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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6> 48년 차 가수 최백호

“린·아이유와 협업…또 배웠죠” 낭만가객 꿈은 아흔살 콘서트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3-05 19:14:3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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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배 뮤지션들 앞다퉈 작업 제안
- 새 호흡법 연구하고 소통법 익혀

- 어려움 찾아와도 그냥 있을 뿐
- 인기에 흔들리지 않게 관리해야

- 70대가 되니 모든 것이 고마워져
- 편해진 목소리 대중이 더 좋아해


◇ 최백호의 인생Tip

- 시간의 가치를 인식하라. 자기만의 관리법을 실행하라


노래는 인생사와 함께한다. 그러기에 좋은 가수가 있어 희망과 절망, 사랑과 이별의 모든 순간에 함께 나이 듦은 고마운 일이다. 더구나 그가 또다시 전성기를 타고 있다면 얼마나 반가운가? 고단한 삶에 더없는 위안이 된다. 이번에는 피고 짐이 가벼운 가요계에 또 한 번 전성기를 보여주는 이가 있어 만났다. 일흔 중반의 나이에도 건재하다. 원숙한 청춘이다. 마침 대구 수성구에서 콘서트를 한다기에 달려갔다.



-오늘 어떤 행사인가요? 통산하여 몇 번째 콘서트인가요?

70대 중반에도 여전히 후배들과 호흡을 맞추며 무대에 서는 낭만가객 최백호. 그는 여든,아흔에도 무대에 오를 생각이다. 세월이 녹여준 목소리를 팬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올해 가수 데뷔 48년째입니다. 콘서트가 몇 번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6년째 전국으로 다니며 순회공연을 하는 중입니다. 부산에는 올 5월에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요즘 후배들과 협업을 많이 하신다던데 누구와 하셨나요?

▶어쩌다 보니 후배 뮤지션들과 어울리는 일이 많아졌어요. 가수 주현미 씨도 했었지만 린 아이유 에코브릿지의 이종명 지코 스웨덴세탁소 이현 친친탱고 옐로은 등 일일이 들기 힘들 정도군요.



독자들은 이쯤 되면 누군지 알 것이다. 바로 낭만가객 최백호다. 그는 현재 나이 74세인데 더 융성해지고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60대 대중들은 모두 ‘최백호 세대’다. 고교 시절 어디서든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나 ‘입영 전야’를 부르고 다녔다. 중년이 된 후 즐겨 부르던 ‘낭만에 대하여’는 오죽한가. 그런데 그가 또 전성기란다.

-후배들과 함께 작업하시면 잘 맞나요?

▶차이의 이질감보다는 공부가 많이 된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겁니다. 호흡법 소리내는 법 등이 새로워 저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게 되더군요. 젊은이들이 대중들과 소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배운 게 많았어요.

-후배 가수들에게 협업하자고 먼저 제안하셨나요?

▶저는 제가 나서서 일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평생을 살아오면서 복잡해지면 좋지 않다. 단순한 것, 자연스러운 것이 좋다는 생각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매니저 없이 활동해 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며칠 전 가수 나훈아(77)가 은퇴를 시사했듯이 가수로서 70 중반까지 활동하긴 쉽지 않다. 그는 1976년 그러니까 26세 때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빅 히트를 친 이후 ‘영일만 친구’ ‘고독’ 등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다. 그리곤 그 후 침체기를 겪다가 45세인 1995년 ‘낭만에 대하여’로 다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했고, 70줄에 들어 이제 제3의 전성기에 올라타고 있다. 이번 전성기의 특징은 후배 뮤지션과의 협업이다.



-‘부산에 가면’을 프로듀싱한 에코브릿지의 이종명은 “나에게 최백호의 음악은 목소리 하나였다. 톤 자체가 음악”이라고 존경을 표했더군요.

가수 최백호가 기장군 일광에 있는 부산예빛학교(구 일광초등) 운동장에서 아티스트 친친탱고와 함께 ‘청사포’를 부르고 있다. 유튜브 ‘최백호의 낭만 is back’ 캡처
▶나이 든 저의 목소리가 필요했던가 봐요. 70대까지 활동하는 가수가 없어서 그런 걸까 모르겠어요. 저는 가수 린과 어울릴 때도 좋았습니다. 저번에 트로트 경연대회 후 린에게 “제자리를 찾았다”고 문자를 보내주기도 했어요.

-대중 가수의 어려움에 대해 궁금합니다. 내리막길이나 슬럼프 때 어떻게 견디어야 할까요?

▶저의 경우 견딘다기보다는 그냥 있을 뿐이었습니다. 천성이 그래요. 과거엔 1년 내내 수입이 하나도 없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도 그냥 있었어요. 저는 인기 같은 것을 크게 의식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팬클럽도 없어요. 대중가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이름 실력 노래라는 삼박자가 맞아 주어야 해요. 그리해야 계속하는 힘이 나오죠. 얼마 전 노래 경연에서 가수 김용필 씨가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탈락해 버렸는데, 그에게 말했어요. “레이스는 아직 안 끝났다. 이제 시작이다. 겨우 한 번 넘어졌을 뿐이다.” 가수들은 인기가 있을 때는 있을 때 대로, 없을 때는 없을 때 대로 자기만의 관리법을 통달해야 하죠.

-일상생활 중 자기관리를 어떻게 하시나요?

▶매일 아침 6시 30분께 일어납니다. 그리곤 2시간 정도 작업을 하죠. 노래를 공부하거나 그림도 그리죠. 그림 개인전은 7번인가 했어요. 이제 풍수지리를 공부한 지도 2년 정도 되었습니다. 아침 2시간은 저만의 정신을 가다듬는 시간이죠. 밤에는 2008년부터 진행해 온 SBS 라디오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진행하러 나갑니다. 잠은 4시간. 짧습니다. 안정과 균형이랄까요. 저는 이 루틴을 지키지요.

-목소리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목소리는 별도로 관리하지 않습니다. 노래를 흥얼거리는 식으로 해 온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고음도 잘 되고, 폐활량이 더 커지는 것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수는 자기만의 목소리 색깔을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80%는 타고나는 것이죠. 바비킴이나 약간의 비음을 내는 린의 목소리는 매력적이죠. 송창식 선배는 범접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올해 48년째 노래를 불러오셨군요. 가수로서 70대는 어떤가요?

▶본격적으로 놀만하니 늙어버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웃음), 20~30대 때는 참 많이 방황했어요. 그런데 70대가 되니 모든 게 고마워지네요. 많은 인연의 작용에 의해 여기까지 온 것도 고맙게 느껴지고요. 60대 때는 못 느꼈던 것, 몰랐던 것이 있더군요. 죽음이 현실로 다가오고요, 70대에는 확실히 60대에 가졌던 미련과 욕심을 내려놓게 되더군요. 손주들을 시집 장가 보낼 때까지 살 수 있을까, 하는 것도 계산되죠. 그러니 오히려 편안해져요. 시간이 소중해서 당연히 적절한 긴장감도 즐길 수 있게 되더군요. 제 노래가 도달하고 싶은 진정성에도 더 다가가게 됩니다.

-‘찰나’도 반응이 좋던데, 그렇게 나왔나 봐요?

▶‘찰나’는 저의 인생 70대를 기념하여 발표한 앨범의 타이틀 곡명입니다. 70대라고 총 7곡을 수록했는데, 싱어송라이터로서 저는 노래 대부분을 저의 삶의 경험에서 건져지는 음률과 의미에 기반하여 만듭니다만 후배 뮤지션들이 많이 해주었어요. 정승환 타이거JK 콜드 죠지 등 뮤지션들이 앨범을 멋있게 만들어 주더군요. 가수 정미조 씨도 깊은 목소리를 주셨고, 가수 지코가 앨범에 오픈 내레이션을 해주어 아주 매력적으로 되었어요.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부산과 바다는 어떤 존재인가요?

▶부산은 바다, 어머니와 함께 저의 근간 정서입니다. 그래서 이 셋은 저의 모든 노래에 함께합니다. 특히 기장은 제가 자란 곳이라 애정을 더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다닌 일광초등학교는 지금 부산예빛학교로 개편되어 음악 미술 분야 학생들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교가를 제가 만들어 주었어요. 어린 시절 타고 놀던 운동장에 있는 나무를 ‘최백호 나무’로 지정했더군요. 부산에 가면 시간 나는 대로 살짝 혼자 가보기도 합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는 콘서트 관객석에 앉았다. 조금 전 나와 대화를 하던 그는 무대 위에서도 여전히 변함없는 자세였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진정성이 우러나왔고, 70대의 내공을 느낄 수 있었다. 애태우는 모습이 없어 치유받는 느낌을 받는 두 시간 솔로 공연이었다. 사람이 몰려드는 기장군 지역에 여여한 이런 인생가수의 전용 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튜브 ‘최백호의 낭만 is Back’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세 번째 전성기의 테마는 ‘치유’인 것 같아요.

▶제 유튜브에는 눈물을 흘렸다는 분이 참 많아요. 전번에 BTS의 뷔가 SNS에 제 노래 “‘바다의 끝’을 듣고 정말 많이 위로됐어요”라고 그의 팬들에게 이야기하자 LP가 싹 다 나가고 SNS 조회수가 엄청났던 적도 있었어요. 70대가 되어 제 스스로 편안해지고 저의 목소리도 편안해지니 노래도 대중의 고단함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나 봐요.



확실히 가수 최백호는 깊어졌다. 일단 호흡이 달라져 탁성의 소리가 더 편안해졌다. 아마 한 번의 호흡을 두세 번 나누어 호흡하는 ‘내려놓음’ 때문일 것 같다. 그는 여든에는 여든에 맞는, 아흔에는 아흔에 맞는 호흡으로 노래할 것이라고 했다. 그 호흡법은 그가 젊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와도 연결되어 있다. 그는 말했다. “삶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다. 지나고 보면 고통 외로움 아픔 같은 것들 아무것도 아니다. 이 찰나에 살아있다는 것만이 중요하다. 세상이 너를 보호할 것이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영국 정치인 윈스턴 처칠은 “모두에게 전성기가 있지만 어떤 이들의 전성기는 다른 이들보다 더 길다”고 말한 바 있다. 콘서트 중에 최백호는 팬들에게 호랑이 같은 소리로 물었다. “제가 아흔 살 때 앨범 내고 콘서트 열 때 여러분 오실꺼죠?” 팬들은 신이 나서 화답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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