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 폭행사건 수사 속도 더뎌

부산 영도구의회 의장이 영도구청장에게 폭행 당했다고 고소한 뒤 구청장의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주민단체가 구의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영도구청장 폭행 시비’를 놓고 지역사회가 술렁인다. ‘뺨을 맞은 것이냐’(이경민 구의회 의장)와 ‘입을 막은 것이냐’(김기재 구청장)로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영도경찰서는 사건 접수 보름이 지났지만 이 의장만 참고인으로 조사했고, 김 구청장의 조사는 시작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영도구 주민으로 구성된 '영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동'이 9일 오후 2시 영도구청 앞에서 영도구의회 규탄 성명문을 발표하고 있다. 조성우 기자

‘영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일동’은 9일 오후 영도구청 앞에서 구의회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이 단체는 관내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모여 만든 것으로, 이날 주민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관광도시 영도’로의 도약을 앞둔 시점에 시에서 내려준 교부금을 의회가 오히려 반납하는 행태를 보인다”며 “구와 구의회 간의 갈등이 구민의 삶에 악영향을 미칠까 우려된다. 의장과 의원들은 주민에게 예산 삭감 사태에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 영도다리 축제 등 지역 축제와 시비 특별교부금 등의 예산을 구의회가 삭감한 게 잘못됐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번 폭행 시비도 이 문제에서 비롯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한 구의회 의원은 “흰여울문화마을 시설 사업은 해당 부지에 공원과 벽화 등이 이미 있어 추진 시 매몰 비용이 발생한다”며 “절차상 문제와 더불어 건립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 여론도 감안해 삭감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청장과 구의회 의장 간 폭행 시비의 여파 속에 주민단체까지 집단 행동에 나서면서 지역사회에서는 폭행 여부를 밝힐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영도경찰서는 이경민 의장을 불러 조사했지만 김기재 구청장을 상대로 한 조사는 현재까지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 등이 마무리되면 피고소인을 불러 조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