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 부산에서 무려 10명의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안전사고가 발생(국제신문 지난 5일 자 8면 등 보도)해 지역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이례적으로 산업재해 유관기관장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오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약칭 중처법)의 50명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까지 앞두고 있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산업계와 지역사회의 긴장감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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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이 24일 노동 관련 공공기관·민간단체 관계자들과 동래구 온천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현장을 찾아 점검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현장점검에 앞서 관련 기관장들과 긴급회의를 하고 산업재해 예방책 마련을 주문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24일 부산고용노동청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지난 14일까지 부산에서는 10명의 노동자가 일터에서 숨졌다. 이 가운데 5곳의 사고 현장이 중처법 적용 대상인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진구 오피스텔 상가의 60대 노동자 사다리 추락 사고 ▷강서구 에코델타시티 아파트 신축 현장 저류조 내 50대 노동자 익사 사고 ▷동래구 수안동 아파트 외벽 도색 40대 작업자 추락 사고 ▷서구 충무동 아파트 80대 노동자 사다리 추락 사고 ▷동래구 낙민동 삼정건설 아파트 신축 현장 임시구조물 60대 노동자 추락 사고가 이에 해당한다. 이 외 지난 14일 부산신항에서 트럭과 함께 바다로 추락해 노동자가 숨진 사고는 연관 업체가 여러 곳이어서 중처법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부산지역 일터에서 노동자 사망사고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부산시를 비롯한 지역사회는 대책 마련에 부심한다. 박 시장은 이날 오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부산본부에서 부산고용노동청장과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을 비롯해 부산경영자총협회장과 대한건설협회 부산시회장, 대한전문건설협회 부산시회장, 대한산업안전협회 부산본부장 등과 함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긴급 현장점검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와 함께 시와 노동 당국은 일제히 부산지역 70여 곳의 산업현장을 방문해 3대 사고(추락·끼임·부딪힘) 등을 중점으로 안전 조치 준수 여부 등을 점검했다.
박 시장은 “더이상 산업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 노동청 등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현장에서부터 산재 예방에 초점을 맞춰 기업이 스스로 사업장 내 위험 요인을 발굴하고 개선하는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가 중처법 확대 적용을 2년 유예하는 법 개정안의 처리를 놓고 합의에 실패하면서 50명 미만 사업장도 중처법 적용을 코 앞에 두고 있다. 노동계는 중처법의 확대 적용으로 안전사고가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중처법 적용으로 폐업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국노총 부산본부 이해수 의장은 “사업주가 노동 현장의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탓에 하루에도 여러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다. 이렇게 허망하게 사망하는 노동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중처법 확대는 시급하다. 이미 유예기간을 충분히 준 만큼 이제는 경영계가 노동자의 안전에 경각심을 가질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이대로 중처법 확대 적용이 강행되면 준비가 덜 된 중소기업은 속수무책으로 폐업 위기에 내몰릴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도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