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면 움직이는 바위가 있다는 설악산 계조암 길목을 들어서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사람 하나 없는 산길에 유리 벽에 갇힌 한 여인이 있어
나를 불렀느냐고 물어도 답이 없고
꺼내 드릴까요 물어도 답이 없어
홀로 물끄러미 한참을 들여다 보다
발길을 옮겨 다시 산길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아무리 발을 떼도 산길로 나아가지지 않고
측은한 마음만 더해져 다시 유리 벽 여인에게로 갔더니
의상은 더 없이 먼 나라 귀인의 옷이요
눈을 감은 채 지나가는 이를 보지도 듣지도 않고
어찌 보면 고요한 듯
또 어찌 보면 우는 듯
입술은 분을 삼키며 한을 되씹고 있는 듯
길에서 말이라도 붙이면
금방 받아칠 것만 같은 얼굴에
반찬 파는 가게의 아낙이라고 해도 좋을 듯한 저 보살은
계조암 가는 길목에서 가끔 사람을 불러 세우고는
말도 없이 눈을 감고
세파에 지친 얼굴로
자리를 지키고 있네
자리를 뜨지 않을 수 없어
길을 나서기는 했지만
올라가는 산길 내내
눈에 밟히고 발에 성기는
저잣거리 아낙의 한이 내 가슴에도 한가득
지극히 멀고 높은 곳에는 그분이 계시고
저잣거리 보살들이 바로 유리 벽 속 보살인 줄을
흔들면 움직이는 바위가 있다는 설악산 계조암 길목에서야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