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입구
- 4억 들여 보행환경 개선사업
- “얼굴에 침 뱉으면 어쩌려고”
- “과도한 엄숙주의 자제해야”
- 시민 사이서도 반응 엇갈려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입구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담긴 바닥 타일이 설치돼 논란이 인다. 중구는 용두산공원의 이순신 장군 동상과 연계해 역사 의식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인 관광객들이 바닥에 깔린 이순신 장군의 타일을 밟고 지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의 역사 인식을 비판하는 여론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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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입구의 에스컬레이터 앞에 설치된 이순신 장군의 바닥 타일에 널빤지가 깔려 있다. 이원준 기자 |
4일 광복로에서 용두산공원로 진입하는 에스컬레이터 앞에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담긴 타일이 바닥에 깔려 있었다. 타일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듯 널빤지가 장군의 얼굴을 가린 채 바닥에 놓여 있었고, 보행자들은 널빤지를 밟고 지나갔다. 50대 한 시민은 “뭔 공사인지 몰라도 빨리 마무리가 돼야 보행에 불편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취재진이 ‘이순신 장군 타일’이라고 말하자 화들짝 놀라며 “아니 바닥에 이걸 왜 깔아 놓느냐. 이순신 장군 얼굴에 침 뱉고 쓰레기 버리고 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중구는 지난 8월부터 시작된 ‘광복로 일원 보행환경 개선사업’의 하나로 용두산 공원 전경이 포함된 타일 바닥을 설치하고 있다. 이 사업은 광복로 97~중구로 22 일대의 낡은 LED 조명과 맨홀 등을 교체하고, 디자인한 콘크리트 바닥을 설치하는 공사다. 4억23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으며 이달 중으로 공사가 마무리된다.
문제는 이순신 장군의 그림 타일은 용두산공원으로 향하는 에스컬레이터 출입구 바로 앞에 설치돼 보행자의 발길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구는 이순신 장군만 타일에 표현한 것이 아니라 용두산공원 전경을 그림 타일에 담은 바닥 공사를 진행하는데, 공교롭게도 에스컬레이터 입구에 이순신 장군의 타일이 놓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은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지나는 곳으로, 장군의 타일이 바닥에 깔린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있다. 이날 용두산 공원에서 만난 시민 A(80대) 씨 “굳이 밟을 수 있는 바닥에 민족 영웅인 이순신 장군 그림을 넣어야 하느냐”며 “일본인도 많이 찾는 관광지에 이런 타일을 설치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B(50대) 씨는 “관공서에서 이런 작업을 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수준”이라며 “문화적 역사적 소양의 부재가 문제”라고 언성을 높였다.
반면 이러한 주장 자체가 지나친 민족주의의 표현이자 자격지심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20대 대학생 C 씨는 “장군이 우리 민족에게 갖는 상징성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일본인 관광객이 밟고 지나간다는 생각보다는 외국인에게 이순신 장군을 알린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듯 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20대 직장인은 “저 타일 바닥을 보고 ‘밟는다’는 생각을 떠올릴 수 있다는 게 다소 신기할 따름”이라며 “벽면에 무리하게 장군의 형상을 새기지 않고 관광지와 어울리고, 보행로에 흡수될 수 있도록 바닥을 살린 콘셉트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부산대 양흥숙(교양교육원) 부교수는 “이순신 장군은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인물이니 한국인들의 정서나 역사적 인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시민의 저항감 내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장군이 들어간 바닥 타일을 통해 역사 의식을 고취하겠다는 구의 사업 취지를 무작정 비판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