은 49건 32억7026만 원으로 건당 평균 6674만 원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에서는 485건 301억4180만 원, 건당 6214만 원이 지급됐다.
유족구조금 외에 장해,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지급되는 구조금 역시 적다. 4년간 부산에서 지급된 장해구조금은 5건·1억105만 원으로 평균 2021만 원, 중상해구조금은 5건·8249만 원으로 평균 1649만 원이다. 검찰은 구조금 외에 치료비·심리치료비·생계비 지급 등을 하지만 이 역시 300만 원 안팎에 그친다.
구조금이나 지원액이 적은 이유는 한정된 재원 때문이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지급하지만, 이 기금은 범죄자들로부터 거둬들인 벌금의 8%를 떼어 조성해 재원 증가에 한계가 있다. 비영리 단체인 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있지만 역시 예산난에 시달리고 있다. 각 기초지자체는 관할 범죄피해지원센터에 예산을 지원할 수 있지만, 현재 부산 16개 구·군 중 10곳 뿐이다. 부산진구·금정구 등은 최근 조례를 제정하고 범죄피해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 때문에 범죄 피해 간접 지원비보다 직접 지원비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지선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피해자 지원 단체에 대한 지원비를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쓰다 보니 인건비 같은 간접 지원비가 직접 지원비보다 많은 상황”이라며 “피해자의 피부에 와 닿는 회복이 가능하도록 직접 지원 비율을 늘리고 구조금 지급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