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 호텔 시행사 250억 원 횡령 사건’과 관련해 행정사무 전반을 들여다보는 감사원의 실지(현장) 감사가 조만간 마무리된다. 그 직후 관련 자료가 경찰에 이첩될 예정이어서 공무원 유착 등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합천군청 전경. 국제신문 DB

5일 합천군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달 20일부터 군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실지감사를 오는 8일 종료할 예정이라고 최근 군에 통보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10월 18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약 한 달간 지방행정감사국과 국민제안감사국 소속 조사관을 군청으로 파견해 감찰을 수행한 데 이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그 기간을 한 차례 연장한 바 있다.

이 기간 조사관 2명이 군청 내 통제된 임시 공간에 머물며 전·현직 담당 공무원 10여 명을 직접 대면하는 방식으로 고강도 밀착 감사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감사원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행정 업무 처리 과정에서 부당성 등을 살필 필요가 있다고 보고 본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통상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공익감사를 따로 하지 않지만 이번 건의 경우 감사원이 사전 감사 과정에서 유의미한 혐의점을 포착해 감사를 강행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감사원은 실지감사 이후 그간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일부 공무원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경찰은 현재 중복 수사를 피하고자 소환 조사를 보류하고 있다. 경찰은 이미 시행사·대리금융기관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최소 한 차례씩 마친 상태라 자료 이첩 이후 공무원 대면 조사까지 이뤄지면 사실상 관련자를 모두 조사해 사건 전모를 파악하는 토대를 갖추게 된다.

부대 사업비 명목 등으로 250억 원을 대출받아 잠적한 시행사 실사주와 명의 대표, 부사장 등 3명은 기소돼 현재 재판을 받고 있으며, 군이 고발한 나머지 시행사 관계자 2명 등은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정 당국과 시행사, 금융대리기관 등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행정 분야는 감사원이 먼저 조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며 “감사원이 실지 감사 종료 후 최대한 이른 시일 내 수사 자료를 넘기기로 해 조만간 공무원 수사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정 업무의 위법성 등에 중점을 둔 감사원의 공익감사 결과는 청구일 기준 6개월 내인 내년 4월 이전에 나올 전망이다. 다만 조사관이 실지감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기반으로 초안을 작성하고, 감사위원회 심의 의결 등 절차를 거치기엔 빠듯한 시간이라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

군 관계자는 “다른 공익감사 사례를 보면 1년 뒤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많다”며 “합천 건의 경우 형사 사건과 관계된 만큼 조속히 결과가 나와 군정을 바로 잡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군은 2021년 합천영상테마파크 내 1607㎡ 부지에 200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조성하기 위해 민간사업자와 협약을 체결하고 사업을 추진해 왔다. 사업비는 민간 40억 원, PF 대출 550억 원 등 590억 원이다. 그러나 지난 4월 시행사의 실제 사주가 대출금 일부인 250억 원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사업이 좌초됐다. 이에 군은 실시협약에 따라 이자를 포함해 300억 원의 대출금을 갚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