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대에서 학과점퍼를 늘어놓는 일명 ‘과잠 시위’(국제신문 지난 8일 자 8면 보도)가 펼쳐지면서 학과 점퍼를 이용한 대학가의 단체행동이 눈길을 끈다. 많은 인원이 모여 구호를 외치거나 행진을 하는 방식이 아닌 효율적이면서도 ‘한 방’ 있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2000년대에 태어난 요즘 대학생들의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부산대 학생 모임 ‘자랑스러운우리의부산대’는 지난 5일 부산대 사회관 정문 앞 정원 예원정에서 과잠 시위를 진행했다. 박수빈 기자

부산대학생모임 ‘자랑스러운우리의부산대’는 지난 5일 부산대 사회관 앞 정원 예원정 잔디밭에서 과잠 시위를 진행했다. 부산대 이창준 총학생회장이 지난달 당시 국민의힘(현 무소속) 장예찬 예비후보를 지지한 것을 두고 이 학생회장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앞서 지난달 21일 부경대 대연캠퍼스의 대학본부 앞에서도 과잠 시위가 벌어졌다. 부경대학생들은 이날 한국해양대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고 과잠 시위를 통해 강경한 의사를 표현했다.

과잠은 전통적으로 학생들이 학과 별로 맞춰 입고 소속감 느끼는 도구로 사용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과잠이 시위 도구로 조명받으며 전국적으로 과잠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대구에 있는 경북대에서도 지난해 12월 대학본부 계단이 과잠으로 뒤덮였다. 학생들이 금오공대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과잠 시위를 통해 표출한 것이다.

전문가는 대학 내 개인주의 성향이 확산하며 시위 방법 등도 함께 변화했다고 분석한다. 많은 사람이 모여 큰 소리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기존의 시위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조용히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선호된다는 것이다. 시위로 인한 소음이나 불편 등의 피해가 커질수록 반발도 함께 심해지는 경향과 단체행동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동아대 윤상우(사회학) 교수는 “시위의 가장 큰 목적은 의견전달인데, 과잠 시위는 시각적 효과도 뛰어나고 유행 초기 단계의 참신한 시위 방식이라 주목도도 높다. 게다가 얼굴 등 개인정보가 노출되거나 오랜 시간을 투자할 필요도 없어 매우 효율적인 시위 방법”이라며 “피해와 단점은 적고 장점은 많아 개인 시간을 중시하는 오늘날 대학생에게 적합한 의견 표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