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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살림만 했던 아지매, 年 20만 체험객 찾는 어촌 일궈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36> ‘바다백미’ 이창미 대표

  • 고영삼 은퇴설계전문가(사회학 박사)
  •  |   입력 : 2023-10-17 18:47:59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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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서 거제도로 시집갔던 여인
- 얼떨결에 마을 수익사업 도맡아
- 고객과 소통하며 체험명소 키워

- 경기도 백미리마을서 스카우트
- 성실·소득·공정 원칙으로 운영
- 하루 1000명 몰리는 어촌마을로
- 수입 26억 원 달성… 귀어인 유치
- 대통령 표창 등 잇단 수상 영예


◇ 이창미의 인생Tip

- 먼저 사람을 우선시하라. 그들의 마음속에 공감을 일으켜라

은퇴하고서 농촌으로 가듯이 어촌으로 돌아가는 이도 있다. 이른바 귀어귀촌(歸漁歸村). 어촌은 농촌만큼 조용하기도 하지만 관광이나 신산업을 일으키는 덴 농촌 이상이다. 수산해양 쪽은 개발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기 때문. 하지만 역시 보통 사람들에겐 어렵다. 그런데 여성의 몸으로 대박 행진을 하는 이가 있다기에 만나보고 싶었다. 마침 부산에 행사가 있어서 고향에 온 그녀를 부산역에서 만났다.
이창미(오른쪽 앉은 이) 바다백미 대표가 백미리 어촌마을에 단체 체험학습을 온 아이들에게 갯벌에 서식하는 어패류의 생태를 설명하고 있다.
-어떤 행사에 오신 건가요? 자신을 소개 좀 해주시겠어요.

▶‘2023 세계어촌대회’입니다. 전 세계 17개국의 장·차관급 대표단 전문가들이 참여하여 어촌의 현재와 미래를 논의한다고 합니다. 3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에 저는 발표자 자격으로 왔습니다. 저는 현재 ‘바다백미’라는 예비사회적기업의 대표입니다. 지난 3월 31일 수산인의 날에는 ‘창미수산’ 대표로 대통령 표창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를 백미리 어촌체험휴양마을 사무장으로 알고 계십니다.

-백미리 어촌체험휴양마을은 어디 있나요?

▶백미리는 경기도 화성지역에 소재한 인구 320명 되는 마을입니다. 백미리 어촌체험휴양마을은 드넓은 갯벌과 함께 도시인들에게 망둥이 낚시나 갯벌 마차 등 다양한 어촌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입니다.



이번에 만난 이는 특별하다. 시작은 지극히 평범했다. 하지만 에너지가 뿡뿡인데, 백미리를 해양수산부에서 운영하는 어촌체험휴양마을 정책의 대표 마을로 만든 장본인이다. 한적하기 짝이 없던 백미리를 연간 20만 명의 외래인들이 방문하고 중국 등 해외에서도 찾아오는 핫 플레이스로 만든 것. 지금까지 받은 상만 해도 대통령 표창,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 등 예닐곱 개나 된다.



-부산이 고향이라던데 경기도 화성까지 가셨군요. 어떤 계기로 가셨나요?

이창미(오른쪽) 대표가 지난 3월 경남 통영시 영운항에서 열린 제12회 수산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뒤 윤석열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부산진구 부전동에서 태어나 경남 거제 가조도라는 섬으로 시집갔던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가조도에서 활동하던 중 2012년에 백미리로 스카우트되어 갔습니다.

-스카우트요? 자세하게 말씀해 주세요.

▶거제 가조도는 거제 삼성중공업 앞에 있는 유인도입니다. 1987년 25세 때 한 남자를 만나 그곳에 시집을 갔죠. 처음엔 췌장암에 걸린 시부모님을 봉양하며 도시사람도 섬사람도 아닌 채 지냈습니다. 피조개 종패나 자망 통발을 하며 20년 넘는 세월을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여인으로 지냈어요.

-그리고요?

▶환경에 철저히 지배받는 삶 속에서 시름이 깊었는데, 2008년 어느 날 거제시로부터 제가 살던 계도마을을 어촌체험마을로 만들도록 요구받았습니다. 45세 때였죠. 그리고 마을 사무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운영비도 뭐도 없었어요. 심지어 마을위원장님이 농협에서 대출받은 1000만 원으로 개소식을 준비할 정도였어요. 사업에 확신도 없었죠. 그런데 생각해 보니 1000만 원 꾼 돈이 문제더군요. 고민하다가 사업을 일으켜 돈을 갚자고 결심했어요. 그래서 해상콘도와 낚시터 시설을 더 손보았습니다. 그런데 이게 씨앗이 되더군요.

- 씨앗요?

▶그해 4월 22일 진주에서 한 가족이 오셨어요. 그들로부터 자문을 받아 서비스를 혁신했죠. 그랬더니 그분들이 네 가족을 모셔 왔는데 또 나름 최선을 다했더니 그다음에 여덟 가족이 오시더군요. 복리의 법칙 아시죠? 이렇게 확산 반복되더니 계도마을이 낚시인들로 붐비는 섬이 되더군요. 놀라웠어요. 3개월 만에 빚을 갚아버렸어요.



아인슈타인은 복리의 법칙을 ‘인류가 발견한 가장 위대한 수학적 발견이며 세계 8대 불가사의’라고 한 바 있다. 복리의 마법으로 거부가 된 워렌 버핏은 ‘복리는 언덕에서 굴리는 눈덩이와 같다’고 한 적이 있다. 이창미 사무장은 이 이치를 실제 경험하곤 눈이 확 뜨였다고 한다.



-가만히 있는데 복리의 법칙이 일어났던 건 아니죠?

▶당연하죠. 방문 고객들에게 귀찮을 정도로 자문을 구했습니다. 고객 관점에서 섬을 변화시켰고요. 그리고 고객 개인카드도 만들어 개별화된 요구에 철저히 부응했어요. 또 저를 혁신하기 위해 경상국립대학교 최고경영자과정에 등록해 공부도 했어요. 그때 우리나라에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하여 인터넷 홍보도 많이 했죠. 또 마침 거가대교도 개통되었어요. 계도마을이 제대로 떠 버렸어요.

-그러다가 정말 스카우트 되신 거군요. 경기도의 한 어촌까지 가셨는데 적응하는 데 문제는 없었나요?

▶계도마을을 혁신시킨 열정을 백미리마을에 쏟아달라는 요청을 받았죠. 저의 나이 49세, 활동무대를 바꿔서 도전해 보고 싶더군요. 2012년 4월 이사를 했습니다. 당시 백미리는 120여 명의 어촌계원이 있는 평균 연령대가 75세인 전형적인 반어반농 지역이었어요. 적응요? 문제없었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사심 없이, 놀랄 만큼 열심히 하니 외지인 사무장이 어떻다는 이야기가 떠돌 수가 없었어요. 텃세요? 그건 깊이 있게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죠. 저는 원칙을 정했습니다. 내가 제일 열심히 한다. 마을의 소득을 늘린다. 공정하게 나눈다. 이 원칙을 정하여 일하니 문제가 일어날 틈이 없었어요.

-그럼 그러한 원칙을 정하여 어떤 성과를 보였나요?

▶결과적으로 생선 비린내 나던 조용한 마을을 연간 체험여행객이 20만 명이나 되는 마을로 변화시켰죠. 하루에 1000명이 몰려오시는데 물 때 때문에 조절하여 연간 13만 명 선으로 유지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안내하고 음식 제공하는 일자리도 꽤 늘었죠. 14명의 젊은 귀어인을 유치했고 이제 관광 등 마을 공동수입이 26억 원에 이릅니다. 영어조합법인 수익 25억 원, 어업생산 분야 30억 원 매출은 별도입니다.



이 정도라면 정말 영화에서나 볼 법하다. 2013년에는 영어조합법인을 설립했고 2015년에는 해양수산부와 한국어촌어항협회가 만든 제1회 ‘행복한 어촌’ 1등급 지정을 받았고, 대한민국 해양관광 대상을 받았다. 해양수산 신지식인 선정, 경기도지사 표창, 전국 어촌체험마을 전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2016년에는 수산물가공공장을 준공했다. 2018년에는 ‘바다가 꿈’ 최우수상을 받았고, 어촌뉴딜 300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었다. 2019년에는 해양수산부가 전국 지자체 및 어촌계 지도자 200명을 백미리 마을에 견학을 시키게 만들었다.



-놀랍군요. 올해 백미리 지도자 생활 12년째인데 철저한 자기관리를 하실 것 같아요.

▶모든 게 마을 어르신들께서 호응해 주신 덕분인데 특히 김호연 어촌계장님도 훌륭하십니다. 2016년 어르신들 자서전 만들기 사업을 했는데 어르신들 못 배운 한 때문에 출판기념회가 울음바다가 된 적이 있어요. 우리 서로가 마음의 문을 더 연 계기였어요. 공감의 중요성. 사람 중심으로 생각해야 함을 더 느꼈어요. 그 뒤 어르신들 자존감 고양을 위해 문화센터 공동샤워실 편의점을 만들고 또 바리스타 교육을 시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가 먼저 명품이 되게 한 후 발전을 위한 동기를 부여했습니다. 철저히 현장 중심이었습니다. 문제를 발견하면 공부를 했고 외부 도움이 필요하면 연결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해 자매결연을 한 곳 만해도 삼성생명 건강보험공단 등 200여 곳입니다. 앞으로는 어농촌과 도시의 공감 결연을 강화하는 일을 할 것입니다.



이창미. 올해 60세인 그녀는 일을 앞두고 있으면 밥도 먹지 않는다. 가슴이 설레기 때문이란다. 그 바쁜 와중에 한경국립대 대학원 과정도 밟고 있다. 누군가 그녀에게 미친 여자라 하면 대꾸했다. “그래 너는 미쳐라도 보았어?” 그 대신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잡고 발걸음 맞추는 데 늘 진심이다. 공감 우선이다. 어쩌다 발을 담근 지 15년 만에 한국 어촌마을의 중심 셀럽이 된 것은 이 나라에 주어진 선물과도 같은 일. 운명은 그녀에게 깃들어 있다.

◇ 어촌체험휴양마을이란

해양수산부가 도시인들이 어촌에서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시설을 조성한 마을이다. 해당 어촌의 입장에서는 마을 수익을 일으키는 데 도움이 된다. 전국에는 총 120여 개 마을이 있으며, 마을마다 체험학습 해양레저 트레킹 워케이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부산에는 기장의 공수마을, 강서구의 대항마을, 영도구의 동삼마을이 지정받았다. 경남에는 스무 개가 넘는데 거제면 산달도마을, 남해 설천면의 문항마을, 남해 고현면의 이어마을이 우수어촌마을로 지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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