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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삼의 인생 이모작…한 번 더 현역 <48> 김세화 추리소설 작가

33년 기자 생활하며 키운 작가의 꿈…추리소설로 꽃 피워

  • 고영삼 인생이모작포럼 공동대표
  •  |   입력 : 2024-04-02 19:13:43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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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MBC서 보도국장까지 역임
- 퇴직 10년 전부터 소설습작 시작
- 창작활동 전념 위해 연금도 준비
- 은퇴 2년 전에 ‘신인상’등단 결실

- “글 안 쓰면 죽을 것 같아서 도전
- 80세 넘어서도 작가 활동 할 것”


◇ 김세화의 이모작 귀띔

- 타인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라, 건강관리 잘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

은퇴기에 접어들면 생각이 많아진다. 특히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생각 날 때가 많다. 세상에는 살아온 길과 가지 못한 길이 있다는데, 살아내느라 가지 못했던 길이 다시금 생각나는 것.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는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다”고 했지만, 막상 그 길 떠나기는 쉽지 않다. 대구의 한 카페. 오늘은 인생이모작기에 들어 그 못 가 본 길, 미지의 길 챙겨 진군하는 이를 만났다.



-안녕하세요? 자신을 소개해 주시겠어요?

김세화 추리소설 작가가 자신의 책을 들고 서재에서 포즈를 취했다.
▶저는 추리소설 작가 김세화입니다. 2019년 가을 추리작가로 등단한 신인입니다.

-정년퇴직 후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젊은 시절 어떤 일에 종사하셨나요?

▶저는 33년 동안 방송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지난 2021년 9월 대구MBC에서 보도국장을 마지막으로 퇴직을 했습니다.



이번에 만난 사람은 방송기자로 평생을 살아온 추리소설 신인 작가 김세화(62)다. 그는 언론인으로서 지역사회 여론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마음 한쪽에는 못 가 본 길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다 한다. 그래서 온전히 일모작을 마친 지금 가슴에 묻어뒀던 추리소설 작가의 길을 걷고 있다.



-지금 신인 작가이지만 벌써 상도 많이 타셨더군요?

▶2019년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리곤 퇴직을 하던 2021년에는 장편 추리소설 ‘기억의 저편’으로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을 탔습니다. 그다음 해는 2022년 단편 추리소설 ‘그날, 무대 위에서’로 ‘한국추리문학상 황금펜상’을 수상했습니다.

-일반인에게 추리소설은 알 듯하면서 정작 잘 모릅니다. 어떤 소설인가요?

▶순수문학 소설과는 다르죠.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난 뒤 주인공 등 인물들이 추리를 통해 사건을 해결해 가는 형식의 소설입니다. 심리소설 공포소설 스릴러소설 오컬트 스파이소설 무협소설 등과 함께 장르소설로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은 젊은이들에게 인기인 웹툰도 추리소설을 근간으로 만들어지기도 하죠. 나름 마니아층이 톡톡히 형성되고 있습니다.

-요즘 천만 명이 본다고 하는 영화 ‘파묘’도 그러한 종류인가요?

▶파묘는 오컬트(Occult)에 속합니다. 초자연적 현상 즉 음양사 귀신 등이 현실 속에 등장하면서 영적인 사건이 전개되는 영화죠. 고도화되는 과학기술 시대에 장르소설이나 오컬트가 폭발적 관심을 끄는 자체가 현대성의 특징입니다.

-집필 중인 추리소설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될 것을 염두에 두고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재미나 흥행을 추구하기보다 현실에 기반한 사건에 대해 논리적으로 추리함으로써 범죄의 진상을 밝히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그럼으로써 독자들에게 인간의 진실을 생각하게 하는 의도죠. 그러나 좋은 추리소설 중에는 흥행으로 연결되는 것도 있죠. 추리소설 사례는 아니지만, 정지아 작가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처럼 작품성과 대중성을 다 만족한다면 최고입니다.

-살아갈 날이 긴데 가정 경제에 도움 되지 않는다면 문제 아닌가요? 재무적인 부분은 따로 준비 해놓으신 건가요?

▶언론계 출신은 퇴직 후 갈 곳이 많지 않습니다. 다소 의외로 들릴 것입니다. 그런데 은퇴 후에도 지속적인 수입은 절대 필요하죠. 저의 경우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너무 강해 안 쓰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는데, 그런 한편 수입을 위해 글을 쓰면 내 인생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궁리 끝에 저는 퇴직 10년 전부터 연금으로 노후를 지낼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아내와 함께요. 지금 생각해도 그건 잘했던 구상이었습니다.



김세화 기자가 대구MBC TV 주간 시사토론 프로그램 ‘시사톡톡’을 연출하면서 진행자로 활동하던 모습.
그의 은퇴 후 재무 대책은 연금이었다는데 우리나라 연금에는 국민연금 개인연금 퇴직연금 주택연금 등이 있다. 퇴직 10년 전부터 부부가 함께 전략적으로 이들을 계획했다면 만만찮은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막상 은퇴 준비기의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이다. 참고로 독자들은 국민연금공단 홈페이지(www.nps.or.kr)의 ‘내 연금 알아보기’에서 자신의 연금 수령액을 확인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경제활동은 하지 않는다.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로만 살겠다고 미리 결심하셨던 거로군요.

▶저의 인생이모작의 활동은 돈이나 성공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란 원칙을 정했죠. 원래는 소설가가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보도를 위주로 하는 기자 생활을 오래 하고 보니 정통 문학 형식의 문장을 완전히 잃어버렸어요. 그 대신 인간의 어두운 면을 많이 접했고, 그래서 사건 이면에 있는 인간의 다층적 심리를 분석 추리함으로써 진실을 밝히는 것에 더 쏠리게 되더군요.

-추리소설 작가 되기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퇴직하기 10년쯤 전부터 습작을 시작했습니다. 5년 전에는 한국추리작가협회가 주관한 ‘여름추리학교’에 다니며 본격적으로, 치열하게 준비했죠. 그러다 다행스럽게 퇴직 2년 전인 2019년 가을에 ‘계간 미스터리’에 단편 추리소설 ‘붉은 벽’이 실리면서 추리작가로 등단할 수 있었어요. 너무나 기뻤습니다. ‘내가 죽으면 이 책을 관 속에 넣어 함께 화장시켜 달라’고 유언할 정도였습니다.

-관 속에 넣어 화장을요?

▶저는 고교 시절 이후 소설가의 꿈을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저는 진짜, 소설을 쓰지 않으면, 죽을 것, 같았어요. 저의 인생에는 두 개의 폴더랄까 주머니가 있었죠. 한 개의 폴더가 언론인으로서 삶이었다면 다른 한 개는 소설가였습니다. 최근까지 언론인으로 활동해 왔고 가족들도 잘 건사했으니, 인생 후반부에는 저의 또 다른 폴더를 가꾸려고 했죠. 그런데 퇴직 전 그런 상을 받았으니 대단히 기뻤던 겁니다.



참한 여인을 만나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한 세대주로서 의무를 다한 한 사내가 이제 자신만의 필생의 길을 가면서 내 품는 기세가 느껴졌다.



-어떤 식으로 자기관리를 하시나요?

▶평소 건강관리에 관심을 많이 가집니다. 항상 컴퓨터 모니터를 바라보며 글을 쓰는 저에게는 눈과 척추가 매우 중요하더군요. 그래서 매일 1만 보 이상 걷고, 일주일에 한 번은 팔공산을 6시간 이상 걷습니다.

-좋은 글을 쓰는 전략도 있겠죠?

▶당연하죠. 개인적으로 독서를 많이 하죠. ‘고전읽기모임’, ‘대구근대연구모임’ 같은 곳에 다니며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이곳은 오래전부터 제겐 창작의 원천입니다. 소설 속의 서사에 활용하기 위해 인물 옷차림 장소의 특징을 꼼꼼히 관찰하는 여행도 즐깁니다.

-독자들은 작가님에게서 어떤 힌트를 받을 수 있을까요? 앞으로 꿈은 무엇인가요?

▶저의 도전이 새로운 길을 두고 망설이는 사람에게 용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장편 추리소설 열 권 이상, 단편 추리 소설집 두 권 이상을 죽기 전에 발표한다는 인생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글 쓰다 힘들 때는 적어도 20년 전에 등단했어야 했다는 생각, 쓸데없이 많이 놀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레프 톨스토이는 명작 ‘부활’을 일흔이 넘어서 발표했어요. 인간과 구원에 대한 그 높고 지극한 통찰은 노년기의 깊은 사유에서 나온 것이죠. 저는 80세 이상까지 활동하는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한이 한국추리작가협회장은 ‘글을 쓰고 지면에 발표한다는 것은 내밀한 상처와 은밀한 욕망을 대중에게 낱낱이 드러내는 것. 누군가를 죽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추리소설을 왜 쓰냐고 물어본 필자에게 김세화 작가는 “인생이 허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하더니 곧 “안 쓰면 죽을 것 같아서”라고 했다. 그에게 글쓰기는 곧 목숨 걸고 길을 나선 행위. 이 결연한 자세 때문인지 그에게 상을 준 백휴 등 심사위원들은 그가 ‘소재의 강렬함과 범죄의 독창성으로 범행을 촘촘히 구성할 뿐만 아니라 인물의 심리적 동기에도 서사적 답변을 잘 제공한다’, ‘서사에 힘이 있다’고 했다. 현재의 기세라면 감성이 풍부한 전 세계 독자들이 그가 만드는 논리적인 유희의 장에 몰려들어 왁자지껄 즐기는 날도 머지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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