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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637> 셀주크와 오스만 ; from 돌궐=튀르크

  • 박기철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  |   입력 : 2023-11-06 19:32:1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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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크고 많은 부침을 겪은 땅은? 소아시아로 불리는 아나톨리아 반도가 아닐까? 가장 오래된 인공구조물이 아나톨리아에서 발굴되었다. 괴베클리 테페 신전이다. 신석기 시대가 시작되었다는 BC 1만 년 때 유적이란다. 그렇다면 수메르문명보다 4000년 이상 앞선다. 인류 최초 도시문명일지 모를 BC 7000년 때의 차탈 휘크도 아나톨리아에서 발굴되었다. 그렇다면 1만여 년 전후 아나톨리아에서 살던 사람들이 지금 튀르키예 사람들의 조상일까? 그렇지 않다. 왜?

돌궐이 아나톨리아로 서진해 이룬 셀주크와 오스만제국
선사시대를 지나 역사시대에 들어서 아나톨리아에 처음 등장하는 국가는 히타이트다. 철기문명을 먼저 이루며 BC 약 1700년 전부터 500여 년 동안 존속했다. 히타이트가 이집트와 싸우다 카데시에서 조약을 맺었다. BC 1274년 인류 최초 평화조약이다. 이후 국력이 기운다. BC 약 1200년 히타이트가 바다 민족한테 망할 무렵 트로이도 아나톨리아에 있었다. 트로이는 그리스와 10년 전쟁 후 졌다. 나중에 아나톨리아 서부 해안의 밀레토스는 그리스의 식량기지 및 식민도시가 된다. 그 와중에 아시리아 신바빌로니아 페르시아가 아나톨리아 땅을 차지했다. 이후 마케도니아한테, 또 로마한테 복속되었다. 그럼 아랍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이 튀르키예 사람들 조상일까? 또 그렇지 않다. 왜?

7세기에 아나톨리아 땅도 이슬람제국한테 복속되었다. 이슬람제국이었던 압바스 왕조는 751년 당나라와 맞서 싸웠다. 이 탈라스 전투 승리에 돌궐족은 큰 기여를 했다. 흉노족 이후 강성했던 돌궐(突厥)족은 ①돌궐제국(552~745년)을 이루었었다. 북방 아시아계 돌궐족은 이슬람화되며 서진한다. 게르만족 대이동에 비견될 튀르크족 대이동이었다. 아나톨리아 땅에 자리 잡은 돌궐족, 즉 튀르크(Turk)족 출신 셀주크(Seljuk) 장군의 후예들이 ②셀주크튀르크제국(1040~1307년)을 세웠다. 돌궐인은 아랍인을 대체하며 이슬람 주도세력이 되었다. 이들이 예루살렘까지 차지하자 1095년부터 약 200년 동안 9차에 걸친 십자군 전쟁이 일어났다. 기독교세력이 물러났으니 셀주크튀르크가 지진 않은 셈이다. 하지만 몽골군이 쳐들어오자 망했다. 돌궐족이 세운 셀주크튀르크의 한 족장이었던 오스만(Ottoman) 1세가 ③오스만튀르크제국(1299~1922년)을 세웠다. 7대 술탄 메메드 2세가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했다. 1453년! 세계사의 결정적 분기점이다. 2000년 로마가 무너짐과 동시에 중세가 끝나며 근세가 시작되는 해다.

세계사를 쥐락펴락한 오스만튀르크제국은 유럽을 다 먹으려 했다. 합스부르크왕국 수도 빈까지 쳐들어갔다 실패했다. 러시아와는 12차례나 싸우다 끝내 졌다. 1차대전 때 독일 쪽에 서며 패전국이 되었다. 최후의 이슬람제국은 지도에서 사라졌다. 패망 후 20여 개의 독립국들이 생겼다. 영광스러운 제국 기억 때문인지 쪼그라진 튀르키예공화국은 국가 기원을 돌궐족이 섰던 552년으로 삼는다. 그러므로 튀르키예 사람들의 공식적 조상은 아나톨리아 원주민도 혼혈인도 아니다. ①돌궐제국 이후 아나톨리아 땅으로 들어와 ②셀주크제국과 ③오스만제국을 세웠던 돌궐족=튀르크족이다. 정말로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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