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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34년 영어교육자의 길 마침표…탱고라는 꿈이 다시 춤춘다

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0> 탱고 스튜디오 ‘아미고’ 최윤라 대표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3-12-12 19:02:5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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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유학 다녀온 뒤로 학원 경영
- 6년 전 취미로 배운 탱고에 매료
- “서울 오가며 지도자 과정 배웠죠”

- 올해 부산에 대형 스튜디오 오픈
- 시니어 지도하며 동호회 교류도

- “리듬 맞춰 춤추면 엔도르핀 솟아
- 50~70대도 즐길 장소 있어야죠”

◇ 최윤라의 이모작 귀띔

-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

언젠가부터 ‘춤바람’이 슬슬 인다고 한다. 어떤 이는 탱고를, 어떤 이는 살사를 배우러 다닌다. 그런데 탱고(Tango), 좀 알 만하면서도 정작 어렵다. 많은 사람들은 탱고를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본 것 정도로 기억한다. 배우 알 파치노(Al Pacino)가 앤워(G. Anwar)와 함께 음악 ‘간발의 차이로(Por Una Cabeza)’에 맞춰 춘 장면. 1993년도였다. 그 탱고를 사람들은 왜 지금 찾고 있을까? 오륙십 인생길 걷다가 꼬인 인생을 탱고 스텝으로 풀자는 것일까? 오십이 넘어 탱고 전문 스튜디오를 개설하여 즐겁게 사는 이가 있다기에 찾아왔다.
최윤라 아미고 대표가 메인 플로어에서 일요 시니어 클래스를 운영하던 중 함께 강의하던 미카엘과 함께 탱고 엔딩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늘 공연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세계적 마에스트로 쟝삐에로 갈디(G. Galdi)와 로레나 타란티노(L. Tarantino)를 초빙했습니다. 이분들은 탱고계의 세계적 셀럽입니다. 오늘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강연을 하고서, 또 밤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정식 공연을 합니다. 전국에서 탱친(탱고 동호인)이 140여 명 오셨군요.

-여기는 어디인가요?

▶이곳은 아르헨티나 탱고 전문 스튜디오 ‘아미고’입니다. 부산 서면 롯데호텔 뒤편에 위치해 있습니다.



스튜디오에는 밝은 에너지의 사람들이 많았다. 초빙된 마에스트로가 아르헨티나 탱고를 출 때 숨죽이고 보다가 화려한 스텝이 나오면 환성을 질렀다. 다리 놀림이 정말 화려했다. 오늘 만난 이는 아르헨티나 탱고 전문 스튜디오를 경영하고 있는 최윤라 대표다. 이 세계에서는 ‘라라님’으로 통한다.



-서면에 이런 흥미로운 곳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언제부터 운영해 오셨나요?

▶올 5월에 오픈했습니다. 총 85평 정도 규모로 부산에서는 제일이고요, 서울에서도 이 정도 시설은 없을 겁니다. 두 개의 플로어에 탈의실 DJ 석을 갖추고 있지요. 제가 탱고 수강생을 지도하기도 하고 동호회 사람에게 공유하기도 합니다.

-언제부터 탱고를 해오셨나요?

최윤라 원장이 영어학원을 경영할 때, 영어권 문화 중 하나인 핼러윈 파티를 하는 날 의상 연출을 해서 찍은 사진.
▶저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부터 34년 동안 영어를 가르쳤어요. 영어학원장이었죠. 6년 전 탱고를 취미로 시작했었는데, 곧 엄청난 매력에 빠져 올해 아예 스튜디오를 개관해 버렸습니다.

-영어학원장님이 탱고 스튜디오 경영자로 변신. 흥미롭군요. 탱고는 어떤 매력이 있나요?

▶처음엔 그냥 취미였어요. 그런데 할수록 매력이 있더군요. 그래서 연습장을 만들어 친구들과 연습이나 해볼까 했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커져 버렸어요. 탱고가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요. 우선 영어학원을 운영하며 약해진 하체나 허리가 무척 좋아졌어요. 탱고를 하면서 척추 코어가 바로 세워졌고 무릎도 강화되더군요. 신경과민으로 사는 도시인들에게 매우 좋아요. 리듬에 따라 동작하다 보면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마구 솟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 없던 기쁨입니다.

-모든 스포츠가 건강증진에 다 좋지 않나요? 탱고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탱고는 ‘소셜’이란 것이 특징입니다. 독특한 교감이 형성되더군요. 탱친들을 보면, 회사원 교사 교수 기업인 상공인 공무원 등 정말 다양한 직종에서 옵니다. 자기 분야에만 외골수로 있던 사람들이 타 직종의 사람과 탱고를 매개로 즐거움을 나누는 공동체인 거죠. 실력이 좀 향상되어 ‘리딩’과 ‘팔로잉’이 딱 맞을 때 느끼는 감흥은 언어로 표현 못 할 정도예요.



어학에 뛰어났던 그녀는 대학 졸업 후 강사 교사를 거쳐 유학을 다녀와서 영어학원을 경영했다. 돌이켜보면 영어를 배우고 가르치는 모두 적성에 맞아 오로지 그 길로 전진(前進) 했다. 그런데 그 전진의 끝점이었을까. 트렌드의 변화를 읽었고 취미로 시작한 탱고에서 새로운 직업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전진의 끝점에서 시작한 역진(逆進)이었던 듯하다.



-30년 넘게 영어만 가르쳐 온 분이 이제 탱고라니 선뜻 따라잡기 어렵군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오픈 6년 전부터 탱고를 배웠어요. 2019년부터는 주 5~6회 탱고 수업을 듣고 연습을 강화했어요. 실전 밀롱가에도 꾸준히 참석했죠. 서울의 명지대학교가 개설한 아르헨티나 탱고 지도자 과정도 좋았어요. 일요일 새벽 4시에 일어나 서울로 가서 종일 배우고 밤늦게 돌아오곤 했죠. 1년을 꼬박 그렇게 집중했습니다. 일본의 ‘도쿄 탱고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지도자 자격증도 수상 경력도 쌓이게 되더군요.

-탱고 스튜디오를 열고 운영하시며 난관은 없었나요?

▶왜 없었겠어요. 하지만 경제 논리보다는 사람을 얻는 접근법으로 관계한다는 신념. 그리고 제가 먼저 확신감을 가지는 것이 주변의 지지를 받는 데 중요하더군요. 사업은 결국 사람 관계입니다. 저는 저의 비즈보다 고객의 비즈도 함께 고려하여 절충점을 찾는 자세를 견지합니다. 영어학원을 운영할 때의 그 논리가 여기도 적용되더군요. 세상사는 다 동일한 원칙 위에 움직이는 것 같더군요.

- 이 스튜디오만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동호회가 스튜디오를 공유하며 교류 화합의 장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죠. 특히 50대 이상의 시니어들이 마음껏 아르헨티나 탱고를 즐기고 인맥을 넓힐 수 있는 동호회가 탄생한 장소입니다. 부산지역 탱고 문화의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젊은 시절 영혼을 잃을 정도로 생존을 위해 살아오신 분들도 즐기는 장소 하나쯤은 있어야죠. 현재 중년 회원 중에는 50대 말이 제일 많고요, 64세가 두 분 계시고 다음 주부터는 70세도 오신다고 등록하셨어요.



시니어들도 동참하는 탱고 스튜디오라니 더 관심이 갔다. 둘러보면 사실 부산의 오륙십 대가 할 것이라고는 등산이나 바다낚시 정도가 아닌가. 이럴 때 세대 융합의 탱고 스튜디오라니.



-탱고나 살사가 대중화되긴 하지만 그래도 편견 같은 것은 없나요?

▶글쎄요. 간혹 막장 드라마에 탱고가 이상하게 나오기도 하나 봐요. 작가의 무지일 뿐이죠. 실제 보시면 탱고 동호인 만큼 진지한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탐구적입니다. 이게 신체의 모든 근육을 고르게 키워야 하면서도 음악의 리듬을 알아야 하고 또 파트너와 예의를 지켜야 합니다. 종합 실천학문이라고 할 정도로 진지하죠. 의사는 파킨슨 환자를 치료할 때 탱고 춤을 활용하기도 하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은퇴 후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꿈이 그대를 춤추게 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꿈이 없는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없죠. 팔구십이 되어도 꿈이 있다면 가치 있는 삶입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꿈을 가지고 선택하고 시작한 일에 대해서는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론다(Ronda)’를 잘 지키며 넘어지지 않고 스텝을 밟아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윤라는 어떤 유형으로 인생 역주행을 하고 있을까? 탱고에 비유하자면 스스로의 꿈을 정확히 하는 한편, 사람 관계에서는 절충점을 만듦으로써 스텝 꼬임을 잘 관리하는 사람 같았다.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는 말한다. “탱고는 스텝이 꼬이기 마련이지만 꼬이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 인생도 그렇다.” 한편 영화 ‘쉘 위 댄스(Shall We Dance)’에는 또 다른 명언도 있다. “스텝이 꼬인 후의 자세가 더 중요하다. 부딪힘이 일어나면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때 잘 수습하면 오히려 더 좋은 점수를 받는다. 인생도 그렇다.” 오륙십을 살아내면서 인생 스텝이 꼬인 사람들이 많다. 아미고에서 인생 역진을 시도해 보면 어떨까.


▶아르헨티나 탱고

- 탱고(Tango)는 19세기 말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라보카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이곳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의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했다. 그러니 탱고는 애초 하층민들의 체념적인 감정과 라틴음악의 격정이 융화되어 만들어졌으나 유럽으로 건너가면서 중상층의 사교춤으로 발전했다.

- 전 세계적으로 탱고 인구가 느는 가운데 1980년대에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 탱고축제’가 개최되어 세계인의 춤이 되었다. 매년 8월에 개최되는 이 축제에 공연자 1000명, 방문자가 50만 명이 몰려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2000년대에 들어 탱고가 들어왔다.

- 탱고는 함께하는 춤이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성장과 치유를 위한 춤이다. 파트너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기보다는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

- 시계 반대 방향으로 큰 원을 그려 돌면서 추는 걸 의미하는 론다(Ronda)를 지켜야 한다. 이때 앞뒤 사람에게 부딪히거나 방해가 되지 않도록 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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