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투자 유치, 창업 생태계 조성 등을 위해 기업 공공기관 단체 등과 수많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있으나 이들 MOU 중 상당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시의 재정·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용을 담은 MOU의 경우 시의회의 심의를 거쳐야 함에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의회 서지연 의원. 국제신문 DB

부산시의회 서지연(비례) 의원은 지난 5일 제319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시정질문을 통해 시의 업무협약 추진과정과 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면 개선을 촉구했다. 서 의원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부산시는 총 369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매달 15건 이상의 MOU를 체결한 셈이다. 이들 중 복지, 문화 관련 MOU도 있지만 대다수가 투자 유치 등 경제 분야와 관련된 것으로, 기업 등에 대한 철저한 사전 검증이 부족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내용으로 체결된 MOU가 도마에 올랐다.

서 의원은 양자컴퓨팅 콤플렉스 건립 등 ‘양자컴퓨팅 생태계 조성’ 관련 MOU와 블록체인, 가상자산거래소 활성화를 위한 MOU가 부실하게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시는 2022년 4월 H사, K사와 해운대구 센텀시티에 양자컴퓨팅 콤플렉스를 건립하기 위한 MOU를 체결하고 지난 1월까지 부지 소유권 이전을 완료하기로 했다. 서 의원은 “기업 측은 지난 1월까지 잔금을 납부하지 못했고, 실물 컴퓨터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물론 MOU에 명시된 양자컴퓨팅 인력 양성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기업과 맺은 MOU를 계속 유지 중인 사례도 지적됐다. 시는 2022년 블록체인 기업 M사와 투자유치를 위한 MOU를 맺었다. 그러나 M사는 KOK 토큰 사기 혐의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후 시는 사무실 퇴거 조치를 했을 뿐 M사와 체결한 MOU는 계속 유지하고 있다.

서 의원은 실체가 모호한 기업과 맺은 MOU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시는 블록체인 관련 기업·협회 40곳과 MOU를 체결했는데, 이들 중 13곳은 홈페이지조차 없고, 서버 운영을 중단한 곳도 있다. MOU 이후 실제 부산으로 이전한 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다수의 MOU는 시의회의 사전 의결 절차를 생략한 채 체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의 재정적 부담이 발생하는 내용을 담은 MOU는 시의회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지난 2년간 체결된 21건의 MOU 중 의결을 거친 것은 7건(33%)에 불과했다. 또 시의 재정·권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MOU의 82.2%가 시의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지 않고 사후에 보고됐다.

서 의원은 “시의 업무협약은 사전 검증, 후속 관리, 성과 모두 부족하다. 지역 경제 발전을 MOU가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협약 상대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관리, 투명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서 의원은 이와 함께 ‘부산시 업무협약 관리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MOU 체결 당시 의회의 의결 또는 보고 대상이 아닌 MOU이더라도 체결 이후 예산 외의 의무부담이나 권리 포기가 발생하는 경우 의회의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문화했다. 또 시 홈페이지를 통해 분기마다 업무협약의 현황을 공개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