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여기 신호등 필요해요” 학생이 직접 만드는 안전 통학로

위태로운 통학로 안전해질 때까지 <10> 리빙랩 활용한 문제 개선

  • 박주현 기자 qkrwngus30@kookje.co.kr
  •  |   입력 : 2023-11-07 18:43:24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서울 성동구 2018년 시작 리빙랩
- 학부모·학교·주민 등 의견 내고
- 기관 간 협업으로 위험요소 해결

- 실제 통학로 반영 메타버스 게임
- 학생이 문제 찾고 개선방안 고민
- 지도사와 등하교 ‘워킹 스쿨버스’
- 사고 ‘뚝’ 타 지자체 우수 사례로

- 부산시, 내년 리빙랩 사업 추진
- 영도선 참사 후 주민 머리 맞대
- 지역 여건 맞춘 안전 해법 기대

“밖에는 차가 오니까 인도로만 가야 해.”

이현정 서울 성동구 교통안전지도사가 저학년 학생들을 인솔하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8시, 국제신문 취재진은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워킹 스쿨버스 등굣길을 동행했다. 아이들은 두 줄씩 일렬로 지도사를 따라가며 차근차근 학교로 향했다. 이 지도사는 아이들의 ‘까르르’ 웃음소리 사이 틈틈이 “계단에서는 앞을 잘 봐야 해”, “좌우 살피고 횡단보도 안으로 가자”고 지도했다.

성동구는 교통안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어 타 지자체로부터 우수사례로 꼽히고 있다. 보행자 교통사고 사상자가 2014년 334명이었던 반면 지난해에는 216명으로 35% 감소했다. 취재진이 성동구 현장을 방문한 이유다.

워킹 스쿨버스는 지도사가 어린이를 데리고 등하교하는 집단 보행 시스템이다. 성동구는 2014년 전국 최초로 워킹 스쿨버스를 도입해 현재 38개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관내 초등학교 저학년 (1~3학년)학생 가운데 5명 중 1명이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방학 기간에도 운영한다. 이 지도사는 “아이들을 등하교시키는 역할도 있지만 고학년 학생이 돼 혼자서도 안전하게 다니도록 교통 안전 수칙 등을 함께 지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원준 성동구 교통행정과 주무관은 “지도사가 학부모에게 수시로 등하교 상황에 대해 알리고 학교마다 수요조사를 통해 노선을 여러 개 운영하는 만큼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98%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성동구 행당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교통안전지도사를 따라 집단 보행 시스템인 워킹 스쿨버스 등교를 하고 있다. 박주현 기자
■민·관 현장서 답 찾아

구에서는 이와 같은 정책의 기초가 되는 건 2018년부터 진행한 안전통학로 리빙랩(생활 실험실)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에서 하향식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일반적인 방법과는 다르게 리빙랩은 현장에서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찾는 상향식 정책 결정 과정이다. 이는 보다 민주적인 방식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같은 날 오후 2시, 경동초 저학년 학생들이 속속 하교했다. 교문을 나와 학교 오른쪽 도로로 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190m가량 이면도로였던 이 도로는 구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시교육청 등과 협의한 끝에 학교 부지 일부를 활용해 보행 공간 확보를 이뤄냈다. 기존 학교 담장을 허물고 일부 공간으로 보행로를 만든 것이다. 차도에서 무방비 상태로 아이들이 등하교했던 과거와는 다르게 보·차도가 분리돼 있어 사고 우려가 줄어들었다.

리빙랩으로 학부모와 학생, 학교로부터 이 문제에 관한 의견을 받았고 기관 간 협업으로 만든 성과다. 설태연 구 교통행정과 주무관은 “문제 해결을 위해 유관기관끼리 40차례가량 면담했다”며 “계속해서 협의한 끝에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2018년부터 시작된 성동구 안전통학로 리빙랩은 학교별 학부모, 교사, 주민 등이 참여해 직접 등하굣길을 다녀보며 의제를 발굴하고 워크숍에서 개선 아이디어를 나눴다. 지난해에는 응봉초 4·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게임인 로블록스를 활용해 리빙랩을 정규 교과 과정 때 진행했다. 실제 통학로를 반영한 게임을 하면서 학생들이 문제를 깨닫게 하고 흥미를 유도했다. 장달덕 구 스마트도시과 팀장은 “앞선 사업에서는 어른의 시선으로 통학로 개선에 나섰다면 이제는 아이들 시선으로 리빙랩을 진행하자는 취지”라면서 “수업에서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리빙랩 사례를 소개하고 학생이 찾아낸 위험 요소 해결 방법에 관해 토론하는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직접 게임을 해보니 무단횡단을 하면 게임이 끝나는 등 학생이 교통 안전 수칙도 익히게끔 구성돼 있다.

리빙랩을 하면서 학생들은 ‘학교 앞에 신호등이 있으면 좋겠다’, ‘학교 지킴이 선생님이 여기 계셨으면 좋겠다’ 등 여러 의견을 냈다. 장 팀장은 “학생들이 통학로를 다니면서 느꼈던 위험한 점을 솔직하게 제시했다”며 “관련 부서로 의견을 이관했고 현재는 문제가 다 해결된 상태”라고 밝혔다.

■부산형 안전 해법 절실

지난달 25일 오전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학부모회가 통학로에서 ‘청학 언덕길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 중 하나로 교통안전캠페인을 하고 있다. 김채호 PD
부산에서도 통학로 안전 개선을 위해 리빙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영도구 청동초 황예서 양이 지난 4월 어린이보호구역에서 목숨을 잃은 뒤 청학언덕길 마을교육공동체는 리빙랩 형태로 안전한 등하굣길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이 사업은 시민이 지역 문제를 발굴하면 공공기관이 함께 해결 방법을 찾는 부산지역문제해결플랫폼의 의제로 선정돼 9월부터 진행되고 있다. 배우리 공동체 대표는 “참사 이후 통학로 위험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고 느꼈다”며 “아이들로부터 어른이 생각지도 못했던 등하굣길의 위험요소를 듣고 통학로를 개선하기 위해 주민 토론회를 여는 등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시교육청은 어린이통학로 종합안전대책의 일환으로 내년에 초등학교 한 곳을 선정해 ‘리빙랩 활용 안전한 통학로 만들기 사업’을 시범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통학로와 밀접한 학생·학부모·학교·주민, 유관기관인 지자체·교육청·경찰, 이를 자문할 전문가 그룹 등을 한 데 모아 지역 여건에 맞는 통학로 안전 해법을 찾고자 하는 취지다.

이미경 시 보행도시정책과장은 “문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주민인데, 이들이 해결 방안도 잘 찾아낼 수 있다. 통학로 안전 개선에 대해 그 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발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민의 인식 개선을 기대했다. 그는 “관에서 주도하는 정책과 다르게 시민이 직접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면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며 “예컨대 학부모가 자신의 견해대로 개선해야 한다고 고수하는 상황에서 리빙랩이 이뤄진다면 교통 전문가나 운전자 등의 의견도 들어볼 수 있게 된다. 대화하는 과정에서 의견이 절충되리라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회순 청동초 학부모회장은 “어느 한쪽 말만 들어서는 바뀌는 게 없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소통하다 보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면서 사업에 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배 대표 또한 “관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상=김채호 PD

※제작지원 : BNK부산은행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5. 5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6. 6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9. 9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0. 10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9. 9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10. 10주가지수- 2026년 10월 19일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6. 6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7. 7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8. 8“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끝나지 않은 '석면 공포'
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주 13.7시간 노동의 덫
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