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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2> 도자기 문화 전문작가 조용준

기자에서 동경하던 문필가로…세계 도자기史 책에 담다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1-09 19:15:54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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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즈베키스탄 세라믹 문화 충격
- 그 매력에 빠져 해외논문 다 훑어
- 회사생활하면서 공부·집필 몰두
- 세계 60개 도시 돌며 책 15권 써

- “실크로드처럼 세라믹 로드 있어
- 바다로 옮겨 해양역사서도 중요
- 7권 도자기 책 대학서 참고도서
- 자취 감춘 K-도자기 혁명 절실”


◇ 조용준의 인생Tip

- 인생이모작, 최소 10년은 참고 미쳐라. 그래야 미친다

조용준 작가에게 엄청난 문화적 충격을 안겨주어 도자기 문화 전문작가의 길로 입문하는 계기를 준 사마르칸트 레기스탄의 틸야 코리 마드라사(Tilya-Kori Madrasah) 내부. 티무르 제국(1647-1659년) 때 조성됐는데, 중앙아시아의 이런 타일 문화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거쳐 유럽 이베리아반도에 상륙해 오늘날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독특한 타일 벽화 문화를 형성했다고 한다.
성공 인생을 논할 때 핵심은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현재 잘하는 일보다는 본인에게 즐거운 일을 찾아 하는 것. 특히 나이 들수록 이 기준은 중요해진다. 그래서 젊은 시절 의무감에 의해 안정된 직장을 다닌 이도 이모작 땐 생각을 달리 품으려 한다. 문제는 전환이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경제 요인을 고려해야 하고 전문성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존재의 터전과 인연이 맞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인생은 늘 고민인데, 이번에는 이를 격파하며 존재감을 보여주는 이가 있어 만났다.



-자신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저는 작가이자 인문학 강사, 문화여행 도슨트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전국의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도자기 문화사’에 대해 강연하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책도 많이 출간하셨더군요.

▶모두 15권을 냈죠. 2011년 ‘펍, 영국의 스토리를 마시다’와 ‘프로방스 라벤더 로드’와 같은 ‘여행인문학’ 서적을 시작으로, 특히 도자기 주제 책을 7권 집필했습니다.

-7권의 도자기 관련 책은 어떤 것인가요?

▶2014년부터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 북유럽 서유럽 편 3권을, 2016년부터는 일본 도자기 여행 ‘규슈의 7대 조선가마’ ‘교토의 향기’ ‘에도 산책’을 출간했습니다. 2019년에는 한국 도자기의 메카라 할 수 있는 경기 이천시 의뢰를 받아 ‘이천 도자 이야기’를 출간했습니다.

제23회 대한민국 청자공모전 대상을 받은 중견작가 최수진의 작품을 앞에 세우고 찍은 조용준 작가의 도자기 관련 저서들.

이번에 만난 사람은 조용준(63) 작가다. 그는 이제까지 세계 60여 국가를 여행하며 그만의 세상 문물 독해법을 익힌 사람이다. 현재 글을 쓰거나 강연을 하며 도자기 문화 분야에서 독보적 아성을 구축했다는 정평을 받고 있다.



-도자기 문화에 대해 일가를 이루셨다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직장생활 중이던 2006년이었어요. 우즈베키스탄에 출장을 갔는데 역사가 깊은 도시 사마르칸트(Samarkand)에서 정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게 계기였어요.

-충격요?

▶사원과 무덤, 마드라사(옛 교육기관) 등 대형 건물의 외벽과 실내가 온통 타일로 장식되었더군요. 생전 처음 보는 모습에 엄청난 문화충격을 받았어요. 그 신비한 푸른색의 아름다운 타일들이 어디서 온 것인지, 왜 그런 문화가 생겨난 것인지 너무 궁금했습니다. 전례 없는 탐구심이 생겼는데 국내에는 관련 자료들이 거의 없더군요. 해외 저술과 논문을 톺아보면서 결국 전 세계 도자기 문화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했고, 유럽으로 전파된 ‘세라믹 로드’의 비밀과 도자기 문명 교류사를 깊이 천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해외 현장에 매우 많이 다녔겠군요.

▶유럽의 거의 모든 도자기 공장과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했습니다. 책 도판 사진을 직접 찍어야 해서 유럽은 대략 13개 국가, 60여 도시를 구석구석 다녔죠. 일본도 50회 이상 갔습니다. 제가 유럽과 일본 도자기를 가장 많이 본 사람일 겁니다.

-인생일모작 때 그렇게 하셨다는 거죠? 젊은 시절의 직장이 좋았나 봐요?

▶대학 마치고 언론사에 들어갔어요. ‘시사저널’ 창간 맴버, ‘주간동아’ 편집장으로 일했지만 45세 이전에 그만두어야겠다고 늘 다짐했어요. 문필가의 삶을 동경했기 때문이죠. 아내에게 알리지도 않고 사표를 냈는데, 인세만으로는 생활이 되지 않아 2004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 다시 취업했습니다. 한국을 IT 선진국으로 만든 정부 기관입니다. 저는 개발도상국 IT 공무원을 초청해 연수 시키는 부서의 팀장으로 일했습니다.



조용준 작가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도자기 문화사를 강의하던 중 수강생들과 함께 찍은 기념사진.
작가가 되고 싶었던 그는 바쁜 기자 생활을 정리하고 공공기관 연구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IT 외교관’ 역할은 보람된 일이었지만 꿈은 버릴 수 없었고, ‘도자기 문화’를 필생의 탐구 주제로 삼았다. 2021년 퇴직할 때까지 업무 외 모든 시간을 바쳐 도자기 탐구 여행을 하며 책을 집필했다. 생활인으로서의 안정성과 꿈을 키우는 양자겸전 자세를 견지한 것.



-직장생활 중 집필활동을 하셨으니 힘들었겠어요.

▶많은 공부와 자료 조사가 뒷받침되어야 했기에 지구력이 절대 필요했습니다. 직장 일과 병행은 결코 쉽지 않았죠. ‘내돈내산’ 탐사 경비도 만만치 않았고, 현재 하는 일이 보상 받을 수 있을지 미래에 대한 불안도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죠.

-그런 때는 어떻게 하셨나요?

▶탐사경비는 인세로 충당할 수 있어 다행이었죠. 무엇을 하면 여생이 보람될지 아무리 생각해도 도자기 문화 작가의 삶이 해답이더군요. 그 일이 정말 즐거우니까 나중에 보상이 적더라도 괜찮다고 불확실성의 불안감을 달랬죠.

-도자기 문화의 독보적인 분이 되셨는데 작가님의 인생이모작의 성공 요인은 무엇인가요?

▶제 선택을 확신하며 무모하리만큼 저지른 일입니다. 기자 생활로 굳어진 현지 취재와 확인 습관도 제 책의 신뢰성을 제고했죠. 7권 도자기 책은 대학원생 교재와 참고도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곤해도 단 하루라도 글 쓰는 일을 거른 적이 없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도자기 문화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인류 문화접변에는 실크로드와 티로드가 있지만 ‘세라믹 로드’도 있습니다. 도자기는 깨지기 쉬워서 대부분 육로가 아닌 바닷길로 운송했기에 해양문화사에서 아주 중요하죠. 도자기를 모르면 17~20세기 유럽 역사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유럽 왕정사 중심에 도자기가 있습니다. 한국은 청자 백자 타령만 계속 되뇌면서 일본이 도자기를 통해 국가를 번성시킨 문화 저력을 통찰하지 않으려 합니다. 일본 부국강병을 만든 메이지유신 성공에는 도자기가 정말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유럽 미술사에 끼친 영향도 지대합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인의 삶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타일 문화의 기원은 바로 페르시아입니다. 글로벌 도자기 시장에서 한국은 왜 자취가 사라졌을까요? K-푸드를 담는 K-도자기 혁명이 절실합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22년부터 42차례 강연을 했지만,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고 싶습니다. ‘중국 도자기 여행’, ‘세라믹 로드사’ 집필도 필생의 소원입니다. 중국은 약 37개 도시를 탐사해야 합니다. 문제는 경비와 치안입니다. 후원자를 찾는 중입니다. 인생이모작은 불광불급(不狂不及), 한 10년은 미쳐야 미치게 되더군요.



사람의 내면에는 여러 자아가 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 자아’, 사회 규율에 영향받는 ‘당위적 자아’, 본인이 되고 싶어 하는 ‘이상적 자아’이다. 심리학자 토리 히긴스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은 세 자아 중에서 현실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관계를 특히 소중히 돌본다고 한다. 미래에 되고 싶은 자기의 이상적 모습이라는 나무에 햇빛과 물을 많이 준다는 것. 당위적 자아는 조금 소홀히 해도 된다는 것인데, 조용준(digibobo@naver.com)이 대단한 점은 생활인으로서 당위적 자아를 외면하지 않으면서 현실 자아를 이상적 자아에 잘 인도한 점이다. 그러기에 그가 말하는 ‘최소 10년의 불광불급’ 교훈은 직장인들에게 그만큼 혁혁한 살아있는 인생 교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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