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의사 진료…대기공간 북새통
- 전원 환자 이송 앰뷸런스도 붐벼
- “집단행동에 애꿎은 시민만 피해”
- 전공의 “두고 나온 환자께 죄송”
부산지역 대학병원에서 전공의의 이탈이 시작되자, 의료 현장은 대혼란에 빠졌다. 진료를 받기까지 몇 시간이나 기다려야 하는 것은 물론, 환자에게 강제로 전원 조치가 내려지거나 수술 일정이 연기·취소되는 상황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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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을 이탈한 20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20일 오전 9시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 외래병동. 1층 접수 창구는 이른 아침부터 진료받으러 온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 찼다. 각 진료실 앞 대기 공간도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216명의 전공의가 단체로 사직서를 제출한 이날 소수의 의료진이 환자 진료를 전담하면서 대기 인원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곳곳에서는 볼멘소리가 들려왔다. 전원 통보를 받고 불만을 터트리는 보호자도 있었다. 외래병동은 환자로 미어터졌지만, 이곳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의료진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부분의 진료실도 비어 있는 상태였다.
응급실 앞은 ‘전원 환자’를 기다리는 앰뷸런스와 캐리어를 끌고 나온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누워 있는 환자를 태운 앰뷸런스에 보호자들은 짐을 옮겨 싣느라 여념이 없었다. 승강기 인근 벽면 등 병원 내 곳곳에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규탄하는 호소문이 붙었다. 부산대병원 진료 접수 대기실에서 만난 A(56) 씨는 재활 치료를 받던 아버지에게 전원 조치가 내려졌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아버지가 대학 병원에서 계속 재활치료를 받았으면 했지만, 전원 통보를 받고 끝내 일반 병원으로 옮기게 됐다”며 “의사의 사정으로 환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 병원에서 나가라고 하는데 환자에게 무슨 방법이 있겠나. 의료진의 집단 파업은 환자의 선택권을 빼앗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환자의 가족 B(32) 씨는 “할아버지를 모시고 오전 8시30분께 안과 진료를 받으러 왔는데 끝나기까지 3시간이 넘게 걸렸다”고 전했다. 또 다른 환자 가족 C(49) 씨는 “의사 선생님들이 그동안 친절하게 아버지를 잘 돌봐주셨는데, 빨리 돌아오셨으면 한다. 정부도 의사 선생님들 이야기를 귀담아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병원은 진료·수술 일정 조정에 들어갔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피부과의 경우, 전공의들이 단체로 출근하지 않아 의사 한 명이 외래진료를 전담하고 있다”며 “의료 인원이 없어 수술 취소도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을 떠난 전공의는 이날 낮 대한의사협회(의협)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의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해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총회에는 100여 명의 전공의 대표 참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추가 신청이 이어져 결국 배가량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들은 이 자리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강한 반감과 반대 의사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환자에게 미안한 마음을 나타냈다. 한 전공의는 “환자를 두고 나오는 것에 대해 엄청난 부담을 느끼는 전공의가 많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대학병원의 응급·당직 체계에서 중추적 역할을 한다.
부산시의사회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지지했다. 김태진 부산시의사회장은 “전공의들의 움직임은 환자를 볼모로 하는 투쟁이 아니라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면서 “의대 증원은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원점에서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