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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암매장터 찾은 생존자들 “너무 늦어 죄송합니다” 유해 발굴 촉구

영화숙·재생원 희생자 위령제

  •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  |   입력 : 2023-10-23 19:43:10
  •  |   본지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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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산에 묻힌 이들 원혼 달래야”
- 진실화해위 “직권조사 뒤 판단”

“채 피지 못하고 여기 이름모를 야산에 묻혀있는 형제 자매들에게 고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 부모 형제의 따뜻한 사랑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아무 잘못도 없이 영문도 모른 채 이름마저 생소한 영화숙·재생원, 그 지옥 같은 곳에서 고통과 굶주림 그리고 폭력에 멀리 하늘 나라로 가신 형제 자매님. 겨우 살아남은 생존자들이 6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이제 찾아왔습니다. 너무 늦어 죄송하고 미안합니다.”(손석주 영화숙·재생원피해생존자협의회 대표)
23일 사하구 구평동 을숙도대로 소재 야산에서 영화숙·재생원 피해생존자협의회 손석주 대표와 피해생존자들이 과거 원생들의 시신이 매장됐던 지역에 헌화하고 있다. 이원준 기자
23일 오전 11시 부산 사하구 구평동 한 야산 초입. 눈앞에 차려진 분향소를 바라보며 어르신들이 연신 눈가를 훔쳤다. 예전 영화숙·재생원에 갇혀 인간 이하의 삶을 강요받았던 피해생존자들이다. 이들의 눈물에는 세상에겐 잊혔지만 본인은 결코 잊을 수 없었던 고통, 살아 남은 자로서 억울하게 죽은 이를 위로하지 못한 미안함이 한데 섞였다. 상 위에 가득 차려진 술과 음식이 먼저 간 이들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리라 믿으며, 생존자들은 향을 피웠다. 이후 직접 가파른 야산을 올라 주검이 돼 흙으로 사라졌을 친구들을 위해 국화를 내려놓았다.

영화숙·재생원 피해사망자 위령제- 1960~70년대 부산의 집단수용시설인 영화숙·재생원의 피해사망자 위령제가 열린 23일 부산 사하구 구평동 소재 야산 앞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생존자들이 사망자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이원준 기자
영화숙·재생원에서 생을 마감해야 했던 이들을 위해 협의회는 이날 위령제를 올렸다. 제사가 치러진 야산 일대는 60여 년 전 암매장터로 쓰였다. 소나무를 뽑아 생긴 구덩이에 아이 시신을 넣어 흙을 덮는 식이었다. 아이들은 부실한 끼니에 배를 곪아서, 심하게 맞아, 때론 병원에 못 가 목숨을 잃었다. ‘군대식 관리’로 표현되는 시설 내 인권유린의 결과였다. 영화숙·재생원은 1961년 무렵 사하구(당시 서구) 장림동으로 옮겨왔다. 이전에는 서구 동대신동에서 소규모로 운영됐으나 이전 이후 최대 1200명을 수용했다. 이후 15년 가까이 운영되다 1976년 공식 해산했다. 당시 참상은 현재 일대에 들어선 골프장 공장 등에 덮여 가려졌다.

협의회는 유해 발굴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금도 사망자의 유해가 묻혀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선례도 있다. 지난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경기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의 유해조사를 시작했다. 위원회는 선감학원 아동인권 침해사건 진실규명 보고서에서 선감학원 운영·관리주체였던 경기도에 유해 발굴을 권고했다. 그러나 경기도가 난색을 표하자 위원회가 직접 7억7000만 원을 들여 유해 조사에 나섰다.

손 대표는 “현재 사하경찰서 부근에 당시 시설이 있었고, 그 뒷산 일대에 아이들의 시신을 묻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유해 발굴에 나서 원혼을 달래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인 사안으로, 현재 진행 중인 직권조사 결과가 나온 뒤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지난 8월 영화숙·재생원 사건의 직권조사를 결정하고 당시 피해자들을 상대로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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