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아영이의 심장을 선물 받아 기적과 같이 삶을 이어 나간 지 100일 가까운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아이가 누리는 평범한 일상은 모두 아영이 덕분입니다.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아영이를 기억하겠습니다.”

4년 전 발생한 부산 동래구 ‘신생아실 학대’ 사건의 피해자 고 정아영 양의 아버지 정모(46) 씨는 최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을 통해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아영이의 장기를 공여받은 이름 모를 아이의 주치의가 쓴 편지였다. 편지에는 ‘아영이의 심장은 돌 무렵 심부전으로 입원해 심실 보조 장치에 의지해 400일 넘게 병원에 갇혀 지내던 아이가 받았습니다. 아이가 입원해 사계절이 지나고 두 번째 봄, 여름을 맞이할 무렵 아영이를 통해 생명을 선물 받았습니다’며 ‘다인실 창문을 통해 보던 세상이 전부이던 아이는 (아영이) 덕분에 비로소 흙도 밟고 집에서 또래 아이처럼 지내고 있습니다’는 내용이 쓰여 있었다.

신생아 학대 사건으로 의식불명이었던 아영이는 지난 6월 4명의 아이에게 새 생명을 나눠주고 세상을 떠났다. 가족 제공

정 씨는 이날 국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아영이 덕분에 다른 누군가가 건강을 회복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감사하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심이 담긴 편지가 감동적이기도 하고, 아영이의 삶에 의미가 더해진 것 같아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아영이는 2019년 10월 태어난 지 일주일도 안 돼 간호사에 의해 내동댕이쳐지는 모습의 영상이 공개돼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아영이는 두개골 골절로 의식불명에 빠져 4년 가까이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오다 지난 6월 뇌사 판정을 받았다. 정 씨는 “우리 아이와는 헤어지겠지만, 생명이 위독한 아이가 단 한 명이라도 더 건강을 되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영이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고, 아영이의 심장과 폐, 간장과 신장을 이식받은 또래 아이 4명이 새 삶을 얻었다(국제신문 지난 6월 30일 자 1면 보도).

정 씨는 장기를 공여받은 아이들의 건강해진 모습이 보고싶다고 했다. 아영이는 계속 누워 지냈지만, 아영이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은 아이가 활기차게 뛰노는 모습을 보면 힘이 날 것 같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법적으로 장기 기증자의 유족과 수혜자는 서로의 정보를 알 수 없다. 정 씨는 “아쉽지만 아영이의 장기를 받은 아이들이 건강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은 아영이가 세상을 떠나고 맞는 생일이었다. 가족들은 지난달 31일 아영이가 영원한 안식에 든 곳을 찾았다. 부모는 늘 병상에 누워있던 아영이가 하늘에서는 건강하게 뛰어놀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아영이 덕분에 친구들이 건강해졌대. 고마워 우리 딸. 생일 축하해.”

아영 양의 장기를 공여받은 이름 모를 아이의 주치의가 아영 양 부모에게 보낸 감사편지. 가족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