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서 다친 환자 병원 찾아 창원까지
- 전공의 대거 이탈, 2차 병원 환자 쏠림
- 정부 증원규모 고수…의협 수위 높일 듯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가 의료 현장을 떠난 지 일주일째다. 하지만 정부와 의사 단체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면서 ‘의료 대란’은 악화일로다.
 |
|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 회의 및 행진 행사’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려 참가자들이 대통령실 방향으로 행진하면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25일 의협회관에서 전국 시·도 의사회장이 참석하는 비상회의를 열었다. 비대위는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강행한다면 적법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끝까지 저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하는 등 집단행동에 나선 만큼, 향후 의협 소속 개원의도 전 회원 투표 등을 통해 집단 휴진 등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의협 비대위는 다음 달 3일 서울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도 예고했다.
의사 단체가 정부와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사이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 환자 이송 지연 등이 발생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3일 오전 5시까지 총 2018건의 구급 출동이 있었는데, 이송 지연이 27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부산에서 발생한 환자가 병원을 찾지 못해 울산과 경남 창원 김해 진주 등으로 향했다. 부산진구에서 다리를 다친 환자가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다가 경남 창원의 한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송에 2시간가량 걸렸다. 다만 현재까지 응급실 앞에서 진료를 거절당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급종합병원(3차 병원) 내 전공의가 대거 빠지자 2차 병원으로 환자 쏠림 현상도 나타난다. 부산의 한 종합병원 관계자는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중증이면 여력이 되는 한 최대한 수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협은 전국 82개 수련병원에서 근무 중이거나 근무 예정인 전임의(펠로우) 입장문을 공개했다. 전임의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병원에 남아 계약 형태로 일하면서 세부 전공을 배우는 의사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의료 정책에 대한 진심 어린 제언이 모두 무시되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나갈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다음 달부터 새롭게 일하는 전임의가 많은데, 이미 병원 측과 계약을 끝낸 곳도 많아 실제 집단행동에 나설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침을 고수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브리핑에서 “2000명 자체는 계속 필요한 인원이라 생각한다. 애초 3000명 내외였지만 여러 조건을 고려해 2000명 정도로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서 보건의료재난 위기경보를 기존 ‘경계’에서 최상위인 ‘심각’으로 끌어올리고, 범정부 차원의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설치했다. 감염병이 아니라 보건의료 위기 때문에 재난경보가 심각으로 격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하도록 보건복지부에 검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아동복지학회는 “전공의 선생님들께서 하루속히 의료 현장으로 돌아오셔서 572만명 아동의 건강권을 지켜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도 “평소에도 장애인들은 병원에 가기조차 힘들고, 지방에서 오거나 이동이 불편한 이들은 외래 진료를 예약하기 위해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데 이번 사태로 더욱 생명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정부를 향해서도 “의료계의 목소리를 신중히 듣고 대화와 타협을 통한 상생의 정책 수립을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는 정부가 이번 사태와 관련, 공공병원의 역할을 넓힌 비상대책을 시행하는 것을 놓고 “공공병원의 경영난을 방치하더니 급할 때만 찾는 것은 후안무치하다”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필수의료 붕괴 원인 자체가 공공의료 부족 때문이지만, 정부의 ‘2000명 증원’에는 국가가 책임을 지는 공공적 방식의 증원은 단 한 명도 없다”며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공공의대 설립 등 정책을 내놓는 것이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를 배출하는 시장방임을 멈출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