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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7> 낭만가객 가수 김용필

20년 차 방송인서 중년팬 몰고 다니는 트로트 신인가수로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3-19 19:18:0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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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리포터·경제TV앵커로 활약
- 노래가 좋아 보컬 레슨 받던 와중
- 주변 권유로 ‘미스터트롯2’ 참가
- 매일 5~9시간 연습…두각 드러내

- “삶을 위로하는 노래의 힘 깨달아
- 대중에 진득한 울림 선사하고파”


◇ 김용필의 인생Tip

- 당신 안의 잠자는 능력을 일깨워라. 시도하라

인생 중년이 된다는 것. 경륜이 쌓이는 것이지만 실상 살아온 방식에 매몰된다는 의미도 있다. 젊었던 시절 주어졌던 길로 돌이킬 수 없이 치닫게만 된다는 것. 인생 전환의 용기는 드라마 속 이야기일 뿐. 그대로 있기엔 불만족스러우나 새로운 도전을 하기엔 나이가 무겁다. 그런데 여기 빅 체인지, 드라마처럼 역주행을 보여준 이가 있다. 목하 가요계 트로트 열풍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남자다. 백바지를 입은 그를 실제 만나보니 키가 나보다 훤칠한 조각 미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 공연 몇 번째인가요? 데뷔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떠신가요? 부산의 팬들에게 인사해 주세요.

가수 김용필이 ‘사내의 밤’을 부르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그는 가수 데뷔 후 지난 1년 동안 100회 이상 콘서트 공연을 해왔다.
▶일일이 기억을 못하지만 작년 1월 5일 ‘미스터트롯2’ 방송을 통해 대중들에게 알려진 이후 지금까지 100여 차례는 공연한 것 같네요. 제게는 좋은 경험이면서도 버거웠기도 해요. 잘 버텨냈다는 생각도 하고 있죠(웃음). 부산에는 경연대회 중 기장의 해동용궁사를 방문하였는데 사람들이 저를 알아보셔서 좋았습니다.

-어디엔가 보니까, 노래가 주는 힘과 재미를 알겠다고 하셨더군요. 무슨 뜻인가요?

▶저의 팬카페를 보면 저의 노래를 듣고 생활의 의미를 찾으셨다는 분, 불면증이 치료되었다는 분들이 계시더군요. 처음엔 저도 믿지 않았는데, 암 환자로 판명되었던 분이 완치된 것도 2건이나 나왔어요. 이러한 분들이 제가 전국적으로 콘서트를 다니면 줄줄이 오세요. 이를 보면서 아, 노래는 마음이다, 진심이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기교가 아닌 거죠. 요즘 노래가 가진 치유의 힘을 여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한 방송국에서 하는 ‘미스터 트롯’ 노래경연대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 가수 김용필(49)이다. 그는 무대에서 “경연에 출연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며 자기를 소개하고서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며 단숨에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인터뷰하는 날도 공연장에 여성 팬들이 야단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도전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상황까지 왔군요. 만족하시나요?

▶글쎄요. 만족한다는 거…. 그건 산술적으로 말하긴 어렵고, 계속 만들어 갈 뿐입니다. 한순간이라도 연습을 게을리하면 대중들은 금방 눈치채죠. 늘 연습해야 하지만 무대에서는 너무 많이 생각하면 안 되죠. 일종의 골프와 같아요. 생각이 많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과 같죠. 저는 단순해지려고 합니다. 본질에만 집중하려고 합니다.

-가수 데뷔 전엔 무엇을 하셨나요?

가수 김용필이 2013년 3월부터 2018년 8월까지 ‘한국경제TV’ 앵커로 활약할 때 모습.
▶저는 지난 20여 년을 시사리포터 방송진행자 성우 경제TV 앵커 등 방송인으로 활동해 왔습니다. 가수 경연대회 직전까지는 매일경제 TV ‘내 주식을 부탁해’ 앵커를 했어요.

-잘 나가던 방송인이 40대 중반에 왜 이렇게 빅 체인지를 하셨나요?

▶방송인 생활 중 13년간은 MBC ‘생방송 오늘 아침’ 리포터로 활동했는데, 2006년 MBC 연기대상 특별상 TV 부문 리포터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제가 소비되고 있다는 생각이 항상 있었어요. 세월을 보낸 만큼 뭔가가 쌓여야 하는데 그때그때 끝나버린다는 아쉬움이었죠.

-그래도 막상 전환하기 쉽지 않잖아요. 가수가 젊은 시절의 꿈이었어요?

▶가수가 인생 목표는 아니었습니다. 워낙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음악을 듣고 부르는 것이 좋아서 라디오 DJ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또한 동호회에서 보컬 레슨을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작년에 한 방송사에 의해 트로트 경진대회가 시작되자, 지인들로부터 경연에 참가해 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참가하다 보니 여기까지 와버렸습니다. 제 인생에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진 거죠. 지금은 ‘가수가 내 팔자인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직업사회학에서 직업을 택할 때 먼저 자아인식을 정확히 하라고 한다. 자아는 환경 속에서 잠재되거나 강화되는 등 다변적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확실히 인지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직업 자아인식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자신의 내면의 소리를 스스로 듣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타인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는 것이다. 김용필은 후자를 통해 인생 전환에 신념을 실은 것으로 보인다.



-지인들이 어떻게 도움을 주셨나요?

▶노래를 함께 즐긴 사람들도 있고요, 예전에 제가 도와준 것을 잊지 않고 제가 보컬 레슨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 준 인연도 있어요. ‘그 정도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며 저에게 용기를 준 인연들도 많았습니다. 이 오랜 인연들이 경연 도전 과정에서 큰 힘을 발휘하더군요.

-그래도 인생 중년에 가수로 전환이라니, 막상 쉽지 않았을 것인데 실력은 어떻게 다듬었나요?

▶경연에서 하루 100명씩의 오디션 과정을 거쳐 나중에 119명이 첫 방송을 타게 되는 등 점차 좁혀가더군요. 저는 접수를 한 이후 경연이 끝날 때까지 하루 5시간에서 9시간씩 노래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실력 성장을 확연히 체감할 수 있겠더군요. 연습도 중요하지만 실전을 거듭할 때 성장한다는 말이 과연 맞았어요. 그렇게 한 곳에 집중해 본 적이 또 언제 있었나 싶어요.

-지금도 어려움이 많지요?

▶당연하죠. 제겐 아직 극복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노래를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과 두려움, 노래가 마음만큼 따라주지 않았을 때의 무거운 마음, 연습과는 확연히 다른 무대에 적응하는 일 등입니다.

-듣고 보니 갈 길이 멀군요.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우선 기본기를 익혀 집중력을 키웁니다. 그리고 실전에서 느끼는 감정과 경험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습니다. 후회스러운 상황까지도 아프지만 되짚어 보며 계속 연습합니다. 일정이 없는 날은 종일 연습실에서 살죠. 아내, 중학생 딸과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 미안하지만, 저만의 깨달음을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노력을 한다고 다 정상에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노력 없이는 정상에 갈 수는 없다. 그는 늦게 시작하였기에 기본기를 단단히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판단하였단다. 대중이 자신의 노래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공연을 반복해 다시 보며 그때의 감정과 확신을 거듭 떠올리며 마음의 길을 잡기도 한다.



-데뷔하자마자 전국 공연에 따라다니는 팬 그룹이 형성되었으니 성공적인 인생 전환이군요.

▶대개 나이가 들어갈수록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두려움이 있죠. 그런데 저의 도전을 지켜봐 주셨던 분들이 저를 보고서 힘을 얻었다는 말씀을 많이 해요. 저 자신도 경연을 준비하면서 ‘하면 되는구나’, ‘나이가 들어도 얼마든지 내가 몰랐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구나’하는 용기를 얻곤 하는데, 이런 저의 모습에 어떤 대중은 동일시를 느끼며 용기를 얻는다고 하시데요.

-그러면 예전과 다른 어떤 각오랄까, 생각도 하시겠군요.

▶사실 요즘은 늘 새로운 경험의 연속입니다. 무대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있는 가운데 가수로서 제가 나만의 색깔을 어떻게 보여드릴 것인가를 항상 고민하고 있죠.

-앞으로 어떤 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현재 ‘낭만연가’, ‘좋은 사람 만나도 돼요’, 그리고 작곡가 박선주 씨로부터 받은 ‘사내의 밤’이란 제 노래로 대중들과 호흡하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가수 최백호 선생님께서 “힘들더라도 오랫동안 계속 가야 한다. 이제 시작이다”고 하시더군요. 저만이 가진 음성의 힘으로 대중들에게 진득한 울림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인터뷰 글을 정리하면서 그의 노래 3곡을 반복해서 들었다. 그의 노래는 심각하지 않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따뜻하고 마음이 어루만져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40대 후반에 새로운 인생의 페이지를 시작하는 김용필의 좌우명은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야 인생이다. 고요한 바다는 재미없다”이다. 스스로 파도에 부딪혀 받은 자극에 동기부여를 일으키고 그럼으로써 더 발전한다는 뜻이란다. 무난하게 지내는 삶이야말로 제일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그의 심장에는 항상 위로 치솟으려는 검붉은 불잉걸이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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