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지침 최소 2ｍ 확보 권고
- 통행 못한 장애인 사고 사례도

- 부산진구 “법에 저촉 사항 없어”
- 쏟아지는 민원에도 대책 전무

부산 도심 보도 곳곳이 지하철 출입구와 사유지가 맞물리면서 교행조차 못할 정도로 좁은 것으로 확인됐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이들은 멀리 길을 돌아가는 등 특히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나 해당 관할 지자체는 사유지라는 이유로 별다른 조처 없이 사실상 장기간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 5번 출구 옆 보도. 폭이 70㎝에 불과할 정도로 좁아 유모차나 휠체어의 통행이 불가하고, 보행자도 1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다. 조성우 기자

9일 부산 부산진구에 도시철도 1호선 양정역 5번 출구. 출구를 나와 양정교차로 방면 주차된 차들 옆으로 좁은 보도가 있다. 이 보도는 폭이 약 70㎝로,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폭이 좁았다. 이곳을 지나다니는 시민은 마주 오는 사람이 있다면 반대쪽에서 기다리거나 아예 차도로 걸어가기도 했다. 좁은 보도는 지하철 출입구 시설물 길이 만큼 이어졌다. 출입구와 맞은편에 설치된 주차장 사이 보도가 폭이 급격하게 좁아진 것이다. 주차장과 보도가 접하는 부분에는 쇠봉이 세워져 있어 가뜩이나 좁은 보도를 더욱 좁게 만들었다.

더 큰 문제는 전동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이나 유모차를 사용하는 부모는 이곳을 아예 지나다니기 힘들다는 점이다. 일반 시민은 이곳을 간신히 다닐 수 있지만, 이동보조기기 없이 통행이 힘든 취약층은 아예 지나가기조차 힘든 실정이었다. 이 동네에 사는 최모(80대·장애2급) 씨는 “20년 전부터 이곳을 지나다닐 때는 먼 길을 돌아가고 있다. 매번 우회하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라 답답해 과거 차도로 지나가려다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부의 ‘보도 설치 및 관리 지침’을 보면 보도 유효 폭은 최소 2ｍ 확보해야 한다. 지형상 부득이한 경우는 1.5ｍ 이상으로 한다. 여기서 보도 유효 폭은 주차장 출입로 등 노상시설을 제외하고 보행자 통행에만 이용되는 폭이다. 시에 따르면 보도 유효 폭은 1.2ｍ까지 완화 가능하다.

관할 지자체인 부산진구도 이같은 상황은 알지만 사유지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민원이 수차례 접수돼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바로 옆 주차장이 사유지라 보도 폭을 확장하기 어렵다. 쇠봉을 건물 방면으로 옮기는 것조차 안됐다”며 “현재로선 특별히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최소 규정에도 못 미치는 보도가 이곳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부산시에 따르면 유효 폭 2ｍ 미만 보도는 시내 64곳이다. 이주은 부산뇌병변복지관장은 “비단 이곳뿐만 아니라 연제구 등에도 교행이 안될 정도로 좁은 도로가 있다. 이게 걷기 좋은 도시라고 홍보하는 부산의 민낯”이라며 “사유지라 손 놓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이동약자를 위해서 사유지를 매입해서라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