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 국내 의료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이탈이 전국에서 현실이 됐다. ‘전공의 없는 병원’의 의료현장은 아직 최악을 맞지 않았지만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되는 등 혼란은 점점 커지는 상황이다. 전공의 없이 제대로 된 대학병원의 외래·입원 환자 치료는 2주 정도까지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와 부산시는 진료공백 방지에 안간힘을 쓴다.
 |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의료현장에서 집단 이탈한 20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입원 환자가 협력병원으로 이동하기 위해 구급차에 오르는 모습을 가족이 지켜보고 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
부산시가 20일 오후 발표한 이날 부산지역 전공의 사직 현황을 보면 시내 22개 수련병원 중 ▷부산대병원(전체 236명) 216명 ▷동아대병원(138명) 110명 ▷인제대 해운대백병원(112명) 85명 ▷메리놀병원(23명) 19명 ▷부산성모병원(15명) 11명 ▷동의병원(17명) 3명 ▷동남권원자력의학원(3명) 3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고신대복음병원도 96명 중 80% 정도인 70여 명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147명의 전공의가 있는 인제대 부산백병원에서도 사직서가 제출됐지만 집계는 되지 않았다. 나머지 수련병원에서는 별다른 집단행동이 없는 것으로 시는 파악했지만 부산의 880여 명 전공의 중 60% 정도가 집단행동에 들어갔으며, 향후 동참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적으로는 221개 수련병원 중 100개의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6415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직서 제출자의 25% 정도인 1630명이 근무지를 이탈했다. 현장으로 복귀하라는 업무개시명령은 831명에게 내려졌다. 이들 100개 병원에는 전체 전공의 1만3000명 중 95% 정도가 근무한다.
전공의가 사라진 병원에서는 당직에 교수가 대거 동원돼 업무 공백을 메웠다. 병원 측은 전공의의 빈 자리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면서 대응할 방침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할 때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부산의 한 대학 병원 관계자는 “아직 수술이나 입원을 연기하지는 않고 있는데, 교수 등에게 업무 부하가 걸리면 어쩔 수 없이 향후 30% 정도 업무를 축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의대생도 단체 행동 움직임을 보인다. ‘부산대 의대 비상시국 정책대응위원회(부산의대 TF팀)’는 이날부터 동맹휴학과 수업·실습 거부를 한다는 글을 SNS에 올렸다. 부산의대 TF팀 측은 “부산대 의대 총원 590명 중 582명인 98.6%가 동맹 휴학원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동아대 의대 TF도 SNS에 지난 17일 수업 거부 및 동맹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투표를 벌인 결과 의대생 전원이 찬성했다고 밝혔다. 부산시의사회는 오는 25일 대한의사협회 주관 전국대표자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통해 집단 휴진 등이 결정되면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의료 현장의 주역인 전공의와 미래 의료의 주역인 의대생들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집단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의대생) 2000명 증원은 말 그대로 최소한의 확충 규모”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