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주 “올해 새내기 구경도 못해”
- 무인점도 코로나 이후 매출 바닥
- 온라인시대 팀 과제도 카톡으로
요즘 대학은 무지(無紙)의 시대다. 캠퍼스 내 게시판에 빼곡히 붙어있던 대자보도 옛말이 됐다. 대자보 대신 SNS 게시물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28일 개학을 코앞에 뒀지만 부산대 캠퍼스 게시판은 텅 비어 있었다. 과거 굵은 매직으로 휘갈긴 대자보나 덧붙여진 반박 대자보가 가득했던 공간은 녹슨 스테이플러 심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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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부산대학교 금정캠퍼스에서 한 학생이 교내 게시판을 무심하게 지나가고 있다. 게시판은 신학기 코앞인데도 게시물 대신 녹슨 스테이플러 심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이원준 기자 |
대학가 인쇄업자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20년 이상 부산대 정문에서 인쇄소를 운영하는 A 씨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면 대면수업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지만 매출은 2/3 이상 급감한 채 회복할 기미가 없다. 태블릿PC로 책을 보고 필기하다 보니 굳이 프린트할 필요를 못 느끼는 거 같다”며 “23학번 새내기는 구경조차 못 했고 학생 손님은 거의 발길을 끊다 시피 하다”고 말했다. A 씨는 “최근 2년 새 대학 정문 인근 가게 10곳 중 3, 4곳이 폐업했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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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부산대 앞 무인 인쇄소가 텅 비어있다. 이원준 기자 windstor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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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6년 새 우후죽순 생겨난 무인 인쇄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곳은 인쇄 매수만큼 현금을 내던 기존 인쇄소와 달리 앱이나 키오스크로 무인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전국 대학 캠퍼스에서 2016년부터 무인 프린트사업을 하던 업체도 지난해 10월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했다. 40년 동안 대를 이어 운영하던 인쇄소를 2020년 무인 시스템으로 바꿨던 B 업체 대표도 “코로나19 이후 바닥 친 매출이 아직도 그대로라 직원들을 구조조정했다. 관공서나 기업 단골 거래로 먹고 살고, 인쇄 매출은 거의 나오지 않아 가게 문만 열어둔 상태다”고 말했다.
종이로 대표되는 아날로그 대신 온라인 문화가 대학의 주류 문화로 자리 잡았다. 빈 강의실이나 과방에 모여 조별 과제를 하는 대신 줌이나 구글 미트 등 화상 채팅 앱에서 모임을 한다. 자료 공유도 카톡이나 노션 등 공유 앱을 이용한다. 최근 졸업한 이유진(동아대·26) 씨는 “코로나19 때 집합금지로 시작된 비대면 조별 과제에 익숙해져 코로나19 이후에도 웬만하면 비대면을 선호하게 됐다. 과제 발표하는 날에 조원 얼굴을 처음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기기가 종이를 대신하면서 이에 대한 구매 부담도 늘었다. 학교 과제나 대외활동을 하려면 노트북이 꼭 필요한 데다, 강의 필기용으로 태블릿PC까지 구입하려면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복학을 앞둔 대학생 김민철(부경대·22) 씨는 “새 것을 사면 구매 비용이 300만 원정도 들 것 같다. 이 정도 금액은 감당하기 어려워 노트북은 새로 사고, 태블릿PC는 누나가 쓰는 걸 물려받을까 싶다”며 “강의실에 가면 대부분 태블릿PC를 사용하기 때문에 없으면 안 될 필수품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