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품수수 의혹 행안부에 투서
- 공사, 의혹 확인 위해 경찰 고발
- 연말께 인사 단행해 조직 쇄신
비위를 고발하는 투서가 접수되자 ‘도피성 사퇴’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부산도시공사 본부장급 간부(국제신문 지난 9일 자 1면 보도)가 결국 경찰 수사를 받는다. 부산도시공사는 이번 사건을 다룬 국제신문 보도가 나간 직후 곧장 대대적인 조직 쇄신을 단행, 연말 외부인사를 제외한 보직자 전원의 인사를 실시한다.
부산도시공사는 지난 1일 의원면직(자진 퇴직)한 본부장급 간부 A(60) 씨를 9일 경찰에 고발했다. 부산도시공사는 이날 본지 보도가 나가자 오전 김용학 사장이 주재하는 긴급간부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공무원 출신인 A 씨는 부산시와 일선 지자체의 고위 간부를 거쳐 2021년 부산도시공사의 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에 임명됐다. 임기를 1년이나 앞둔 시점에서 돌연 사의를 표명했으나 그 시기 행정안전부에 그의 비위 의혹을 담은 제보가 접수됐다.
부산도시공사는 “A 씨와 ‘2차례 이상 골프를 쳤다”는 민간 사업자의 제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제보자는 경남 김해시의 유명 골프클럽에서 A 씨와 라운딩을 한 것으로 특정했지만 날짜는 기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보에 ‘제대로 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실명을 밝히고 고소·고발을 진행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A 씨는 지난달 30일 사의를 표명했고, 도시공사는 다음 날 부산시에 이 사실을 보고한 뒤 지난 1일 A 씨는 의원면직 처리됐다. 공교롭게도 이날 A 씨의 비위 의혹을 담은 제보가 행정안전부에 접수됐다. 행안부는 제보 접수 하루 뒤인 지난 2일 공식 결재를 거쳐 시 감사위원회에 제보 내용을 전달한 만큼 제기된 의혹이 확인해야 할 만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시 감사위원회는 도시공사로 제보 내용 확인을 지시했지만 도시공사는 지난 7일에야 시의 감사 실시 통보를 공식적으로 접수했다. 결국 A 씨는 감사를 피할 수 있었다.
도시공사는 이날 긴급회의에서 내부 규정을 검토한 결과 ‘퇴직자도 비위사실이 발견될 때에는 고소·고발을 할 수 있다’는 조항에 따라 A 씨를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고발 결정은) 제보 내용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한 조처”라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가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 수사가 본격화하면 또다른 비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도시공사는 이와 함께 이날 조직기강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전격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업체와의 골프 금지 ▷업무관련 회의는 사내에서 진행 ▷재무 재난 분야를 제외한 심사·평가 관련 위원회는 외부위원으로만 구성 ▷보직자 전원 인사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부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은 “시민의 우려를 공사 전 직원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직기강을 다잡아 민간업체와의 부적절한 의혹이 제기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A 씨는 “제보 내용과 관련해 지금 드릴 말씀이 없다. 기회가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