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사 조정 활성화로 재판지연 경감
- 사회적 약자 위로 판결문으로 유명
- 최근 세번째 책 ‘괄호 치고’ 발간
“임관 후 재판 업무만 봤으니 이제는 사법행정을 맡아 동료와 시민을 도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
| 박주영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이 취임 소회를 밝히고 있다. 이원준 기자 |
박주영(56·사법연수원 28기) 부장판사가 지난 2월 부산지법 동부지원장으로 취임했다. 최근 동부지원에서 진행한 국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박 지원장은 “3차례 공보기획관을 맡아 사법행정을 간접 경험하기는 했지만, 동부지원이라는 큰 곳에서 사법행정을 총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취임 소감을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이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힘쓰고 있는 만큼 박 지원장 역시 고민이 깊다. 박 지원장은 “일각에서 판사들이 ‘워라벨’을 찾느라 재판 지연이 일어나고 있다고 하지만 재판 지연 문제는 훨씬 복잡한 원인이 작용한 결과”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는 “사회가 복잡해지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사건 난이도가 자연스레 상승했다”며 “반면 예산 문제로 법관 인원 증가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지원장은 동부지원 차원에서 민사 재판 조정 제도를 활성화해 재판 지연을 조금이라도 완화할 계획이다. 그는 “조정위원회를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싶다”며 “미국은 조정 절차가 활성화돼 있어 민사는 대부분 조정으로 끝난다. 조정 활성화 시 법원 부담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지원장은 지난 1월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위로하면서 한국 사회의 탐욕을 따끔하게 질타해 화제가 됐다. 실제로 법조계에서 박 지원장은 사회 구조적 문제를 성찰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로하는 판결문을 쓰는 것으로 이미 유명하다. 법정 안의 이야기를 다룬 저서 ‘어떤 양형의 이유’ ‘법정의 얼굴들’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박 지원장은 “형사 사건 판결 안에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점이 담겨 있지만, 사건에 근접한 일부 사람이 아니면 모른다. 아동학대 산재 성범죄 등이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를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원장으로서 법관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다름 아닌 건강이다. 박 지원장은 “법관의 몸은 공공재라는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늘 후배 판사들에게 ‘좋은 판사는 건강한 판사, 내구성이 강한 판사’라는 농담을 한다. 만약 판사가 쓰러진다면 인력이 적어 빈자리를 대체하기가 어렵다”며 “저 역시 건강상 이유로 휴직을 한 적이 있어 더욱 중요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박 지원장은 세 번째 저서 ‘괄호 치고’를 발간했다. 판사 임용 후 법정 안팎에서 보고 듣고 읽은 파편 같은 기록을 모았다. 실제로 그의 휴대전화 메모장에는 짧은 글들이 가득했다. 박 지원장은 신간 서문에서 ‘이전 두 책이 강철군화의 행군 같기를 바란다면, 이번 책은 맨발 걷기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선 2권은 사회적 문제를 담은 공공적 의미의 책이라면, 이번 책은 순간순간 떠오른 글들을 모은 것으로 다른 이들에게 위로나 공감이 된다면 나름의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박 지원장은 대구 영신고,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7년간 주로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 경력법관제도를 통해 2006년 부산지법에서 판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대전·울산지법에서 부장판사를 지냈고, 2020년 법원의 날 대법원장 표창을 받았다. 2021년부터 부산지법 동부지원에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