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안 주민 “더는 혐오시설 안돼”
- “무리하게 강행” 비판 목소리도
- 좌초땐 예산 50억 날릴 가능성
- 매립장도 사업성 타격 불가피
- 군, 주민 공론화 방안 검토 중
민간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수년째 답보 상태인 부산 기장군의 ‘동남권방사선의과학 일반산업단지’ 소각장 조성 사업(국제신문 지난달 28일 자 1면 보도)이 지역 주민의 반발까지 더해지면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소각장 사업이 좌초되면 수십억 원에 달하는 군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매립장 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군이 무리하게 공공폐기물처리장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기장군은 장안읍 기룡리에 만들려는 공공폐기물처리장 사업의 추진 여부를 주민에게 묻는 공론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6일 밝혔다. 사업 부지 인근 일부 주민들이 처리장 건립을 강력하게 반대하자 공론화를 통해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취지다. 실제로 인근 주민들로 꾸려진 장안읍상생협의회는 지난해 말부터 집회, 1인 시위, 기장군수 면담 등을 통해 처리장 건립을 결사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협의회는 군의 입장 변화가 없으면 투쟁의 강도를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장안읍상생협의회 관계자는 “산단으로 고통받는 장안읍에 더 이상 혐오시설을 떠맡겨서는 안 된다”며 “더욱이 소각장에서 폐기물을 태우고 남은 재를 돔 형태의 매립장에 묻어 환경오염 우려가 큰 데도 극히 일부 주민에게만 사전 설명을 했을 뿐 주민 전체에는 고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소각장이 투자금도 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처리장 사업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기장군의 공공폐기물 처리장 사업은 소각장(8264㎡)과 매립장(1만7869㎡)을 함께 건립하는 것이다. 2012년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장안읍 임랑리·148만㎡) 준공 환경영향평가 당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업장 폐기물 처리시설 설치를 준공 승인 조건으로 내세우자, 군은 오규석 전 군수 시절인 2021년 A 연구주관사가 실증 사업으로 진행 중인 소각장 사업에 응모했다. 군은 이후 소각장은 민간투자금 700억 원을 구해 짓고, 매립장은 군이 17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 준공 승인 시기인 오는 12월에 맞춰 착공하고자 했지만 소각장 투자금을 확보하지 못했다.
소각장 사업의 장기 표류가 우려되자 지역사회에서는 군이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든다. 특히 소각장이 없으면 이와 연계된 매립장의 사업성마저 떨어질 가능성이 큰데, 이미 군은 50억 원을 들여 매립장 부지를 사들인 상태다. 이런 와중에도 군은 매립장 건립 비용으로 90억 원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했고, 의회는 이 가운데 80억 원을 깎았다. 군의회 A 의원은 “군민을 위해 사용해야 할 소중한 예산을 무책임하게 쓸 수는 없다. 소각장 사업이 표류하는 한 매립장 비용을 승인할 수 없다는 게 의회 전반의 인식”이라며 “군 예산이 매몰되는 일이 생기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따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종복 기장군수는 “동남권방사선의과학산단을 짓기 위해 이 사업을 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환경 기준치 이내에 모든 사업이 진행돼 환경오염 우려는 없다”며 “주민 불안을 불식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