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7만㎡ 규모 산 깎고 바다 매립
- 주민 “분진막 등 안전장치 없다”
- 작업 노동자도 숨져 수사 진행
“오늘만 암반 발파작업을 두 차례 했는데 집 문이 흔들릴 정도로 심한 진동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4년이나 이런 막무가내 공사를 계속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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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경남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 조성 현장 인근 마을에 소음 등을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현철 기자 |
9일 경남 고성군 동해면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 조성 현장. 양쪽 산을 깎고 가운데 바다를 매립하는 이 공사 현장은 십여 대의 덤프트럭이 암반과 흙을 실어 나르느라 분주했다. 왼쪽 산은 암반이라 발파 작업이 한창이었고, 오른쪽 산은 뿌연 흙먼지로 뒤덮였다. 시공을 맡은 A 사는 총 8404억 원을 들여 157만4366㎡의 산단을 조성 중이다. 지난 1월에 착공, 2027년 준공이 목표다. B 사는 산단이 조성되면 해양풍력발전 하부구조물과 조선 생산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주민은 공사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다. 현장에는 ‘시끄러워 못 살겠다! 네가 한번 살아봐라’ 등 시공사를 성토하는 현수막도 여러 장 내걸려 있었다. 매정마을 주민 강정남(여·78) 씨는 “암반을 깨는 폭음과 먼지로 창문을 열어놓고 생활하지 못할 정도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을 주민 차도남(70) 씨도 “시공사로부터 마을발전기금을 받고 공사를 할 수 있도록 협의했다. 그런데 이 정도로 심할지는 몰랐다”며 후회했다. 실제로 공사 현장에는 울타리나 분진막 등 대기환경 저감장치가 없어 보였다. 현장에 동행한 고성 양촌·용정 일반산업단지 조성 군민대책위 관계자는 “공사 현장과 마을 사이에만 울타리를 설치한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공사다. 산단 내 암반 발파현장에는 어떠한 안전장치나 분진막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현장은 해경 수사도 받고 있다. 지난 3일 바다 석축 공사에 투입된 30대 잠수사가 작업 중 숨진 탓이다. 해경은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위반 여부를 가리는 수사에 착수했다. 해경은 숨진 잠수사가 속한 도급업체의 안전 관리자 등을 불러 2인 1조 잠수, 적정 작업 시간 준수, 현장 감시자 배치 등 안전 조치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여부를 살필 계획이다.
부산고용노동청도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확인한다. 원청인 A 사와 도급업체 모두 상시 근로자 50인 이상이라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다.
부산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안전상 문제점이 발견되면 원청과 도급업체 등이 사업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을 따져 관리·감독 책임 문제를 살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