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민공원에서 들개에 얼굴을 물려 50바늘이나 꿰매는 큰 수술을 받은 시민(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8면 등 보도)에게 지자체 생활안전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안면부 상해는 성형외과 치료가 일반적이라 지원망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일 부산시민공원에서 들개에 물려 수술받은 권 씨의 상처 부위. 권 씨 제공

부산 부산진구는 지난 3일 부산시민공원서 들개에 얼굴을 물린 권모(28) 씨에게 구민 생활안전보험을 적용할 수 없다고 30일 밝혔다. 사건 당시 권 씨는 반려견과 산책 중 공원을 돌아다니던 들개에게 얼굴을 물려 성형외과에서 50바늘을 꿰매는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구민 누구나 자동가입이 가능한 안전보험 보장을 받기 위해 관할 지자체인 부산진구에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보장 불가능’이었다.

부산진구는 2020년부터 구민 생활안전보험을 시행 중이다. 구민이라면 누구나 자동가입되며 ▷화상수술비 ▷강도 ▷상해 ▷사망 등 15개 보장 항목이 있다. 이중 개물림 사고는 2022년부터 보장을 시작했다. 응급실에 내원해 진료받은 경우 그 치료비를 30만 원 한도 내에서 지원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성형외과에서 수술받은 권 씨의 사고는 보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지원망에 허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얼굴을 다치면 흉터가 남을 것을 우려해 봉합을 더 촘촘히 하는 성형외과를 가는 경우가 많다. 봉합 수술 시 외과계 의원이 대개 1㎝에 두 바늘을 꿰매는 반면, 성형외과는 최소 2㎜ 간격으로 꿰매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씨 역시 사고 직후 119구급대원으로부터 성형외과 진료를 안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권 씨는 “병원에서도 ‘얼굴 상처는 성형외과로 오는 게 맞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수술비까지 약 200만 원이 들었고 앞으로 통원치료도 남았는데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진구를 포함한 부산의 16개 구·군 중 12곳이 부산진구와 같은 보장 항목을 명시했다. 이들은 개물림 사고가 나면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까지 응급실 치료비를 보장할 뿐이다. 반면 해운대구와 기장군은 야생동물 등에 의한 상해까지 보장한다. 특히 기장군은 야생동물 피해보상 치료비뿐 아니라 개물림 사고 상해 후유 장애까지 보장 내역으로 명시했다. 북구와 사상구는 상해 보장을 포괄적으로 명시해 개물림 사고 역시 폭 넓게 보장되도록 길을 열어놨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 관계자는 “애초 보험사와 계약할 때부터 개물림 사고 보장 항목은 응급실 내원 치료비 지원만 있었다. 구민에게 최대한 도움을 드리고 싶지만 보험 계약을 따라야 해 지원을 해드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