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각각 8억·48억 부정출급 혐의
- 울산, 자체 전수조사·보상 앞장
- 부산 “책임 통감” 입장문 냈지만
- 소송 계획 외 구체적 보상책 無
- 적발한 것도 市 공무원 신고 덕
- 법원행정처, 이전 근무지 조사
- 검·경 눈치보기 수사도 도마에
부산지법 소속 공무원이 48억 원의 공탁금을 빼돌린 사건(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2면 보도 등)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사건의 발생지인 부산지법의 대처 방식을 두고 법조계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의 비판 여론이 비등하다.
특히 부산지법은 울산지법이 8억 원대의 경매 배당금 횡령 사실을 적발하고 곧장 피해회복지원팀을 꾸린 것과 달리 가압류와 소송 등 법적 절차로 피해 회복에 나서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힐 뿐이다.
울산지법은 부산지법에서 공탁금 4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기소된 부산지법 7급 공무원 A 씨가 울산지법의 경매계에 근무하면서 경매 배당금 7억8000만 원을 빼돌린 사건과 관련, ‘피해회복 지원팀’을 운영해 해당 범죄로 인한 피해 보상 절차에 나선다고 21일 밝혔다. 지원팀은 수석부장판사가 팀장을 맡고 총 8명으로 구성된다. 아울러 A 씨가 경매계 근무 기간 배당에 관여한 720건에서 추가 부정 출급 사례가 있는지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추가 피해가 확인되면 고발과 피해회복 지원 등 신속한 후속 조치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지법은 부산지법발 횡령 사건이 발생한 이후 A 씨가 울산지법에서 근무한 이력을 파악하고 곧장 자체 조사를 진행하면서 기민하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울산지법보다 횡령 피해액이 6배가 넘는 부산지법의 대처는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인다. 부산지법은 피해회복 대책으로 A 씨 재산을 가압류하고 소송으로 받아내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한다. A 씨가 부정출급한 돈을 투자 채무 상환 등에 써버려 3억5000만 원가량만 회수돼 가압류, 소승으로만 피해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할 가능성도 큰 상황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부산지법에 추가 대응책을 묻자 “밝히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부산지법은 지난달 24일 오후 A 씨의 범행을 적발한 자체 조사 결과를 알리면서 “책임 통감”이라는 법원 명의의 입장과 간단한 시스템 보완책만 냈고,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한 구체적 피해 보상책이나 법원장의 입장은 내놓지 않았다. 지난해 부임한 박형준 부산지법원장은 사법연수원 24기로, 부산 울산 경남에서만 25년의 법관 생활을 했고 부산지법 수석부장판사도 지낸 인물이어서 지역 법조계는 이번 사태와 관련한 부산지법의 대응에 실망하는 분위기다. 심지어 법원이 자체 조사에 들어간 것도 부산시 공무원의 신고 때문이었다. 이 공무원은 구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에서 시가 이긴 뒤 공탁금을 찾으려 했지만 출급이 된 사실을 간파하고 부산지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지역 법조계의 한 인사는 “사기업이나 ‘힘 없는 기관’에서 이런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면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줄줄이 문책되고 대대적인 수사로 기업이나 기관 자체가 초토화됐을 것”이라며 “국민이 법원을 믿고 맡긴 공탁금, 그것도 48억 원이나 되는 거액이 횡령되는 동안 법원이 무엇을 했는지, 저렇게 남의 일인 양 느긋하니 비판을 받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부산지검과 부산경찰청도 A 씨의 공소사실에 부산지법의 고발 내용 외 혐의를 추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기소 당일 울산지법의 자체 조사가 발표되면서 부산지검과 부산경찰청이 법원의 눈치를 살핀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법원행정처도 전국 법원 공탁소를 대상으로 부정출급 유사 사례를 찾는 전수조사에 들어갔으나 울산지법에서의 A 씨 범행이 드러나자 부랴부랴 A 씨가 근무한 법원의 조사를 강화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비공개 진행되는 감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을 위해 구체적인 전수조사 방안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