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법, 가압류·손배소 진행
- 실제 손실 회수 가능성 작을듯
- 관리 소홀 법원 책임 목소리도
부산지법 7급 공무원이 공탁금 48억 원 가량을 빼돌린 초유의 사태(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2면 보도 등)로 수사를 받는 사건과 관련, 피의자가 40억 원 이상을 개인 채무 상환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피해금액 환수에 난항이 예상된다. 부산지법은 소송을 통해 이를 환수하겠다고 나섰지만 전액 회수 가능성이 작다는 지역 법조계의 전망이 나오면서 관리 주체인 법원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공탁금 횡령 혐의로 송치된 부산지법 소속 7급 공무원 A 씨를 대상으로 범죄수익 환수 조치를 실시했다고 7일 밝혔다. 경찰이 환수한 금액은 약 3억5000만 원으로 알려졌다. 환수 조치된 금액은 현재까지 확인된 부정출급 공탁금 48억1000만 원의 10%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약 44억6000만 원은 부산지법과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파생상품 투자 실패로 인한 채무를 갚는 데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지법은 피해 회복을 위해 A 씨와 가족 4명이 소유한 부동산·예금 등에 관한 재산 보전 조치를 위해 가압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 수사 결과에 따라 국가가 원고가 돼 A 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징계부가금 부과도 검토한다.
문제는 법원의 이 같은 조처에도 공탁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증발된 액수 만큼 법원의 자체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 법조계에서는 법원행정처가 부산지법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 등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부산지법은 언론의 주목도가 비교적 떨어지는 금요일(지난달 24일), 그것도 성탄 연휴를 앞둔 오후 늦게 공탁금 횡령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면서 “책임을 통감한다”는 입장을 냈지만 이는 부산지법 명의였고, 사건 보도 이후 부산지법원장은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기업은 물론 경찰이나 검찰에서 이 정도 사안이 벌어졌다면 줄징계, 줄처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법원을 믿고 맡긴 공탁금이 빼돌려진 사건이 벌어졌는데, 부산지법과 법원행정처의 대응에 긴장감을 엿볼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뒤 A 씨의 가족 4명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진행한다. 경찰은 A 씨의 가족에게 횡령 방조 혐의 등을 적용해 이들을 이 사건의 공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 씨는 단독 범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는 부산지법 공탁계에서 공탁금 관리 업무를 맡았던 2022년 11월께 53회에 걸쳐 공탁금 48억1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달 29일 구속 송치됐다. A 씨는 피공탁자가 ‘불명’이거나 수령 가능성이 작은 공탁금의 명의자를 자신의 가족 4명 명의로 바꿔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