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호판 식별 교통단속장비 설치
- 과속 563건·신호위반 165건 등
- CCTV 못 잡는 법규 위반 적발
- 12곳 설치…3월부터 본격 단속

시내 곳곳을 누비는 오토바이의 난폭·과속 운전을 없애고자 부산경찰청이 도입한 ‘후면 교통단속 카메라’에 보름 동안 수백 대의 오토바이 운전자가 단속된 것으로 확인됐다. 번호판이 뒷면에만 부착된 오토바이는 전면 교통단속 카메라에 노출되지 않아 도로의 무법자로 군림하면서 시민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주면서 안전을 위협했다.

부산경찰청이 오토바이 난폭 운전을 근절하기 위해 후면 교통단속 카메라를 시내 12곳에 도입했다. 사진은 31일 부산진구 부전동에 설치된 후면 단속카메라. 이원준 기자

31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 용소삼거리. ‘출퇴근 교통지옥’으로 악명 높은 일대 도로는 새해를 앞둔 주말 연휴에도 버스와 승용차·오토바이가 뒤엉켜 있었다. 특히 속도를 높여 갑작스레 차 앞으로 끼어드는 오토바이 때문에 도로 곳곳에서는 경적소리가 잇따랐다. 이곳은 우회전 합류 차선이 있기 때문에 일대를 지나는 차량은 절대 감속이 필요한 곳이다. 하지만 신호등이 주황색으로 바뀌자, 이곳을 통과하는 오토바이는 하나같이 엔진음을 내며 속력을 높였다. 주행하며 휴대전화 화면을 바라보거나 버튼을 누르는 오토바이 운전자도 많았다. 이곳에서 만난 한 운전자는 “오토바이 때문에 운전할 때 욕이 치미는 때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시비가 걸릴까 봐 참는다”며 “오죽하면 난폭 오토바이를 고발하는 ‘XX헌터’ 등의 채널이 유튜브에 유행하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오토바이의 과속 등 난폭 운전이 일상화하자 시민 스트레스는 커진다. 부산지역 이륜차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9년 20명 ▷2020년 19명 ▷2021년 21명 ▷지난해 26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또 부산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해 8, 9월 부산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교통안전 위협요소 1위로 ‘오토바이 법규위반(46.8%)’이 꼽히기도 했다.

이에 오토바이 난폭 운전을 뿌리뽑고자 지난 1일부터 부산경찰청은 부산자치경찰위원회와 함께 후면번호판 교통단속 장비를 시내 12곳에 설치했고 용소삼거리 1곳에서만 시범 운용 중이다. 그 결과 지난 15일까지 728건이 적발됐다. 과속으로 적발된 건수가 563건이며, 신호위반이 165건으로 집계됐다. 오토바이의 과속 등 난폭 운전은 전면 번호판을 찍어 적발하는 단속카메라로는 잡아낼 수가 없지만 후면 카메라의 도입으로 단속이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같은 기간 후면 교통단속 카메라에 찍힌 위반 사례 중 약 20%는 번호판을 판독할 수 없었다. 경찰은 오토바이 중 후면 번호판이 너무 낡았거나 번호판 인근에 설치된 조명의 빛 반사로 숫자 판독이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단속의 실효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 같은 기술적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경찰청은 오는 3월부터 후면 카메라를 통한 신호위반과 과속 단속을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후면 카메라의 도입으로 이륜차의 난폭 운전도 단속된다는 경각심이 확산하면 교통문화가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무엇보다 이륜차의 난폭운전으로 인한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더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