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시공사가 22일 오후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주거환경 개선의 열쇠를 찾아: 함께 논의하다’를 주제로 주거정책포럼을 개최했다. 국제신문 기획 시리즈 ‘영구임대주택 30년 보고서’에서 지적한 대로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부산도시공사, 복지계 등 이 사안과 직접 관련이 있는 당사자끼리 모여 의견을 모의자는 취지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 영구임대주택 재건축 담당자를 초대해 먼저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의 사례도 들었다. 이날 포럼 참석자는 영구임대주택 노후화에 따른 문제점에 깊이 공감하고, 부산도 지금부터라도 현황을 파악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도시공사는 내년 현황은 물론 중장기계획까지 담은 백서를 만들기 위한 용역을 내년 초 발주하겠다고 밝혔다.

●영구임대 어떻게 정비할까

이날 포럼은 국제신문이 지난 9월부터 시작해 총 7회 보도한 ‘영구임대30년 보고서’ 기획기사를 브리핑하며 시작됐다. 포럼 참석한 패널들은 보도 내용에 공감하며 재정비될 영구임대주택은 지금보다 더 넓고, 밝고, 여러 계층이 어울어지도록 만들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회 이복조(사하4) 의원은 “지역구에 영구임대주택이 많아 입주민을 자주 만난다. 그 중에는 몸이 불편한 분이 많다. 그러나 국제신문 보도에서 수요자 입장에서 리모델링 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 바닥만 깨끗하면 뭐하나. 이런 분에게는 전동휠체어가 회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던지, 잡고 일어날 수 있는 핸드레일 같은 게 더 필요하다. 앞으로 영구임대주택이 개선된다면 입주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고민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면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복지포럼 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과거 영세민이 부담할 수 있는 관리비 규모 면적을 산정해 면적이 좁다. 2011년 최소주거 기준이 마련됐지만 이 또한 상당히 비현실적이다. 이후 10년이 지났지만 관련 논의가 없다. 이제라도 여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최저 주거 기준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 배양수 공공주택정비처장은 “서울도 40㎡ 미만 평형에 임대인 90%가 살고 있다. 이건 너무 좁기 때문에 노원구 하계5·상계마들단지 시범사업을 하면서 평형 확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서울에 가구원별 적정 평형 기준이 있었지만 그걸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입주민에게 물었다. 그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시범사업에는 36~84㎡ 평형까지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비용이 문제… 해결방법은?

포럼 참석자들은 노후한 영구임대주택 재정비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재건축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비용 문제를 가장 먼저 풀어야 할 숙제라고 지적했다. SH 배 처장은 “우리도 문제가 있다. 바로 정부 재정 지원이 안되는 것이다. 장기임대법을 근거로 사업을 하고 있긴 한데, 여기에 재정 지원에 대한 규정이 없다. 지금도 서울시와 협력해 국토교통부나 기회재정부에 지원을 요청하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부산시 박병준 공공주거공급팀장도 “일단 장기임대법이 개정돼 국비 지원에 대한 내용이 명확하게 되면 가장 좋을 거다. 그러나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 도시공사나 시에서 전적으로 재정을 투입하기로는 쉽지 않은 상태다. 만약 재정비가 추진된다면 서울시를 벤치마킹해 공공분양 등 다른 임대방식을 적용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 같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우리 시도 재정비 사업을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자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공사와 국토부 등과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자금 조달에 대한 제안도 있었다. 부산도시공사 박영수 복지사업처장은 “어차피 재정비까지 가려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도시공사에서 매년 부산시로 보내는 배당금의 일부를 노후 공공주택 재정비를 위해 따로 적립하는 걸 건의한다. 우리도 준비를 위해 재원을 조금씩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도 “도시공사 배당금을 기금으로 적립하는 건 저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부분은 박대근(북구1·국민의힘) 건설교통위원장을 비롯해 동료 의원과 함께 논의해보겠다”라고 환영했다.

●서울은 용적률 800%까지 고려

‘서울 모델’에 대한 궁금증도 쏟아졌다. 특히 비용 문제 해결을 위한 용적률 완화에 관심이 많았다. 배 처장은 “아직 발표된 내용은 아니지만 내부적으로는 용적률을 800%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현된다면 최고 65층짜리 초고층 임대주택이 생기는 셈이다. 임대세대와 분양 세대를 섞되, 누가 임대 아파트에 살고, 누가 분양 아파트에 사는 지 모르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플로어에서도 마이크를 든 SH 이동화 재건축사업부장은 “사업비 문제가 가장 큰 문제인데, 제3종일반주거 용도로 종상향을 하면 사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그래서 준주거지역으로 가야 한다. 15층 높이 아파트는 최소 일반상업지역으로 해서 용적률 800% 이상이 나와야 사업이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왜 이 땅을 종을 두 단계, 세 단계 상향해주냐 하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공공아파트 재정비를 민간과 똑같은 논리로 접근하면 절대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 공공분야의 재건축 사업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며 “아마 부산도 이런 내용을 공론화하고 논의를 뜨겁게 해야 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현실화 중점 둬 추진력 확보를

이 의원은 “제가 부산시와 도시공사에 꼭 부탁하고 싶은 것은 실태조사와 연구 용역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금 더 있으면 부산의 모든 영구임대주택이 30년이 넘게 된다. 그때가서 대책 마련하면 늦는다. 지금부터라도 가이드라인을 잡아서 해도 늦을 지 말지 모른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처장은 현재 도시공사가 백서 발간을 위한 용역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처장은 “영구임대주택과 관련한 백서를 만들기 위한 용역 발주를 준비하고 있다. 그간의 현황을 총 정리하고, 앞으로의 중장기 계획도 포함될 거다. 노후화한 영구임대주택을 유지할 때의 비용, 그리고 개발을 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도 용역 내용에 포함하려고 한다. 용역은 내년 내 완료되도록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비를 염두에 둔 용역으로 추진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 사무국장은 “오히려 지금이 영구임대주택에 대해 변화를 가져올 최적의 기회다. 이런 관점에서 도시공사의 용역이 ‘이참에 재정비를 하겠다’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 해보고 안 되면 안 하겠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됩니다. BTO방식이든 BTL방식이든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박 팀장은 “시에서도 영구임대주택 재정비에 대해 ‘이제는 해야 할 때’라고 인식하고 있다. 도시공사와 협업해 함께 논의하겠다. 시범사업이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검토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도시공사 김용학 사장은 “영구임대주택 재정비는 도시공사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용역도 우리가 혼자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만들어서 부산시에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시에서 요구사항을 말하면 그런 내용을 모두 포함해 시가 끌어주면 도시공사가 따라갈 수 있는 그런 백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오늘 포럼에서 나온 내용도 최대한 반영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