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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1> ‘법률사무소 송연’ 전병렬 고문

대기업 명퇴 6년 방황 끝에 일군 ‘지혜의 삶’과 ‘경제적 자유’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3-12-26 18:41:4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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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서 IT분야 경쟁력 증진 헌신
- 뜻하지 않게 55세에 회사 떠나

- 가톨릭·불교 교리과정 등 이수
- 투자 사업 손실로 3년간 좌절
- 이후 로펌 상임고문직 맡게 돼
- 아내와 부동산 사무실도 열어

- “일과 삶 사이 조화로움이 중요
- 명퇴 전 다음 직업 미리 준비를”


◇ 전병렬의 인생Tip

- 일과 삶의 균형을 잡아라. 자율·자유·자재의 주인 된 삶을 살자
전병렬(왼쪽) 고문이 MBC FM4U와 서울시 50플러스재단이 공동 운영하는 라디오 PD 과정 프로그램인 ‘꿈꾸는 라디오’에 출연하여 일과 삶의 균형 잡힌 인생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해가 끝나갈 때는 생각이 많아진다. 오십 중반을 넘어가면 더 그러하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마음 한 켠 공허함이 쌓인다. 소중한 것을 놓쳐버린 느낌. 한평생 왜 그렇게 바빴나를 자문하기도 한다. 인생의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질문하게 되는 것.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 H. Erikson)은 인간의 생애를 8단계로 설명하면서 노년기를 ‘자아 통합의 시기’라 했다. 노년기에는 삶의 의미를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육십부터는 의미의 시간이다. 삶의 의미를 공고히 해야 하는 시기. 이번에는 이러한 점에서 인생 힌트를 줄 만한 분을 찾아 서울 여의도 한 빌딩 사무실을 방문했다. 순전히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게 된 그와 커피를 중간에 놓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자신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전병렬이라고 합니다. 올해 63세이고요, 현재 ‘법률사무소 송연’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년 전부터는 부동산공인중개사 사무소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보니 일과 삶의 균형 잡힌 생활을 추구하고 계시더군요. 이를 설명해 주세요.

▶막상 그렇게 말씀하시니 부끄럽습니다. 저는 인생 후반기에 맞는 적절한 수입처를 만들어 놓은 동시에 지혜로운 삶에 대해 성찰하며 일과 삶의 조화에 어긋남 없는 생활을 하고자 할 뿐입니다.



흔히 사람들은 100년 인생을 삼등분하여 설명한다. 태어나서 삼십까지는 부모의 보호를 받으며 배우는 준비의 시기라면 그 후 삼십 년인 육십 세까지는 사회 경제 활동기이다. 그러면 육십부터는 어떤 시기일까? 바로 의미의 시기이다. 가족을 양육하는 의무를 마친 뒤 이제 자기에게 집중하는 시기다. 그런데 막상 걸맞은 모델을 찾기 어려운데 이번에 찾은 분은 호기심을 자아낸다.



-어떤 식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시는 건가요?

▶일과 삶의 균형이란 가정을 건사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즉 일모작 은퇴 이후의 재무 부분을 안정시켜 놓는 한편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참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일모작 때 최고 글로벌 대기업에 종사했지만 이제 저에게 맞는 일, 즉 법률사무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며 향후 20년의 재무 요소를 안정화시켰습니다. 한편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독서와 사색 글쓰기 명상, 그리고 운동으로 지혜를 닦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현재의 삶의 스타일은 젊은 시절과 어떻게 다른가요?

▶젊은 시절, 그러니까 인생일모작 때는 세속적 성공을 지향하는 삶을 살았죠. 앞질러 승진해야 하고 권력을 더 가져야 하고 돈을 더 벌어야 했죠. 시장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영혼조차도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요. 지혜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죠.

-좀 더 자세히 말씀해 주시겠어요?

▶일모작 때는 지식을 쌓고 전문성을 길러야 하죠. 경쟁 속에서 버텨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자기의 삶이 아니에요. 욕망에 예속된 삶이죠. 그러나 지혜의 삶이란 그 허상을 아는 삶이죠. 에고를 깨부수고 깊은 사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는 삶이죠. 성공만을 추구하는 생활을 버리고 삶에서 진정으로 소중한 의미와 지혜를 추구하는 거죠. 요즘 사람들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행복의 본질은 지혜입니다.



그의 말인즉슨 행복은 값비싼 명품이 즐비한 백화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혜의 삶에 있다는 것. 이를 알고서 이제 그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양보하거나 일을 위해 삶을 양보하는 젊은 시절 스타일과는 손절했다고 한다.



-말씀 듣다 보니 젊은 시절에 무엇을 하셨는지 궁금해지네요.

▶저는 30년을 LG맨으로 살았습니다. LG그룹 회장실 소속 IT전략팀장으로서 LG그룹 30여 개 자매사의 IT 경쟁력을 증진시키는 일도 했고, LG전자 본사의 SCM(공급망관리) 팀장으로 일할 때는 사업본부에 공급망관리시스템(GSCP)을 최초로 구축하기도 했죠. 그룹 경영혁신프로젝트 책임자로도 활동했어요.

-그럼 퇴직 후에 현재와 같은 스타일로 전환하셨나요?

▶일모작 시기에는 그 패러다임에 맞게 치열히 살았죠. 그러나 55세 때 퇴직이 되어버렸어요. 대기업의 논리가 있어요. 예고 없이 퇴직되었죠. 물론 명퇴 조건으로 많은 퇴직금을 받았지만, 정신적 갈증이 일어나더군요. 그러다 좀 다른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게 삶의 의미를 밝히는 공부였습니다. 맨 처음에는 가톨릭 예비신자 교리과정을 다녔죠. 세례를 받았고요. 더 공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조계종 불교대학에 가서 교리과정을 이수했죠. 수계도 받았습니다. 조계사에서 참선 공부도 더했죠. 아침에는 불교방송을 켜놓고 108배를 따라 하며 수련도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여 삶의 방향은 찾았지만, 퇴직 후 직업에서 난관에 봉착했었습니다.

-난관요?

▶퇴직한 때가 55세였으니 경제활동을 더 해야 했어요. 그래서 어떤 생각으로 투자사업을 했는데 실패해서 크게 낭패를 보았어요. 심각하게 좌절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일생일대에 없던 흑역사가 한 3년 지속되었어요. 후배들에게 퇴직 후의 투기성 사업은 절대 말리고 싶습니다. 그런저런 실패를 하다가 법률사무소 경영을 지도하는 상임고문을 하게 되었고, 마침 법원 공무원으로 퇴임한 아내와 함께 공인중개사 사무실도 운영하게 된 겁니다. 퇴직 후 6년 정도 만에 자리를 잡았어요. 나이 오십 줄에 드는 사람들은 명퇴 전에 다음 직업의 준비를 꾸준히 하실 것을 권합니다. 또한 몇 년간 일이 풀리지 않을 때도 힘든 마음을 이겨내는 자신만의 방법을 가져야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생활양식을 어떻게 체계화한 것인가요?

▶곤란 속에서도 저에게 맞는 생활양식을 고민했어요. 투자사업으로 혼이 나긴 했지만 맷집을 키운 저는 일단 재무적으로는 ‘경제적 풍요’보다는 ‘경제적 자유’, 즉 최고 수입보다는 적정수입 확보를 목표로 잡았죠. 여의도에 사무실을 내고 온라인 홍보 맥을 잡으니 안정화되었어요. 다른 한편 지혜의 삶을 목표로 해서 계속 공부를 했죠. 물질을 추구하는 삶은 허상이란 생각은 공부할수록 옳더군요. 그래서 종교 철학 공부에 집중하여 인생이모작기의 가치관을 단단히 했죠. 물질이 아니라 정신중심적 가치관인 거죠. 초월적 세계관과 불교의 공사상, 노장사상, 고대 그리스 철학이나 근대 관념론 독일철학 등을 공부하여 제 나름의 동서양 통합적인 종교철학과 인문학적 가치관을 쌓은 것입니다. 공부를 해보니 천주교에서 말하는 성부·성자·성령 삼위일체도 불교의 법신불·화신불·보신불과 같은 이야기더군요. 동서양의 종교와 철학은 궁극적으로 지혜의 삶을 추구하는 것이에요.

-이심전심의 스승이 계신가요?

▶서송스님으로부터 수계를 받은 후 각산스님과 남선스님을 통해 공의 세계에 대해 눈을 뜨고 있습니다. 중앙승가대 총장이셨던 종범스님에게서도 깨달음을 얻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만나는 무아 선생도 좋습니다. 또한 여의도성당의 홍성학(아우구스티노) 신부님, 해미국제성지의 한광석 신부님과 영적교류를 하여 많은 축복을 받았습니다. 저는 새벽에 잠이 깨면 곧바로 화두 명상을 습관화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쑤욱 올라오면 페이스북에 글을 써 올립니다. 어떤 글은 공개하기도 하죠.

-앞으로 꿈은 어떤가요?

▶현재의 삶에 충실한 것입니다. 장관이나 기업 회장 부럽지 않아요. 지금처럼 재무요소를 적정하게 해놓고 더 밝은 지혜의 삶을 사는 것이죠. 그런데 지혜의 인연은 쉽게 오지 않죠. 깊은 자기성찰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삼업(三業)을 짖지 않으려 합니다. 몸으로 짓는 신업(身業), 입으로 짓는 구업(口業), 마음으로 짓는 의업(意業)을 짓지 않고 청정하게 산다면 최고의 삶입니다. 또 임제선사가 말씀하신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을 좌우명으로 삼고 있습니다. 어느 곳, 어느 처지에서라도 스스로 자기의 주인이 되란 말이죠. 저는 제가 정한 원칙을 기준으로 한다는 의미의 자율, 상황에 따라 유연하다는 의미의 자유, 그리고 저의 마음을 잘 다스린다는 의미의 자재 등 삼자로 저의 삶에 주인이고자 합니다.



명상 작가인 류시화는 ‘사람은 저마다 다른 문제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삶에는 한가지 해답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이 들다 보면, 인생은 살수록 잘 모르겠다는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된다. 그러니 역설적으로 지혜를 찾는 것이 아닐까? 전병렬은 대기업을 그만두고 나온 후 거의 6년을 일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경험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삶의 궁극적인 의미에 대해 참구하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것이 선업이 되어 삶의 균형점이 형성된 것 같기도 하다. 현실은 죽고 싶을 만큼 무거울 때도 있지만 신은 인간에게 그것조차도 훌쩍 가볍게 만들어 버리는 능력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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