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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수급자 탈락될라 일자리 언감생심…月 70만 원 삶의 강요

우리의 노후 안녕할까요…올드 푸어 다이어리 <2> 일자리 배제 노인기초수급자

  •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신심범 기자
  •  |   입력 : 2024-03-31 19:16:50
  •  |   본지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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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명 중 11명 일자리 원하지만
- 소득 생기면 생계급여서 깎여
- 100만 원 벌면 자격 박탈 우려
- 공공근로 등은 지원조차 못해

- 부산 수급자 비율 9년 새 배로
- 전체인구 3% 노동권 배제 추산
- 경제활동 보장 정책 고민해야

김자순(여·78·연제구 연산동) 씨는 아침 8시면 의자를 끌고 문을 나선다. 따뜻한 봄날은 물론 한겨울에도 잊지 않고 ‘출근’을 한다. 일터는 바로 문 앞. 한 시간 동안 의자에 하염없이 앉아 있는다. 가끔 지나는 사람과 눈인사하고 옷차림을 살펴보는 건 쏠쏠한 재미다. 초라한 행색으로 앉아 물끄러미 사람을 올려다보는 그의 시선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많다. “아침부터 기분 나쁘게…”라며 들릴 듯 말 듯 투덜거리는 목소리도 들리지만 개의치 않는다. 김 씨는 “‘저 노인은 왜 이렇게 바쁜 시간에 저러고 있을까’라며 욕하는 것 같다”면서도 “일하는 게 불가능한 처지다. 그래서 이렇게 밖에 나와서 사람들이 출근하는 거라도 보면서 기운이라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씨의 직업은 기초생활수급자. 스스로를 부양할 능력이 없고 부양을 받을 수도 없는 홀몸노인이다. 그는 자신을 서류상에 이름만 있고 아무런 활동도 못 하는 ‘귀신’이라고 부른다. 나라에서 받는 돈은 한 달에 70만 원 남짓. 연명하기에는 부족함 없지만, 무얼 하려고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딱 그 정도의 돈이다. 아끼고 아껴야 겨우 한 달을 버텨낼 수 있어 돼지고기라도 사 먹으려 하면 한푼두푼 모아야 한다. 김 씨는 “소일거리라도 해서 손자 손녀는 우리처럼 살지 말고 공부해서 성공하라고 학원비라도 조금 보태주고 싶은데 그게 안 된다”고 말했다.

■지원도 못 하는 정부 일자리

31일 부산 연제구 녹음광장에서 한 노인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채호PD
십여 년 전부터 수급자로 지내는 차곡준(여·75·부산진구 개금동) 씨는 소일거리를 찾느라 분주했다. 현재 거주하는 지역이 재개발돼 6개월 안에 집을 비우고 새 거처를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보증금. 지금 사는 집 보증금을 빼서는 몸이 불편해 일을 못 하는 아들, 그리고 손자와 함께 거주할 만한 마땅한 집에 들어가기 어렵다.

‘그동안 보증금도 못 모으고 뭐했나’ 싶지만 나라에서 받는 생계비로는 생활하기도 버겁다. 차 씨는 “없는 살림에 남편이 병을 앓았고 병간호를 하다 보니 벌이가 끊겨 수급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며 “올해 수급비가 올랐다고 하지만, 체감하는 물가는 더 올라 생활하기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그가 탐내는 일자리는 교통도우미나 환경 정비 등 나라에서 마련해주는 공익형 노인일자리다. 설문조사(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6면 보도)에 참여한 수급자 13명 중에 11명은 이 일자리를 선호했다. 월 30시간 노동에 금액은 월 29만 원에 그치지만 경력이나 기술도 없고, 이런저런 지병을 달고 사는 가난한 노인이 하기에 좋은 일이다. 특히 29만 원은 금액 이상의 가치가 있다. 처지가 조금이라도 나은 보통노인과 어울릴 기회도 생기고, 가족의 미래를 대비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럴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박상종(66·중구 동광동) 씨 역시 나라에서 한 달에 70만 원 조금 넘는 돈을 받는 수급자다. 몸이 건강하던 젊은 시절에는 선원이나 에어컨 설비기사 등의 일을 해 벌이가 괜찮았다. 그러나 험한 일을 오래 해서인지 나이가 들면서 몸에 이런저런 고장이 났다. 일하는 날보다 끙끙 앓으며 집에 누워있는 날이 더 많아졌다. 하루 벌어먹는 처지에 쉬는 날이 많아지자 일거리가 끊겼고, 결국 수급자 처지가 됐다. 코로나19가 퍼지기 전까지만 해도 수급비로 그럭저럭 생활이 가능했지만, 그 이후 물가가 슬금슬금 오르더니 최근에는 다락같이 치솟아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박 씨는 “시장에서 고등어 반토막을 사려고 해도 만 원을 달라고 할 정도다. 나라에서 마련해 준다는 노인일자리라도 해보려 했으나 지원 자체가 안 된다는 설명만 들었다”며 “집세에다 각종 공과금을 내고 이래저래 생활하다 보면 열흘 안에 돈이 떨어진다.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말했다.

■사실상 기본권에서 배제

31일 부산의료원 전경. 김채호PD
이들이 정부가 제공하는 노인일자리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형평성’ 때문. 부산시 담당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은 보건복지부에서 진행하다 보니 일자리 제공도 복지 서비스로 분류된다. 생계비를 지원받는 이들이 노인일자리까지 지원받으면 중복 지원이라고 봐 형평성 차원에서 이들은 제외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권은 노동의 능력과 의욕을 지닌 사람이 사회적으로 근로할 기회의 보장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우리나라는 물론 대부분의 국가가 헌법으로 보장한 기본권 중 하나다.

그럼에도 생계급여를 받는 수급자 노인은 이 권리를 온전히 누리지 못한다. 일을 하기라도 하면 번 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소득 없는 노동을 감내해야 한다. 만약 열심히 일 해서 100만 원(1인 가구 기준)에 가까운 돈을 벌기라도 하면 생존을 위협받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 수급자들은 이런저런 지병을 앓는 경우가 많은데, 수급자 위치에서 탈락하면 의료급여도 끊겨 병원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복지포럼공감 박민성 사무국장은 “노인들 10명 중에 7명 정도는 생계의 어려움 때문에 일자리를 원한다”며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급자 급여 지급 기준 자체가 보충형이다 보니 소득이 있으면 수급자에서 탈락된다. 정부 제공 공익형 노인일자리도 마찬가지다.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수급자 신분을 유지하는 걸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산 노인 7명 중 1명…전문가 “제도 개선해야”

인터뷰 중인 차곡순(왼쪽) 씨와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일범 사무국장. 김채호PD
수급자이고 노인인 탓에 월 29만 원 짜리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많다. 31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지역 수급자는 23만5884명이고 이 중 65세 이상 노인은 절반에 가까운 10만7858명(45.72%)에 달한다. 노인은 근로능력이 없다고 분류되기 때문에 이들 절대다수는 생계급여를 받는다. 부산 노인 인구와 전체 인구가 각각 75만1329명, 329만3362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노인 7명 중 1명, 전체 100명 중에 3명은 최소한의 노동에서조차 배제된 셈이다.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같은 이유로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은 앞으로 계속 늘 것으로 전망된다.2015년 2월 3.60%였던 부산 인구 대비 수급자 비율은 2020년 같은 달 5.13%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9년 만에 곱절인 7.17%로 뛰었다. 40대 중반부터 수급자로 인정받는 이들은 급증한다. 앞으로 부산지역 노인 인구 비율이 급증한다는 점까지 참고(국제신문 지난 25일 자 6면 보도 등)하면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부산 인구 비율은 10~20년 사이 7~10%로 늘어날 수도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식과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수급자 노인이 가장 원하는 공익형 노인일자리 주요 참여 대상은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65세 이상 노인이다. 이 기초연금은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를 메우자는 취지로 도입돼, 소득 하위 70% 이상인 노인에게 지급된다. 수급자 생계비도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지급하여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다는 취지로 지급된다는 측면에서 기초연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기초연금을 받는 노인은 공익형 노인일자리에 지원이 가능하고, 생계비를 받는 노인은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현실은 앞뒤가 안 맞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법인 우리마을 김일범 사무국장은 “수급자 노인의 경우 만성질환이라든지 각종 질환을 많이 앓아 의료비 부담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경제활동에 참여하면서 수익이 발생하게 되면 수급자에서 탈락해 의료급여도 못 받게 되면서 결국은 일을 하고 싶어도 일을 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초연금은 국가가 지원해야 하는 공적연금으로 수익으로 잡을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노인 수급자에게 지급되는 생계급여도 비슷한 시각으로 보고, 이들이 최소한의 일은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상=김채호·김태훈·김진철 PD

※제작지원 : BNK 부산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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